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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19 17:03 수정 : 2019.08.19 19:04

박수((拍手) 속에는 이미 치다라는 뜻이 담겨 있으니 ‘박수하다’ 또는 ‘손뼉을 치다’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겠는데 ‘박수치다’로 많이 쓰인다.

2011년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인간은 왜 박수를 치는가>에서 지은이 고바야시 도모미치 일본 돗토리환경대 교수는 “우호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 박수를 치는 이유는 박수가 내는 음정 높은 소리가 상대방에 대한 우호의 감정과 선천적 인지계 안에서 서로 이어져 있기 때문”으로 추측했다. 엄마가 아기에게 말을 걸 때 의도적으로 목소리의 음정을 높이는 경향이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기는 높은 목소리를 들었을 때 웃는 빈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우호와 친밀의 신호인 박수의 뿌리를 두고, 엄밀하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여러 가설이 있다. 직립 보행 덕에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인간이 적과 마주쳤을 때 동료에게 이를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신호였을 것이라는 게 그중 하나다. 잉여 시간에 즐겼던 가무에 흥을 돋우는 신체 악기 노릇이었다는 설도 있다. <조선일보>에 오래 실렸던 ‘이규태 코너’에선 포옹 동작에서 유래했다고 썼다. 끌어안는 모습과 크게 손뼉 치는 동작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그럴듯하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한꺼번에 포옹할 수 없어 안아주는 듯한 박수로 대신했으리라는 것이다.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데즈먼드 모리스가 <인간의 친밀 행동>에서 주장한 것도 ‘포옹론’이다. 누군가를 격려하기 위한 행동 중 하나로 포옹을 하여 등을 두드리는 데 이것을 멀리 있는 사람에게는 할 수 없기 때문에 박수로 갈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 손뼉 치는 한쪽 손은 상대의 등을, 다른 한 손은 등을 두드리는 손을 의미한다.

박수가 손바닥을 자극해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상식으로 굳어진 구문이다. 이런 상식을 논문으로까지 발전시킨 이도 있다. 부산 대동대 조영춘 교수는 ‘합장 박수와 왕복달리기 운동 강도에 관한 비교연구’, ‘박수 훈련이 운동선수 성취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잇달아 펴낸 바 있다. 30초 동안 박수를 친 뒤 평균 심장 박동수를 분석했더니 분당 134회로 10m 왕복달리기 138회와 비슷했다고 한다. 조 교수는 “박수가 혈액 순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신진대사를 촉진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박수 빠르게 치기 부문에서 10초 82회, 100초 604회로 1991년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한 ‘박수 박사’다.

5·18 기념식에서 ‘악수 패싱’ 논란 당사자였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8·15 경축식에선 ‘박수 논란’을 낳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축사가 진행되는 동안 박수를 거의 치지 않아 여야 간 설전의 재료를 제공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변인 브리핑에서 “제1야당 대표의 무례함과 협량함에 말문을 잃는다”고 하자, 자유한국당은 대변인을 통해 “야당 대표의 박수를 셀 시간에 서민 삶을 살피라”고 받아쳤다. 자유한국당은 “건성건성 박수 치거나 삐딱하게 앉으면 ‘불손하다’며 처형하는 북한의 공포정치가 오버랩된다”고도 했다. 우호와 친밀의 신호이자 건강의 묘약이라는 박수마저 날 선 대립의 소재로 변하는 정치 현실이 야박하고 각박하다.

박수 박사 조영춘 교수는 2007년 6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박수 치는 걸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화투패 섞는 것처럼 치거나, 한 손은 무릎에 올려놓고 치는 식의 나쁜 박수는 맥이 없고 기도 흩뜨린다.” 그가 제시하는 건강 박수는 양손을 골고루 사용함으로써 양뇌(우뇌·좌뇌)를 자극하는 것이다. 치매와 우울증 예방, 집중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박수 많이 쳐서 정치도, 정치인도 건강해지기를 소망한다.

김영배 논설위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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