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8 20:21
수정 : 2019.10.08 20:22
가을야구가 또 다른 볼거리로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정규리그가 끝나면 순위가 모두 결정되고, 다시 포스트시즌 경기를 여는데 열기는 더 뜨겁다. 한국에서는 준플레이오프가 진행 중이고, 미국에서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이 디비전시리즈에서 호투하고 있다.
원래 양대 리그 시스템의 미국과 일본에서는 두 리그 우승자가 붙어 챔피언을 가리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단일 리그인 한국에서는 정규리그에서 1~10위가 결정된다. 그런데도 포스트시즌을 열어 최종 챔피언을 가리는 것은 ‘한번 더’라는 한국인의 패자부활 심리와 경기력 집중도 면에서 정규리그와는 다른 맛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시 단일 리그인 프로농구나 프로축구에서도 각각 포스트시즌이나 상·하위 여섯 팀씩을 나눠 스플릿 제도를 운용하는데 비슷한 맥락이다. 물론 경기 수가 늘어나면서 수입도 커진다.
미국의 ‘국민 스포츠’인 야구가 일본을 거쳐 한국에서도 인기를 끄는 배경은 무엇일까. 미국의 문학·스포츠 학자인 앨런 거트만은 우리말로 번역된 <근대 스포츠의 본질>에서 야구의 호소력을 신화, 기록, 상상력 등으로 설명한다. 그는 “야구는 시간적으로 다른 스포츠의 직선과 대비해 1회부터 9회까지 순환적이며, 공간적으로도 홈을 기점으로 뻗어 나간 유효면이 양 직선 안에 무한대로 열려 있다”고 했다. “공을 때린 뒤에는 루에서 루를 달리며 한 바퀴 원을 그리는데, 직선과 원은 역사와 신화의 가장 오래된 상징”이라고 덧붙였다. 투수 평균자책점과 타율 등을 세 자리까지 따지는 고도로 계량화된 도시의 스포츠지만, 그 기원에는 탁 트인 초원의 목가적 분위기가 있다는 게 거트만의 생각이다.
한국과 미국의 포스트시즌은 점점 차가워지는 밤공기 속에서 팬들에게 야구 특유의 감흥을 선물하고 있다. 메이저리거 출신 방송 해설자 팀 매카버는 “플레이오프 게임은 시즌과 월드시리즈 중간의 쐐기다. 진다면 이 나라의 가장 위대한 스포츠 잔치에 나가지 못한다. 약속의 땅 앞의 진흙 수렁이며 건너야 할 홍해다. 건너지 못해 월드시리즈로 가지 못한다면 루저이고, 추수감사절에 잊힌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시리즈 우승팀만이 기억되는 것은 똑같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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