등록 : 2019.07.24 16:32
수정 : 2019.07.24 19:17
꼭 50년 전인 1969년 7월24일, 달에 인간의 첫 발자국을 남긴 아폴로 11호 우주인들이 8일간의 임무를 완수하고 지구로 귀환했다. “한 인간에겐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겐 거대한 도약”을 선사한 이들은 진귀한 기념품을 챙겨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달 지표면에서 채집한 22㎏ 분량의 암석과 토양이다.
지금까지 월석이 지구에 온 경로는 세가지다. 하나는 운석이다. 달의 표면에서 이탈한 암석 조각들이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떨어진 운석은 지금까지 370여개가 확인됐다. 다른 두가지는 냉전이 한창이던 1960~70년대, 우주개발에서도 불꽃 경쟁을 벌였던 미국과 옛소련이 각각 달에 가서 가져온 것이다. 미국의 아폴로 프로젝트는 유인 탐사였던 만큼 우주인이 직접 가져온 반면, 소련의 루나 프로젝트는 무인 탐사여서 로봇이 채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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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7월 미국 아폴로 11호 우주인 버즈 올드린이 달 표면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출처 미국항공우주국(NASA)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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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969년 7월부터 1972년 12월까지 아폴로 11, 12, 13, 14, 15, 16, 17호를 잇따라 쏘아 올렸다. 이 중 뜻밖의 사고로 달 착륙을 포기하고 귀환한 아폴로 13호를 뺀 여섯차례의 달 탐사에서 2196개의 월석 표본을 가져왔다. 무게는 총 382㎏에 이른다.
소련은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1957년), 최초의 유인 우주선 보스토크 1호(1961년)를 쏘아 올리며 앞서갔지만, 달 착륙은 미국보다 한발 늦었다. 1970년 9월 무인 우주선 루나 16호를 시작으로, 1976년까지 루나 20, 24호를 잇따라 달에 보냈다. 소련이 세차례 달 탐사에서 채취한 월석은 모두 합쳐 301g으로, 미국 쪽 수집량의 1000분의 1에도 훨씬 못 미친다. 중국은 올해 12월 달 탐사선 창어 5호를 발사해, 소련 이후 40여년 만에 지구로 월석을 가져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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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7월 미국 아폴로 15호가 달에서 가져온 현무암.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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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석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희소성뿐 아니라, 수십억년 전 태양계 형성의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한 연구 가치 덕분이다. 아폴로 우주선들이 채집한 월석의 85%는 현재 미국항공우주국(나사, NASA)가 보관하고 있다. 나머지는 과학 연구, 박물관 전시, 외국 대여 등의 용도로 쓰인다. 월석은 때로 거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1993년엔 소련의 루나 16호가 가져온 토양 샘플 중 극미량인 0.2g이 소더비 경매장에서 44만2500달러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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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11월 미국 아폴로 12호 우주인이 달 표면에서 암석과 토양 표본을 채취하고 있다. 출처 미국항공우주국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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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선진국들은 우주 물질 채집의 범위를 달에서 다른 행성들로 넓혀가고 있다. 미국은 화성에 무인 탐사선을 보내 암석과 우주먼지를 채집해오는 ‘화성 2020’ 계획을 일찌감치 세웠다. 그러나 예산 확보가 늦어지면서 2026년에야 탐사선이 발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도 2030년까지 화성에서 암석과 토양 샘플을 가져오는 구상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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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6월 미국 아폴로 11호의 우주인 버즈 올드린과 닐 암스트롱이 발사를 한 달 앞두고 미국항공우주국 훈련실에서 달 표면 활동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출처 미국항공우주국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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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소행성 탐사의 선두 주자다. 2010년 하야부사 1호가 발사된 지 7년 만에 소행성에서 극미량의 돌가루를 채취해 돌아온 데 이어, 올해 초에는 2014년 발사한 하야부사 2호가 소행성 ‘류구’에 착륙해 표본 채집 등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일본은 또 2024년 화성의 두 위성 중 하나인 포보스에도 탐사선을 보내 태고의 물질을 가져올 계획이다. 앞서 2011년 러시아가 같은 시도를 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지구 밖 우주를 향한 인류의 호기심과 도전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머잖아 ‘우물 안 개구리’라는 옛말이 ‘지구 안 개구리’라는 신조어로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조일준 국제뉴스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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