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이 잠정 타결되면서 이제 국제 핵 비확산 체제의 유일한 국외자로 남은 북한 핵 문제가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과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도 손을 내밀지 설왕설래가 많다. 솔직히 나는 올해 초 남북, 북-미 간의 대화 시도가 무위로 그치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되면서 이제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화 재개는 물 건너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도 오바마의 임기가 1년9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과의 지난한 협상과 합의 이행 과정을 감당하려 할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란 핵협상의 잠정 타결 소식을 접한 뒤, 워싱턴 조야의 분위기를 보면서 다른 생각을 갖게 됐다. 9·19 공동성명 합의의 미국 쪽 주역인 크리스토퍼 힐 전 6자회담 수석대표는 6일 한 세미나에서 “이란 핵협상이 최종 타결되면 6자회담이 다시 굴러가게 하는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9·19 공동성명으로 돌아갈 진정성을 보인다면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언제든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오바마의 성향을 거론하면서 기회가 있으면 한번 해보자고 할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개혁법안(오바마케어)을 밀어붙였고, 이민법안도 공화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추진했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도 단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하지 않을 거라고 예단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대선 후보 시절과 취임사에서 이른바 ‘불량국가’들이 주먹을 펴면 손을 내밀 것이라고 했던 오바마의 열정이 아직 식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얘기했던 불량국가 세 나라는 이란·쿠바, 그리고 북한이다. 오바마는 5일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오바마 독트린’은 관여하되 우리의 모든 역량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란·쿠바와 협상을 하되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미국이 손해 볼 것은 없으니,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협상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북한과 대화 재개엔 다른 측면이 있다. 오바마는 2009년 이란에 먼저 대화 제의를 했고, 1년여의 비밀 협상을 거쳐 대화의 문을 열 수 있었다. 반면 북한의 경우엔 실패의 경험이 있다. 2012년 2·29 합의를 도출했으나 북한이 이를 파기했다는 게 미국 쪽 주장이다. 또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나,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까지 겹쳤다. 결국 대화의 단초는 북한이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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