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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31 17:58 수정 : 2019.07.31 20:35

생선회는 흔히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일본 전통 음식으로 알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부터 생선회를 먹었다. 세종대왕 때 편찬된 의학사전인 <의방유취>에는 “생선회는 날것이며 찬 음식이라 먹으면 입이 개운하기에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고 나와 있다고 한다. 숙종 때 실학자인 홍만선이 지은 백과사전 <산림경제>는 겨자장에 어울리는 횟감으로 민어·숭어·은어 등을 꼽았다고 한다.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를 보면 전라좌수영의 정유년 송년 단배례에서 병사들이 잡아온 생선을 회를 쳐서 된장에 찍어 먹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생선회를 사시미라고 한다. 우리는 신선한 활어회를 좋아하는 반면 일본인들은 일정 시간 숙성시킨 선어회를 좋아한다.

우리말로 초밥인 스시는 일본의 전통 음식이다. 스시 조리법은 상하기 쉬운 생선을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고안한 저장법에서 유래됐다. 스시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자리잡은 것은 19세기 초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생선회를 많이 먹는 반면 일본에선 스시를 많이 먹는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러시아와 중국이 독도를 유린한 게 오전 9시던데 외국 군용기가 영공에 쳐들어온 걸 다 보고 받고 퓨마 동물원 탈출 때도 열던 NSC도 안 열고 점심때 거북이 횟집 가서 스시를 드셨다? 세상에… 대한민국 대통령 맞으십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이 와중에 대통령이 일본 음식을 먹었다고 비난하려는 글이었다. 이에 오거돈 부산시장이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베 정부의 무도한 보복 조치에 직면한 상황 속에서 부산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인 생선회를 함께 나눴다“며 “스시와 생선회를 구별 못 하는 어이없는 무지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부산에서 시도지사 간담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인근에 있는 거북선횟집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오 시장은 “대통령 점심 식단까지 시비 걸 정성 있으면, 국민의 분노를 먼저 살피고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민생 먼저 챙겨달라. 그럼 제가 지역경제를 위해 거북선횟집에서 회 정식 한번 쏘겠다. 스시와 다른 점이 뭔지 확실히 알려드리겠다”고 꼬집었다. 민 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스시’를 ‘회’로 슬쩍 고쳤다.

민 대변인은 짧은 글에서 ‘스시’ 말고도 팩트를 여러개 틀렸다.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날은 23일이었고 시도지사 간담회는 24일 열렸다. 또 지난해 9월18일 대전동물원에서 퓨마가 탈출했을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설령 초밥을 먹었다고 하더라도 우리 식당에서 우리 어민이 잡은 생선으로 만든 것이어서 전혀 문제 삼을 일도 아니다.

한국방송(KBS) 기자 출신인 민 대변인은 7월 초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과 문 대통령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 관련 팩트를 두고 설전을 벌이면서 페이스북에 “한국방송협회 방송대상 두번, KBS 특종상,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다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무슨 재주로 상을 받았는지 모르겠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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