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7 16:55
수정 : 2019.10.07 19:12
햇빛이나 바람 같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쓰겠다는 기업의 공개 선언 ‘아르이(RE)100’ 운동이 시작된 것은 2014년이었다. 다국적 비영리단체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이 그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후주간 행사에서 처음 소개한 데서 비롯됐다. 민간의 자발적 운동을 전기의 핵심 소비처인 기업이 주도한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참여를 선언한 기업은 현재 203곳에 이른다. 애플, 구글, 지엠(GM), 베엠베(BMW), 코카콜라, 이케아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들을 아우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쪽이 다수이며 일본·중국·인도 등 아시아 기업도 있다. 회사별 목표 달성 연도는 조금씩 다르며 늦어도 2050년이다. 국내 기업 사례는 아직 없다.
이 운동에 참여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갈래다.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춰 직접 전기를 만들어 쓰거나, 기업이 발전사업자한테서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다 쓰면 된다. 국내에선 둘 다 쉽지 않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싼 편이라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출 동기가 낮고, 한국전력의 판매 독점 구조에서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다 쓰는 길은 사실상 막혀 있다.
이런 중에도 ‘아르이100’ 참여에 대한 압력은 커지고 있다. 각국의 환경 규제가 강해지고,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압박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아르이100’이 단지 기업 이미지를 좋게 하는 홍보 전략 차원을 넘어선다는 뜻이다. 앞서 참여한 글로벌 기업이 상대방 기업에 ‘아르이100’ 참여를 거래 조건으로 내거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은 관련 업계와 공동으로 ‘아르이100 시범사업 이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정부는 제도 기반 마련을 위해 녹색요금제(녹색프리미엄) 도입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지원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소비자 쪽에서 추가 비용을 내고 재생에너지 생산 전기를 사다 쓰면 에너지공단에서 사용인증서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진하자는 뜻이다. ‘아르이100’에 참여할 길이 조금이나마 넓어지는 셈이다. 국내 1호 참여 기업은 어디일지, 언제쯤 등장할지 궁금하다.
김영배 논설위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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