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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11 20:02 수정 : 2011.05.11 20:02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안함’과 ‘못함’의 사이는 넓다. 여당에서조차 대통령에게 지적해온 것은 소통의 문제다. 청와대는 나름 열심히 소통했다고 주장한다. 이 간극은 왜 발생할까? 소통의 노력을 안한 것은 아니겠으나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의지’와 ‘성과’의 차이도 크다. ‘살 빼겠다’라는 말이 다이어트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청와대 역시 ‘소통 열심히 하겠다’라고 의지를 보였지만 제대로 된 소통은 눈에 띄지 않는다.

소통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현상은 안타깝기도 하지만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기도 하다. 도대체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제대로 소통을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시간이 지날수록 청와대가 소통의 구체적 의미와 실천 방법을 모르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대통령의 소통에는 크게 세 가지 기둥이 필요하다.

첫째, 메시지 개발과 의제 선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 부분에서 비교적 성과를 올렸다. ‘공정사회’ ‘친서민’ ‘동반성장’을 진보세력보다 한발 앞서 제안하며 움직였다. 소통의 기술로 보면 스마트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통의 문제가 시작하는 지점도 여기다. 비중으로 따지자면 메시지 전달은 100점 중 30점을 차지하는 기둥이다. 아직도 소통을 멋진 메시지 전달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있다. 청와대가 소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방향적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하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둘째, 30점의 비중을 차지하는 또 하나의 기둥은 듣기와 공감 능력이다. 대통령이 진정 소통하고자 했다면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이나 국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와 “해봤어?”로 요약될 수 있는 그의 소통 스타일은 경청과는 거리가 멀다. 정치 컨설턴트인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그의 책에서 정치인의 소통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정치적 비전을 설명할 시간에 차라리 대중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주는 편이 훨씬 낫다. 왜냐하면 대중은 자신의 문제에 관심을 보여주는 정치인에게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듣기 능력은 공감 능력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청와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빨리 금융위기에서 탈출했으며, 청년실업률 지표도 가장 우수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민들의 마음과 표정 속에는 불안이 가득하다. 소통에서는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해석에 항상 간극이 존재한다. 소통을 잘한다는 것은 바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간극을 줄여주는 능력을 의미한다. 왜 말을 잘 못 알아듣느냐고 주장하는 것은 아마추어의 대사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40점짜리 기둥이 있다. 시민 의식이 발달하고 소셜 미디어 등으로 투명사회가 되면서 이 중요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바로 메시지와 행동의 일치이다. 만약 직원들이 회의시간 5분 전에 와서 미리 준비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리더가 소통하려 한다고 치자. 이때 제일 좋은 소통은 리더가 회의마다 5분 전에 와서 대기하는 것이다. 소통의 ‘종결자’는 행동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다. ‘친서민’ ‘실용주의’ ‘공정사회’라는 ‘산뜻한’ 메시지는 구체적인 정책적 행동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현 정부가 한 일에서 친서민·실용·공정과 관련하여 떠오르는 정책이 있는지 물어보라. 청와대가 국민에게 가장 불신받는 기관이라는 최근 조사 결과는 구차한 설명이 필요 없다. 메시지로 말한 것을 실천으로 옮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은 임기 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최고 소통 전략은 무엇일까? 친서민·실용·공정사회를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액션 프로그램을 한 가지씩만 골라서 실천하는 것이다. 프로그램 아이디어? 스스로 제시한 ‘공약집’부터 펼쳐보라. 새로운 구호나 약속을 하려 하지 말고, 그동안 말로 해왔던 약속 중 중요한 것부터 실천하길. 제발 소통 좀 “해보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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