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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3.19 18:27 수정 : 2015.03.19 18:27

최근 미·중 고위 외교관 두명이 ‘미국산 전략 무기’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공개적인 언쟁을 벌였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16일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인 사드 배치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며 사실상 반대 뜻을 밝혔다. 그는 서울을 방문하기 직전 한국 언론의 베이징 특파원들과 만났고, 서울에 와서는 외교부를 방문하기도 전에 먼저 한국 언론인들과 만났다. 여론을 통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중국 관리의 이런 행보는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중국이 단단히 각오를 하고 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루 뒤엔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나섰다. 그도 한국 언론에 “여전히 이론적인 문제”에 “제3국(중국)이 목소리를 내고 나서는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와중에 사드 문제가 미-중 관계에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이렇게 공개적인 충돌이 빚어졌으니, 우리의 선택에 따라 미·중 어느 한쪽은 ‘수모’를 겪게 되는 상황이 돼 버렸다. 안보와 경제 부문에서 두 나라에 의존도가 큰 우리로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미·중이 우리의 안보 문제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게 볼썽사납지만, 문제가 이렇게까지 커진 데는 우리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화근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동북아 전략 균형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미-중 간의 이런 갈등은 예견이 되는 사안이었지만, 우리 정부는 수수방관했다.

미국은 사드 배치의 명분으로 한국의 안보를 거론하지만 일차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증강에 대비해 약 3만명의 주한미군 및 그 가족들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한-미-일 삼각 미사일방어(MD) 체제 본격화로 대중국 견제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속셈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중국의 미사일 역량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한-미-일 삼각 엠디 체제의 심화·확산을 우려할 것이다. 이는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질서 구축에도 큰 걸림돌이 된다.

문제는 이런 중대 사안에 대한 결정을 우리 정부가 차일피일 미뤘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6월 주한미군 사령관이 사드 배치를 미국 국방부에 요청했고, 다음달 한-중 정상회담에선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해법이 없는 경우는 없다. 다만, 치러야 할 비용의 크고 작음만 있을 뿐이다.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국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서 어찌된 일인지 우리의 입장이 무엇인지가 불분명했다. 그로 인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기 힘들 만큼 치러야 할 비용이 커지고 말았다.

박현 워싱턴 특파원
문제가 불거진 초기에 가능한 한 빨리 국익을 최대화하는 해법을 도출하고 상대국에 물밑에서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그러지 않고 눈치 보기만 하고 있으니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만 증폭됐다. 미국 쪽에선 한국이 중국에 점점 밀착해간다고 의심하고, 중국에선 이미 결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나중에 우리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을 들고나왔지만,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급기야 사드 옹호론자인 여당 원내대표까지 나서 사드 문제의 공론화에 나섰다. 이것이 중국을 조바심 내게 만들어 공개적인 문제제기까지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사안은 우리나라 컨트롤타워의 전략 부재가 낳은 재앙으로 불릴 만하다. 이 사안이 군사안보적 측면과 외교적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 컨트롤타워는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과 국방·외교부 및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이다.

박현 워싱턴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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