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4.02 19:18
수정 : 2012.04.0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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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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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잡힌 삶에 행복이 있다
인생의 비밀은 어쩌면
‘양다리’에 있는지도 모른다
1. “나도 똑같이 했는데 누구는 부장 승진하고 저는 안 되나요?” 이런 불평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일에는 두 가지가 있다. 내 ‘몸’을 움직여서 하는 일이 있고, 남의 ‘맘’을 움직이는 일이 있다. 나는 전자를 ‘작업’, 후자를 ‘소통’이라고 정의한다. ‘똑같이’ 열심히 일했다고 할 때에는 보통 ‘작업’을 놓고 생각하는 경우인데, 승진이 된 사람과 아닌 사람의 차이는 ‘소통’일 경우가 많다. 즉, 남의 맘을 움직이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 중 80%는 이유가 한 가지다.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방법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피플스킬>의 저자 로버트 볼턴의 말이다. 물론 사람 관계 맺기만큼 피곤하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도 없다. 사실 초급 직원일 때는 관계 맺기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다. 주어진 일을 기술적으로 잘 처리하면 된다. ‘골드칼라’라는 말을 처음 제안한 로버트 켈리에 따르면 기술적 능력은 팀장 정도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 이상으로 올라갈수록 기술적으로 일하는 능력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소통을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쌓는 능력은 중요해진다. <일 잘하는 당신이 성공을 못하는 20가지 비밀>을 쓴 리더십 코치인 마셜 골드스미스는 쓸데없는 비평, 파괴적인 말, 부정적 표현, 잘난 척하기, 인색한 칭찬, 변명, 핑계, 사과하지 않기, 경청하지 않기, 감사하지 않기, 엉뚱한 화풀이 등등을 버려야 할 습관으로 꼽는다. 소통을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유명 경영 컨설턴트로서 <파워 리스닝>을 쓴 버나드 페라리는 대화할 때 20%는 말하고 80%는 듣는 ‘20 대 80의 법칙’을 제안한다. 승진의 해법은 인간(人間)이라는 단어에 들어 있다. 사람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한다는 진실 속에.
하지만 승진한다고 해도 그것이 꼭 성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잠시 쉴 틈도 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면 팀장과 임원의 자리에 올랐어도 더는 성장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성장은 혼자 있는 시간, 즉 남이 아닌 자기 자신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하루 동안 있었던 자신의 느낌을 노트에 적어 내려갈 때, 업무와는 무관한 책을 읽으며 생각에 잠길 때, 산책을 하며 자신에 대해 고민해볼 때… 자기 마음속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성장한다. 외롭게 책을 읽고, 산책하며, 글을 써보는 경험 속에서 사람은 성장한다.
2. 승진이 꼭 성장을 의미하지 않듯, 성공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 30대 나에게는 직업적으로 나름 커다란 성공이 있었다. 인턴으로 시작한 회사에서 사장이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성장도 멈춰버린 것 같았고, 그다지 행복하지도 않았다. 그즈음 나의 코칭을 맡았던 호주의 한 코치는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균형’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4가지 균형을 강조했다. 일, 친구나 가족과 보내는 시간,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여가, 그리고 나만의 놀이. 난 일 빼고는 ‘별 볼 일 없는 인간’이었다. 마흔이 되던 해에 직장을 박차고 나와 반년 동안 원 없이 ‘하프타임’을 즐겼다. 목공소에서 가구를 만들었고, 책에서만 보던 곳을 찾아다녔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
혼자서 외로운 시간을 즐기면서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하고, 일에서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개인적으로 균형잡힌 삶을 살 때 행복할 수 있다. 인생의 비밀은 어쩌면 ‘양다리’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바쁜 생활 속에 헤매는 요즈음 난 또 한 번의 ‘하프타임’을 꿈꾼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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