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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2 18:02 수정 : 2019.10.23 13:45

1492년, 유럽 이베리아반도에 스페인의 첫 통일 왕국이 세워졌다. 카스티야의 이사벨 여왕과 아라곤의 페르난도 국왕이 결혼해 가톨릭 연합왕국을 만든 뒤, 반도 최후의 이슬람 국가인 남쪽 그라나다 왕국을 복속시켰다. 770년에 걸친 기독교도의 영토 탈환 전쟁 ‘레콩키스타’(재정복)의 완성이자, 오늘날 입헌군주국가인 ‘스페인 왕국’(공식 국명)의 시작이다.바로 그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이사벨 여왕의 후원으로 3척의 배를 이끌고 출항해 미지의 신대륙에 닿았다.

통합을 주도한 카스티야 왕국의 언어는 스페인의 공식 국어가 됐고, 반도 정중앙의 마드리드가 통일 왕국의 수도가 됐다. 스페인은 언어와 종교가 상이한 여러 왕국과 지방들을 통합한 까닭에, 오늘날까지도 17개 자치지방(50개 주)의 지방색이 강한 편이다. 그중에도 아라곤 왕국의 일부였던 카탈루냐는 도드라진다. 12세기 중반 바르셀로나에서 독자적인 왕국을 세웠던 카탈루냐는 북쪽에 프랑스, 동남쪽으론 지중해에 접한 지리적 이점을 살려 중세 때까지 크게 번성했다.

유럽에서 지중해 시대가 저물고 대서양 시대가 열리면서 카탈루냐의 영광도 퇴색했지만, 주도인 바르셀로나는 여전히 스페인 최대의 경제 중심지다. 카탈루냐에선 지금도 독립국가를 세우자는 분리독립파와 그에 반대하는 통합파가 팽팽히 맞선다. 2017년에는 자치정부가 중앙정부의 경고와 봉쇄를 무릅쓰고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한 뒤 ‘카탈루냐 공화국’을 선포하기도 했다.

스페인 대법원이 카탈루냐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한 정치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나흘 뒤인 10월 18일, 카탈루냐 자치지방 주도인 바르셀로나 인근 도시에서 주민들이 재판부 판결에 항의해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상징하는 깃발 ‘에스텔라다’를 흔들며 총파업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카탈루냐의 공식 기는 황금색 바탕에 4개의 빨간색 줄이 그어진 아라곤 왕국 기다. 그런데 카탈루냐 독립파들이 애용하는 깃발은 좀 다르다. 왼쪽에 파란색 삼각형을 만들고 그 안에 흰색 별을 새겨 넣었다. 깃발의 명칭 ‘에스텔라다(Estelada)’는 스페인어로 별을 뜻하는 ‘에스트레야(estrella)’에서 왔다. 이 깃발은 색깔만 다를 뿐, 쿠바 국기와 매우 닮았다. 이유가 있다. 스페인 식민지였던 쿠바는 종주국과 독립전쟁(1895~1898)을 벌였는데, 이때 스페인에서 쿠바에 파병된 장병 중 카탈루냐 출신들이 쿠바의 독립에 주목했다. 카탈루냐 독립파가 카탈루냐 공화국 임시헌법을 선포한 것도 1928년 쿠바에서였다. 임시헌법 3조에 명시된 국기가 바로 ‘에스텔라다’이다. 카탈루냐 좌파들은 삼각형 안의 별을 붉은 색으로 바꾼 변형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 스페인 대법원은 주민투표를 강행한 카탈루냐 정치인들에게 징역 9~13년의 중형을 선고해, 거센 반발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대는 어김없이 ‘에스텔라다’ 아래 뭉쳤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동의 목표를 가진 집단에게 깃발은 단지 천조각이 아니라, 빼앗기거나 무너져선 안될 절대적 상징이자 결집의 구심이 된다.

조일준 국제뉴스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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