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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11 18:46 수정 : 2011.07.11 18:46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블로거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정부 주도가 아닌 블로거로부터
스스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경험은 짜릿하다. 직책이 인간에게 매력적인 이유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파워’를 주기 때문이다. 사회적 영향력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있다. 바로 ‘뉴스’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만나서 이야기해본 적이 없는 연예인이나 정치인, 기업인에 대한 의견이나 선호도는 많은 부분 ‘뉴스’에 의해 형성된다. 당연히 뉴스를 생산하는 기자 역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정부나 기업은 언론사나 기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기삿거리 제공에서 접대까지 다양한 대언론 활동을 한다.

필자가 몸담아왔던 기업 커뮤니케이션 혹은 홍보 분야가 접하는 가장 큰 비난 중의 하나는 이른바 ‘언론 플레이’라는 점이다. 일부 학자들은 정부나 기업의 언론 플레이가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이를 감시하기 위한 기구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 플레이 중심의 홍보도 소셜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그 힘을 상당부분 잃고 있다. 이를테면 예전에는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는 노력으로 시민들의 인식을 ‘길들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희망버스 사태에 대해 보수언론은 소극적인 보도를 하고 있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생생한 사진과 직접 참여한 사람들의 증언이 넘쳐나고 있다.

기존의 엘리트 기자 중심의 뉴스가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뉴스라면, 소셜미디어는 시민으로부터 올라가고 확산되는 뉴스다. 이 과정에서 기자와 대등한 혹은 그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블로거들이 생겨났다. 기업들은 파워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잡음도 많았다.

2006년 필자가 당시 근무했던 국제 홍보 컨설팅사인 에델만의 미국 본사에서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에델만의 고객이었던 월마트는 두 명의 블로거를 통한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 블로거들이 에델만을 통해 후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투명하게 밝히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결국 회장인 리처드 에델만이 잘못을 인정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블로그 마케팅’이라는 것의 윤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한 파워 블로거가 공동구매를 주선하는 과정에서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수수료를 받은 사건으로 소동이 있었다. 사실 이런 사태는 이미 예상했던 것이기도 했다.

일부 블로거들은 기존 언론들도 샘플에서부터 각종 접대를 받고 기사를 쓰는데, 블로거만 갖고 비난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 블로그가 수익 수단이 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블로거가 가진 신뢰도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기업으로부터 받는 후원 관계를 밝히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된다는 점이다. 광고와 달리 블로그의 글은 블로거나 기업이 밝히기 전에는 후원 관계를 알기 힘들다. 미국의 입소문마케팅협회 등의 기관에서도 블로거가 후원을 받았을 경우 이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블로그 활동에 대한 규제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 블로거들이 자초한 것이기도 하지만, 블로그 미디어인 테터앤미디어의 명승은 대표가 지적하듯, 현재 필요한 것은 규제보다는 가이드라인이다. 중요한 것은 블로거에 대한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정부 주도가 아닌 블로거들로부터 스스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주도하는 블로그 활동이 투명성과 신뢰를 잃는다면, 블로그의 생명도 거기까지일 것이다.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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