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29 16:53
수정 : 2019.07.29 19:40
2006년 3월 옛소련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에서 3만여명의 시민들이 대통령 선거 부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연일 벌였다. 경찰이 광장을 차단하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정보를 교환하며 수십명 단위의 거리시위와 플래시몹을 계속했다. 경찰 앞에서 발매금지된 신문을 읽거나 친정부 신문을 구겨 쓰레기통에 버리는 등의 퍼포먼스도 했다. 소셜미디어 활용 시위는 이후 튀니지·이집트 등의 ‘아랍의 봄’ 때도 이어졌다.
2015년 4월 스페인 마드리드 국회 앞에선 세계 최초의 홀로그램 시위가 벌어졌다. 보수당 정부가 정부 및 국회 건물 주변에서 집단행동을 금지하는 시민안전법 제정을 추진하자 대형 반투명 스크린 위에 ‘악법 철폐’를 외치며 행진하는 시민들 모습을 띄웠다. 웹사이트 공개모집에 응한 1만7천여 시민들의 사진과 함성 녹음파일 등으로 영화감독이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 홀로그램 시위는 이듬해 2월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이어졌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민들 목소리가 담긴 3D 홀로그램 동영상을 만들어 30여분간 상영했다. 지난 12일 저녁에도 광화문 인근에서 이색 시위가 있었다. 장자연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조선일보 사옥 벽면 ‘조선일보’ 간판 바로 밑에 ‘폐간하라’고 쓰는 빔프로젝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프랑스의 유명 사회학자 알랭 투렌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유럽 이외의 곳에서 전형적인 유럽 방식으로 민주화를 이룩한 희귀한 예’라며 시민세력이 앞장서 민주화를 이룩한 한국을 높이 평가한 적이 있다. 비민주주의적 사회의 대표 사례로는 일본을 거론하며 거대자본과 정치파벌이 견고하게 결합돼 ‘변화가 불가능한 사회’라고 했다.(이상 김경화·이토 마사아키, <21세기 데모론>)
2014년 우산을 들고 시위에 나섰던 홍콩 시민들이 두달째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항의하는 불매운동에 이어 지난 주말부터 우리 촛불 시민들도 다시 일어섰다. 8·15까지 이어가겠다고 한다. 각각 패권국과 전쟁국가를 향해 달려가는 시진핑과 아베에게 맞짱 뜨는 두 나라 시민들에게 연대의 박수를 보낸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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