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29 18:31
수정 : 2019.10.30 02:36
세법상 ‘고가주택’ 기준을 실거래가 ‘6억원 초과’에서 ‘9억원 초과’로 바꾼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10월이었다. 집값이 많이 오른 데 따라 늘어난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조처였다.
고가주택으로 분류되면 1가구 1주택에도 9억원을 넘어서는 부분에는 양도소득세를 물리도록 돼 있다. 9억원 초과 주택에는 취득세율도 높게 적용돼 주택 가격의 3.3%에 이른다. 6억~9억원(2.2%)보다 훨씬 높다. 중개수수료율은 최고 0.9%로 6억~9억원 주택(최고 0.5%)의 두배에 가깝다. 또 고가주택 보유자는 전세금 대출 때 공적 보증(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을 받을 수 없으며, 변동·준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1~2%대 장기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할 수 없다.
고가주택 개념은 1994년 소득세법 시행령에 처음 마련됐다. 당시엔 ‘양도가액 5억원 초과’에 면적 기준(공동주택일 경우 전용 165㎡)을 아울러 적용했다. 1999년 금액 기준이 ‘실거래가 6억원 초과’로 바뀌었다. 면적 기준이 없어진 게 이때였다.
고가주택 기준을 바꾼 지 10년 이상 시일이 흐르고, 9억원짜리 아파트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주택 가격이 대폭 높아진 데 따라 기준점을 달리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가끔 흘러나온다. 케이비(KB)국민은행 ‘9월 주택 가격 동향’에서 나타난 서울 지역의 아파트 중위 가격은 8억7272만원에 이른다. 집값을 순서대로 늘어놓았을 때 중앙에 자리 잡은 가격이 고가주택 기준점에 얼추 접근한 셈이다.
서울 지역 중간값에 ‘고가’라는 개념이 어울리지 않는다 할지 모르겠지만, 시대와 상황의 변화 이전에 1주택에 대해 원칙적으로 양도세를 면제해준다거나, 보유세가 다른 나라들에 견줘 느슨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부자와 서민을 가르는 기준처럼 여겨지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주택의 출발점인 9억원은 공시지가 기준이라 실거래가로는 13억~14억원에 이른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기조로 삼는다면 고가주택 기준을 일컫기에 앞서 불합리한 세제를 지속해서 정비해나가고 집값 안정 의지를 새롭게 다질 일이다.
김영배 논설위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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