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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3.17 20:36 수정 : 2011.03.18 10:46

이강택 신임 언론노조 위원장이 개구쟁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조중동 종편의 특혜 환수는 물론 재허가 탈락까지 성사시키겠다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주문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조중동 종편에 일전 선포한 이강택 신임 언론노조 위원장의 대반격 출사표

[제42화] 나는 피디다! 나는 기자다!

시사 피디? 예능 피디?

그는 〈KBS 스페셜〉로 이름을 날렸다. ‘에프티에이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2006년),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2007년)이 대표적이다. <시사투나잇>, <세계는 지금>, <추적60분>도 거쳤다. 선이 굵은 시사프로그램 프로듀서 출신이다. 한데 예능피디를 해도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지만, 거룩하지만은 않았다. 허를 찌르는 농담이 끊이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도 돌발적인 폭소탄이 자주 터졌다.

지난 2일 취임한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이강택(49) 위원장을 모셨다. 1만5천여명에 이르는 전국 언론노동자의 총대장이다. 그와 함께 새롭게 태동중인 종편(종합편성채널)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대기업과 신문사는 종편 채널의 지분을 30%까지 소유할 수 있다. 2009년 7월 날치기로 통과된 미디어법 개정안의 골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0년 12월31일 각각 조중동과 매일경제가 최대주주인 씨에스티브이(CSTV), 제이티비씨(jTBC), 채널에이, 한국매일방송(MBS)을 종편채널 사업자로 선정했다. 조중동 방송의 출현이다. 이강택 위원장은 ‘괴물의 출현’이라고 못박았다. “절대악에 맞서 반지원정대(!)를 시급히 결성하겠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위원장에 출마하며 내세웠던 구호처럼 ‘대반격의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미디어 해양의 지각판이 뒤틀리고 있다. 지진과 해일이 몰려올 징후다. 그 한가운데 이강택 위원장이 서 있다.

진행·정리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서해성(이하 서) 엠비 취임 만 3년이 되는 날(2월24일) 위원장에 선출되었는데, 엠비와 뗄 수 없는 관계가….(웃음)

이강택(이하 이) 정권교체 소명을 띠고 태어난 위원장! 그쯤 되겠죠.(웃음)

한홍구(이하 한) 2년 반 ‘귀양’ 살았죠? 케이비에스 사장 바뀐 뒤에 연수원(수원)에 근무했는데 프로그램은 못 만들고.

강사비 지급이나 음식점 예약 같은 일을 했어요… 태어나서 처음 편하게 살았죠.(웃음)

자, 다음 이름을 듣고 말해보세요. 김인규, 구본홍, 차용규, 정국록, 양휘부, 최규철, 임은순, 이동관, 최시중… 이들의 공통점은?

낙하산? 정치과?

김인규, 구본홍, 최시중은 아예 보통명사고, 차용규는 오비에스, 양휘부는 코바코… 언론사와 언론 관련 기관을 다 꿰찬 엠비 대선캠프 특보들! 여기에 청와대 가서 ‘쪼인트 까인’ 김재철(엠비시) 사장만 추가하면 돼요.

못 간 사람도 있지. 줄 선 사람이 100명이 넘을 텐데.

종편 방송사를 네 개밖에 만들지 않았구나, 이런.(웃음)

촛불(시위) 때문에 1년을 까먹었잖아. 5년에 나눠먹어야 할 사람들이 4년에 나눠먹게 되니까 사람들이 밀려 있을 거예요. 촛불 밉겠지.

대한민국 방송가엔 비행금지구역이…

노 정권 아래서 광우병 취재 등을 어렵게 진행하지 않았나요? 멕시코가 미국에 에프티에이 당해서 어떻게 망가졌는지 살펴본 다큐(2006년)를 내보내서 큰 반향이 인 뒤 회사 반응은?

기획단계부터 회사에서 안 좋아해서 “에프티에이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라고 붙였지. 방송 나간 뒤 “왜 ‘암’만 다뤘냐”고 야단났죠.(웃음) “눈 씻고 찾아봐도 ‘명’은 없더라”고 본 대로 주장했죠. 그땐 그래도 뜻을 세우고 덤비면 할 말은 할 수 있는 시기였어요.

노 정권이 1년 반 남아 있을 때, 미국 쇠고기 취재했잖아요. ‘광우병’은 피디수첩보다위원장이 먼저 세게 다뤘는데. 이 피디가 어디 쓴 글 보니 피디수첩 김은희 작가, 김보슬 피디 응원하는 글 썼던데 사실 죄질은 이 피디가 더 나쁘지 않나요?

피디수첩 재판 때 제가 검찰 쪽 증인이었어요.피디가 만들었을 때는 이렇게 선정적이지 않았다면서. 그 뒤 한국 검찰이 공인한 공정성 있는 피디라는 자부심을 갖고 삽니다.(웃음)

지금 피디들 제작환경이 어떤가요?

뭐,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됐다고 봐야죠.(웃음)

엠비와 김인규 체제는 리비아사태 터진 것과 마찬가지라는 거군요.

사라진 케이비에스 프로그램들을 꼽아봅시다.

대표적으로는 제가 시피(책임 피디)를 맡았던 <시사투나잇>은 사라졌고, <추적60분>은 빈사상태로 가고 있고요. 저쪽에서도 단번에 하면 저항이 세니까, 다양한 방법을 써요.

제목 바꾸고, 사람 바꾸고, 내용 흐물흐물하게 만들고….

그렇게 하면 자연히 반응이 시원찮겠죠. 만드는 사람도 곧 피곤해지죠. 그러다 두 시즌 정도 되면 사라지는 거예요. <추적60분>은 통제가 용이한 곳으로 조직을 이동시켰어요. 제작본부에서 보도본부로 관리를 바꿔, 서서히 말려 죽이는 거예요.

현장 책임제에서 일을 경리부로 옮기는 식이군요.

지금 <피디수첩>은 합성모델을 쓰려는 거 같아요. 시사교양국에서 편성본부로 옮기고, 최승호를 비롯한 피디들을 분산시켜서 아침방송, 외주관리로 편제해버리고. 편성본부는 대개 파일럿(실험)이나 위의 오더를 받고 계기성 특집을 만든다든지 하는 덴데.

<피디수첩>에서 아랍에미리트 유전 수주가 얼마나 큰 성과인지도 보게 생겼네.(웃음)

엠비께서 방송의 이런 상태를 다 합쳐 뭐라고줄 알아요? 딱 한마디로 줄였는데, 프레스 프렌들리!(웃음) 프레스! 누른다!

기가 막힌, 엠비의 자백!

이렇게 ‘복지’를 베풀어도 되는 겁니까?

기자협회 설문조사에 기자 83.9%가 엠비 언론정책을 부정적으로 보더라고요. 피디연합회 조사에서 피디들은 90%가 그렇게 생각해요. 왜 피디들이 더 높은지?

기자들 중엔 ‘짬밥’이 찰수록 자신들이 출입처나 권력과 동급이라는 착시현상을 느끼는 사람이 많죠. 피디들이 접할 수 있는 쪽은 연예권력 정도랄까.(웃음)

국회의원 중 피디 출신은 없네. 한국이 언론인 출신 의원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난데.

피디들 자부심을 가져야겠네.(웃음)

일부에선 ‘아픔’이라고도 얘기하는데.(폭소)

언론이 ‘워치도그’(감시견)가 되지 않고 ‘애완견’이 되고 있는데, 그 야성을 회복하려면?

폴리널리스트들을 엄정하게 심판을 해야죠. 우선 이번 재보선에 출마한다는 엠비시 사장 출신 엄기영씨부터.

종편 이야기로 넘어가죠. 기자협회 조사에 케이비에스 신뢰도가 6.9%, 조선일보 6%, 한겨레가 16.6%로 1위더군요. 수신료 인상반대는 70.5%. 이렇게 형편없는데 시청료 올리는 게 가능한가요? 항간에 케이비에스2를 판다거나 시청료 올린 뒤 공영방송은 광고 안 한다는 식으로 해서 광고를 쪼개준다는 말이 돌아요. 실질적 세금으로 조중동 먹여 살리자는 건가요?

현재로선 광고축소는 계획안에 없어요. 근데 시작할 땐 다 그런 거 아냐?(웃음) 종편은 지상파 채널과 똑같은 위력을 발휘합니다. 보통 케이블채널은장르만 하지만 이건 뉴스, 드라마, 오락도 다 하는 거예요. 국민 여러분들이 꼭 아셔야 돼요.

20여년 전 에스비에스를 만들 때도 말이 많았잖아요. 이제는 네쌍둥이를 한꺼번에 데리고 온 거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입장이 “애만 낳아라. 우리가 키운다”는 거라고위원장이 말했던데.(웃음)

정부가 양육을 책임져준다는 거죠.

무상복지네.(웃음) 게다가 얘들 넷만 하는 선별적 복지.

아까 소문이 내력이 없지는 않은 거네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말을 할 수밖에 없죠.(웃음)

누가 불을 땠나? 누가 나무를 해오고?

아궁이에 불을 피울 때는 신문지로 먼저 붙이잖아. 신문지!(웃음)

방송사는 광고를 미디어렙으로 묶잖아요. 한국방송광고공사 같은 곳에 의무위탁을 해야 한다고요. 조중동 종편은 알아서 영업하도록 일체 규제 안 하겠다는 거예요. 깎아주든, 공갈협박을 해서 기사랑 바꿔먹든.

격투기에서 딴 놈은 팔 하나씩 묶어놓고 조중동은 사지 자유롭게 싸우라는 거네요.

방송발전기금은 방송사에서 걷는 거거든요. 공공의 재산으로 이익을 남기는 거니까 일정액을 뗀단 말이죠. 민방에는 이걸 상당기간 감면·면제해주겠다는 거예요. 케이비에스와 이비에스는 케이블들이 의무재송신(보편적 접근권 보장)을 해줘요. 종편에도 이걸 해주겠다는 거예요. 보급소 없어도 동사무소에서 신문 배달해주는 거예요.(웃음)

근거가 뭐죠?

근거 없는 게 한둘이에요?(웃음) 그다음에 황금채널 배정하겠다는 거지. 잘되는 백화점 사이사이에서 장사하는 사람들(홈쇼핑사업자 등) 내쫓고 조중동방송에 주겠다는 거죠. 유식한 말로 ‘지대’(地代)를 누리는 거잖아.

조중동이 미워서나 언론자유가 아니라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거 막아야겠네. 나 우파 맞네.(웃음)

그렇죠. 정말 우파들도 분노해야 할 일이에요.

신흥 티브이깡패가 출현하는 거죠.

잉태하는 과정도 불륜에 혼외정사였죠.자체가 난개발의 모든 요소를 갖고 있어요.

종편폐지를 위한 단계별 작전과 3불운동

날치기에 위헌이라면 ‘자궁외임신’이 더 적당해요.(웃음) 만화영화 보면 악마가 출현할 때 흡사한 과정을 거치잖아요. 이상하게 태어나, 기묘하게 크고, 괴상하게 구는. 악마의 인큐베이팅 과정을 ‘쌩중계’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

게다가 잡아먹어요, 다른 케이블을. 배스, 황소개구리처럼 약자를 해치우는 거지. 이쯤 되면 다른 쪽에서도 여기 붙게 되죠. 이들이 서로 엮이면서 좀비가 되는 거야. 좀비가 물면 좀비가 되잖아요. 조중동 종편은 언론생태계의 건강성을 치명적으로 해치는 절대악입니다.

옛날 보도지침이 외부에 타박상을 입힌다면 이건 유전자를 바꾸는 거네요.

각하 측은 “일자리 창출 위해 미디어 4대 강(종편)을 만든다”는데, 반박해 보시죠.

그렇게 성장이 잘 될 거라면 왜 특혜를 주려고 난리를 칠까?

“지상파 독과점이 심해서 민방을 한다”고도 하는디?

다양성? 에이! 공영방송이 내적 다양성의 구현체라는 건 언론학의 생기초요. 그 안에서 여러 시각을 가진 제작진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함으로써 다양한 보도가 나오게 하고, 그럼으로써 국민이 가진 표현의 자유가 실현되도록 하는 거죠. 근데 조중동에 논조의 차이가 있기는 한가요?

과점의 표본인 조중동에 티브이를 준다는 건 독과점 해체가 아니라 확장인 거죠.

사실상 검열체제로 유지하면서 아무리 많은 걸 설립하고 만들어봤댔자 같은 맛만 늘어놓는 격이죠. 여기는 김장김치, 저기는 묵은지, 거기는 나박김치, 그래봤자 다 김치 아냐.

그만해도 다행이죠. 방씨네, 김씨네, 홍씨네, 장씨네 묵은지만 잔뜩 내놓는 꼴이죠.

전임 최상재 위원장은 파업에, 단식, 삼보일배, 헌법재판소 앞에서 만배까지 하느라 고생했어요. 신임 위원장은 “대반격의 시대를 열겠다”고 호언했는데.

오죽하면 굶었겠어요. 전, 단식은 안 합니다. 되레 굶을 놈들을 굶게 하겠다는 거죠.

어떻게 싸워 나갈 것인지? 엠비시 노조위원장 해임되고, 와이티엔 여섯 명 잘렸는데.

뒤로 물러나다 보면 어느새 버릇이 돼요. 물러날 때 보면 지가 살아야 하니까 옆사람 신경 안 써요.

도망갈 땐 쪽팔려서 피차 할 말도 없어요.(웃음)

정세는 이미 변해 있는데 아직 마음이 안 풀렸어요. 이제 방향 전환하고, 창의적 전술을 시작해야 할 때예요.

엠비시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 이소라가 “난 가수다.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부른다” 했어요. 언론인들도 배워야 해요. “난 언론인이다!”

“너도 기자라며? 너는 피디라며?”(웃음)라는 냉소를 받고 있죠. 그런 점에서 지금 언론의 위기는 기본적으로 언론인의 위기입니다.

얼마 전 이해영 교수와 직설 하면서 에프티에이 취소를 공약으로 건 자를 대통령으로 뽑자고적이 있어요. 4대 종편, 취소할 수 있는 겁니까?

그거 이야기하려고 이 자리에 왔죠.(웃음) 태어나선 안 될 생명이기 때문에 도로 그 자리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이건 병균이거든.

로드맵을!

1단계는 이들만 받는 ‘무상복지’ 특혜를 막는 거예요. 서식조건을 없애야 하는 거죠.

누가 해요?

우리가! 언론노조, 시민사회단체, 야당, 시청자. 2단계는 방송 시작 전부터 총선 전까지 3불 운동을 펼치는 겁니다. 첫째, 불참여. 종편들은 초반에 꼴통보수가 아닌 척하기 위해교수 같은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거죠. 하면 안 됩니다.(웃음) 철저히 고립화시켜야죠. 둘째, 불시청. 민방에서 나올 콘텐츠는 상업적이고 유해할 게 뻔해요. 시청률이 낮아야 광고액수가 형편없을 거 아닙니까. 셋째, 불매. 조중동에 뒷돈 대준 기업들 물건 사지 말아야죠. 일제가 전쟁할 때 비행기 헌납해준 거랑 같아요.(웃음) 3단계는 총선 뒤 의회권력의 변화를 이용해야죠. 민방에 주어진 특혜를 환수·폐지하는 입법안을 제출하고 국민청원운동을 벌여 대선 전에 힘을 못 쓰게 해야 해요. 청문회를 열어 허가 문제도 따져야죠.

2라운드 편제, 외국자본을 주목하라

조중동 종편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하는 사람을 찍어야겠네.

마지막이 섬멸! 대선을 통해 권력을 바꾼 뒤 세무조사를 똑바로 해야죠. 유통시장에서 불법판매 단죄하고, 재허가 심사에서 탈락시켜야 합니다. 전임 최상재 위원장이 미디어악법 통과를 1년 이상 늦추는 큰 공을 세워놨어요.

종편이 착근을 못한 상태에서 2012년에 총선, 대선을 치르게 만들었죠. 근데 조중동을 포함해 네 개나 허가를 해줘 다들 놀랐잖아요. 지들끼리 싸우다 망할 확률도 높지 않을까 하고.

안이하게 판단하면 안 되고, 장기적 구도를 이렇게 봅니다. 중앙종편에 아사히티브이, 동아종편에 후지티브이가 들어와 있어요. 저들도 네 개 다 살아남는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외국자본이 포함됐다는 점이 중요하죠. 어차피 2차로 편제를 다시 할 거예요. 1라운드 겨뤄보고 약한 쪽은 엠앤에이 한다고 보는 거지. 손해 안 보고 팔아넘기고, 그러다 외국자본들이 왕창 증자할 거예요. 큰 공룡을 만들어가는 거지. 케이비에스 같은 공영방송은 관영화되고, 엠비시도 약화되고. 지금까지는 정치권력이 앞장섰지만 다음엔 자본의 판으로 만들어간다는 게 최종목표라는 거죠.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2000년)도 케이티 컨소시엄이 이긴 건 엘지가 루퍼트 머독과 손잡았던 게 저항감을 준 거거든요. 한-미 에프티에이(FTA)에서도 외국자본엔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민방만은 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제는 일본 대중문화에 대해 더 개방의 폭을 늘릴 때가 되었다”고 했어요. 그것도 삼일절에. 일본 콘텐츠 가지고 종편 장삿길 터주겠다는 거죠.

신임 위원장으로서 시청자와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을.

제가 정권교체를 말하는 이유는 이 정권이야말로 반언론세력이고 언론파괴자이기 때문입니다.정권과 언론자유는 공존할 수가 없어요. 언론이 언론답게 서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이니 반드시 이뤄내야지요. 20년 넘게 국민 여러분이 매월 2500원씩 내는 돈 일부를 받아 생계를 꾸려왔는데, 앞으로 2년 동안 그 빚을 제대로 갚고자 합니다.

엠비 정권 들어 말이 사라지고 있어요. 말이 사라진 광장에는 쇼만 남는 거죠. 정의는 장식품이 되고.

■ 직설잔설

위리안치, 맹호출림

조선시대 형벌에 유형이 있었다. 흔히 하는 말로 귀양, 즉 멀리 유배를 보내는 것이다. 죄질이 고약한 경우에는 위리안치라고 해서 귀양 간 곳에서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치고 집 밖에 못 나가게 했다. 귀양에 가택연금까지 더한 것이다. 그래도 드나들 사람 다 드나들고 애까지 낳고 살았다. 귀양 가는 사람들이 다 양반이나 종친이라서 그랬는지, 조선 오백년 동안 유배지에서 탈출한 사람이 거의 없다.

케이비에스 정연주 사장의 팔을 비틀어 쫓아내고 김인규 체제가 등장한 뒤, 이강택 피디는 수원에 있는 인적자원센터 연수팀으로 ‘귀양’갔다. 이명선 앵커의 헤딩라인 뉴스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시사투나잇>을 비롯하여 ‘에프티에이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등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프로그램을 제작한 시피급 고참 피디는 쫓겨가 인턴사원이 맡아도 될 만한 식당 예약 같은 일이나 하며 지냈다. 양반이 아니라서 그런가, 이강택은 ‘성은’을 입지도 않았는데 자기 손으로 ‘해배’, 즉 귀양을 풀고 서울로 왔다. 언론노조 위원장이 되었으니, ‘역당’ 그것도 아주 시끄러운 ‘역당’의 수괴가 된 것이다.

평소 허물없는 사이인지라 우리는 케이비에스 피디협회장, 한국피디연합회 회장에 이어 언론노조 위원장 자리에 오른 그를 보고 ‘관운 만땅’이라 놀려댔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한 사람의 이력을 평가할 때는 그가 어떤 자리를 거쳤느냐만이 아니라 언제 그 자리를 맡았느냐는 점을 보아야 한다는 것을. 해방 뒤 갑자기 나타난 너무 많은 독립투사들, 민주정권 수립 이후 홀연히 등장한 수많은 민주투사들이 어떻게 나라를 망쳤는지를 지겹게 보아왔기 때문에.

이강택은 우람한 체구에 호랑이 상이다. 이강택이 유배지를 탈출한 것을 보고, ‘대반격의 시대’를 열겠다는 그의 공약을 보고, 그리고 직접 만나 제일 시끄러웠던 직설을 하고 나니 ‘맹호출림’이란 이런 때 쓰는 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웃 나라의 큰 지진 피해에, 그리고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로 다큐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의 주인공인 송신도 할머니도 실종되셨다는 소식에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은 위안을 받는다. 마음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 한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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