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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21 18:09 수정 : 2019.08.21 19:10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경련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50여개 대기업으로부터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설립 자금 744억원을 거뒀다. 전경련이 또다시 정경유착의 창구 노릇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경련을 해체하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4대 그룹인 삼성·현대자동차·에스케이·엘지그룹을 시작으로 회원사들이 잇따라 전경련을 탈퇴했다. ‘탈퇴 도미노’가 벌어졌다.

사실 전경련은 태생 자체가 정경유착이었다. 5·16 쿠데타에 성공한 박정희 군사정부는 부정축재 기업인들을 대거 구속했다가 “산업 재건에 이바지할 기회를 주겠다”는 명분으로 풀어줬다. 기업인들은 군사정부의 요구로 일본의 경단련(게이단렌)을 본따 전경련을 만들었다. 전경련은 지난 반세기 동안 정경유착의 연결 고리였다. 재벌들은 전경련을 통해 이해관계를 정부 정책에 관철시켰고, 전경련은 불법 자금을 거둬 정치권에 전달했다. 전두환 일해재단 자금, 노태우 비자금, 1997년 한나라당 세풍 사건, 2002년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전경련은 2017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자체 혁신안을 내놨다. 명칭을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로 바꾸고 조직을 개편해 연구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경유착 근절과 투명성 강화도 약속했다. 해체 압박을 피하기 위한 ‘셀프 개혁’이었다. 그러나 2년여가 지나면서 명칭 변경은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됐고 혁신의 모습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신년 인사회나 기업인 간담회 같은 재계 관련 공식행사에 전경련을 초청하지 않았다. 재계와의 소통에서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이 있기 때문에 굳이 정경유착의 상징인 전경련을 상대할 이유가 없었다. ‘전경련 패싱’이라는 말이 나왔고 재계의 맏형 역할은 자연스럽게 대한상의로 넘어갔다.

이원욱 원내수석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0일 전경련회관에서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을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당 차원에서 전경련과의 첫 공식 만남이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의 ‘전경련 보이콧’이 풀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경련이 한국 사회에 끼친 해악에 비춰볼 때 “사면은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안재승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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