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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08 17:27 수정 : 2019.09.08 19:27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영화 <인턴>에선 노인 인턴의 지혜가 빛을 발한다. 창업 1년 만에 220명의 직원을 거느린 성공신화를 쓴 30살 여성 전문경영인 줄스(앤 해서웨이)는 수십년 직장생활 노하우와 풍부한 인생 경험을 갖춘 70살 인턴 벤(로버트 드니로)과 따듯하고 뜨거운 세대 공감을 이룬다. 한국방송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에도 시니어 인턴이 등장했다. 회사는 정년퇴직한 그를 고용해 경험과 지혜를 활용한다. 그러나 회사가 어려워지자 제일 먼저 그를 해고한다.

인턴은 본디 의사 면허를 받고 전문의가 되기 위해 일정한 병원에 전속돼 임상 각 과목의 실기를 수련하는, 보통 첫 1년차 전공의를 일컫는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유능한 의사로 성장하기 위한 중간 단계를 둬 실력을 쌓도록 한 것이다. 한국의 인턴 제도는 1914년 세브란스병원에서 처음 실시했다고 한다. 요즘 병원 인턴은 엄중한 규율과 과중한 업무, 수면 부족 등에 시달린다고 한다.

인턴 제도는 1990년대 초반 한국 기업 전반에 도입돼 활용됐다. 정식 채용에 앞서 일을 가르치고 실력을 검증한다는 명분이었다. 1997년 아이엠에프(IMF) 사태 이후 본격 활성화돼 정규직 전환형 인턴과 체험형 인턴 등으로 작동한다. 기업은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며 헌신할 수밖에 없는 불안정한 신분인 인턴 제도를 저임금 노동력 확보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설사 채용되지 않아도 인턴 경력이 다른 구직 활동에 가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이들은 ‘희망 고문’을 감수하며 헌신적으로 일한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입학사정관 제도가 본격 도입된 뒤 인턴 경험이 대학 입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전공 적합성이 큰 과정, 또는 유력 기관에서 인턴을 하면 입학 사정에 이점으로 작동한다고 본 고교생들 사이에 ‘인턴 스펙쌓기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스펙을 관리할 경제적 여유와 인맥을 확보한 있는 집 자식들에게 유리한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딸 인턴 스펙’ 문제로 곤욕을 치르면서 특권적 인턴 제도의 존재가 국민 앞에 다시 소환됐다.

신승근 논설위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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