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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28 18:55 수정 : 2013.03.28 22:32

정남구 도쿄 특파원

선거 때, 어떤 사람에게는 한 표를 주고, 다른 사람에게는 두 표를 준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이것은 평등선거의 원칙에 어긋난다. 그런데 어떤 이들에겐 200명당 한 명의 대표를 뽑게 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100명당 한 명의 대표를 뽑게 한다면 어떨까?

일본에서 ‘표의 등가성’ 문제가 요즘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선거구별로 유권자 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12월16일 총선거에서 오카야마현 제2선거구에 출마해 당선한 야마시타 다카시 의원(자민당)은 선거법을 어긴 게 없는데도 자칫 의원직을 잃게 생겼다.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선거가 무효라고 26일 판결했다. 이 선거구의 유권자 수는 유권자 수가 가장 적은 선거구의 1.43배로, 문제가 크지 않다. 하지만 법원은 사실상 지난해 총선 전체가 무효라며 원고가 소송을 낸 이 선거구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일본 총선에서 선거구별 유권자 수를 보면, 고치현 제3선거구가 20만5481명, 지바현 제4선거구는 49만7350명이었다. 최대 격차가 2.42배였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2011년 3월, 선거구별 유권자 수가 최대 1 대 2.3이었던 2009년 8월 총선거를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 최고재판소는 정치적 혼란을 우려해 선거를 무효화하지는 않았지만 표의 등가성에 문제가 없도록 선거구를 재획정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일본 정치권은 1년9개월이 지나도록 선거구 획정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선거를 치렀다. 최소 선거구에 견줘 유권자 수가 2배가 넘는 선거구가 2009년 45곳에서 지난해 총선의 경우 72곳으로 늘어나는 등 문제는 더 심화됐다. 이에 대해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선거 무효’라는 매우 단호한 판결을 내렸다. 다른 재판소의 태도도 매우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총선이 표의 등가성에 문제가 있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는 소송에 대해 지금까지 16곳에서 판결이 나왔는데, 12곳이 위헌, 2곳은 ‘위헌이며, 무효’라고 결론지었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 4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인구편차를 평균인구를 기준으로 상하로 50%, 즉 최소 선거구와 최대 선거구의 인구 격차를 1 대 3 이내로 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실제 인구편차는 최고 2.9배 정도였다. 일본 법원의 기준으로 보면, 평등의 원칙을 한참 벗어났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표의 등가성 문제와 관련해 2001년 “1 대 4의 차는 위헌”이라고 결정하며 위헌의 기준으로 1 대 3을 새로 제시했다. 그러나 1 대 2가 바람직하다는 뜻도 밝혔다. 다만, 행정구역 및 국회의원 정수 등을 고려할 때 그렇게 하기에는 적지 않은 난점이 예상되고, 논의를 시작한 지 5년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상당 기간이 지난 뒤에 1 대 2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견해였다.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를 보면, 외국의 선거구별 인구편차 허용한도는 미국이 1 대 1.22, 독일은 1 대 2, 영국은 1 대 2.3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도시 유권자들이 과소대표되는 문제를 이제 고쳐야 한다. 일본에서는 문제의식을 가진 변호사들이 정치개혁 운동 차원에서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해왔다.

정남구 도쿄 특파원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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