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0.07.28 20:57
수정 : 2010.07.2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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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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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전, 시골의사 박경철(@chondoc)이 물었다. “중대 학생 사찰 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기사 링크와 함께.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solarplant)이 답했다. “중앙대 일은 박범훈 총장께서 발표를 하셨더군요. 그것이 팩트(사실)입니다.” 모두 트위터에서 벌어진 일이다.
트위터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의 대표주자이다. 국내에서만 사용자가 올여름 1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이외에도 소셜 미디어, 소셜 게임 등이 있고, 최근 구글은 소셜 검색이라는 서비스도 들고 나왔다. 카이스트에는 소셜 컴퓨팅 연구소가 생겼다. 도대체 이들은 무엇이기에 하나같이 ‘소셜’이라는 단어를 달고 있는 것일까?
소셜이란 사회, 사교란 뜻이다. 쉽게 말해서 트위터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사람들은 과거 같으면 서로 이야기도 나누기 힘들었을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대화하게 된 것이다. 물론 박경철씨나 박용만 회장 모두 우리 사회 유명인이지만, 두 사람이 서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도 과거엔 쉽지 않았을 것이고, 더군다나 민감할 수 있는 학생 사찰이라는 문제를 놓고 박경철씨가 직접 박 회장에게 묻고 답변을 받는 것도 과거엔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다.
또한 중대 학생 사찰 이슈를 두고 박 회장의 입장을 기존 언론들이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박경철씨가 소셜 미디어인 트위터를 통해 질문을 했고,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답변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는 때때로 기존 언론을 앞서기도 한다.
필자가 최근 전문 조사기관에 의뢰해 설문한 바에 따르면 일반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국내 10대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했을 때 삼성이 모든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트위터 사용자 305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에는 신뢰와 책임감 부분에서는 포스코, 고객의견 청취에서는 엘지(LG), 소통 부분에서는 에스케이(SK)가 1위를 차지하는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기업의 광고나 홍보 등으로 인해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일반 국민과는 달리 소셜 미디어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층에서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이미지만으로 의견을 형성하지 않는다. 이들은 서로 대화를 통해 좀더 심층적인 정보와 의견을 나누며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소셜’의 시대에 과연 기업이나 정부는 어떻게 국민들과 소통해야 할까? 필자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쿨 커뮤니케이션’이다. 핵심은 바로 자기의 장점뿐 아니라 실수나 잘못 앞에서 쿨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오바마는 “책임의 시대에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쿨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현실적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과거처럼 실수나 잘못을 은폐하기가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거리의 모든 시민들이 항상 카메라를 휴대하며, 충성을 강요하는 조직문화도 이제 옛것이 되었다. 과거 정부, 기업, 언론 등이 만들어내는 뉴스를 일방적으로 흡수하던 시민들이 지금은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또다른 뉴스를 생산하고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강용석 의원이 궁지에서 보여준 커뮤니케이션은 전혀 ‘소셜’하거나 ‘쿨’하지 못해 안타깝다. 그는 사고 발생 후 학생들에게 찾아가 사과하기보다는 이들을 이용하려 했고, 기자에게는 변호사를 시켜 소송을 들먹거리며 협박하고, 기사에 대해서는 신입기자의 첫 기사라며 폄하하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소셜 미디어는 이전 시대에 시민들이 다가서지 못하던 진실에 접근하게 만들고 있으며, 시민들을 훨씬 더 ‘스마트’하게 만들고 있다.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이 아직도 시민들이 얼마나 스마트한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안쓰럽다. 조만간 좀더 소셜하고 쿨한 리더를 기대해본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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