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7.16 19:12
수정 : 2012.07.16 19:12
|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정치드라마가 아니라 국민 삶과 관련된 정책드라마다.”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원장의 후보 단일화 구상에 대한 의견을 묻자 박근혜 의원이 한 말이다. 정치인으로서 전략적 지혜가 돋보이는 발언이다. 한가지 현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정치드라마를 원하는 사람도 꽤 있다는 점이다. 야권은 박 의원의 이 말을 잘 곱씹어봐야 한다.
#1. 이번 대선에서 ‘정책드라마’는 일단 새누리당 몫이다. 보수진영이 경제민주화를 들고나온 것에서부터 정책드라마는 시작되었다. 야권이 가짜네 뭐네 비판할수록 차별화는 안 되고 결국 대선의 정책 어젠다 리더십에서 새누리당의 지분은 더 커질 것이다.
#2. 야권은 정책드라마로는 별 승산이 없을 것이고, 오히려 ‘정치드라마’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당사자에게 정말 미안한 질문이지만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들에게 “만약 당신이 대선 후보가 돼도 선거에서 질 것이 확실하다면 차선으로 바라는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여권 후보가 당선되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아니더라도 ‘여권이 아닌’ 후보가 당선되길 바라는가?”라고 묻는다면 어떨까? 현재 야권은 궁지에 몰려 있다. 엉뚱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어떻게 하면 야권이(혹은 후보인 내가)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보다는, 좀 ‘치사’하지만 “어떻게 하면 여권이 패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야권에게는 전략적으로 더 적절하다.
‘여권이 패배하는 전략’의 핵심에 안철수 원장이 있다. 안 원장의 지지를 받거나, 아니면 안 원장으로 힘을 모으거나. 안 원장은 여권에 가장 큰 ‘두려움’이고 야권에는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한다. 야권 최악의 시나리오? 안 원장이 고민 끝에 정치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안 원장과 만들어내는 정치드라마가 결국 야권이 승리하는 핵심 전략이다.
#3. 안 원장은 대통령이 된다 하더라도 기득권이 아닌 시민 다수를 위한 정책을 펼 것이라는 신뢰감이 있다. 적어도 사람들은 그가 ‘꼼수’를 부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꼼수 없는 원칙주의자라는 사실이 그가 국가를 잘 이끌어갈 수 있다고 보장하지 않는다. 정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여권이 전략적으로 가장 공격할 부분이다. 반면 안 원장은 정치에 무관심하고 염증을 느꼈던 층, 그리고 2030 ‘잉여’층의 정치적 목소리와 지지를 끌어오는 데 폭발적인 힘을 낼 것이다.
똑똑한 새누리당은 ‘정책드라마’를 계속 만들며 리드할 것이다. 야권 최악의 자충수는 ‘새누리당 정책드라마는 가짜 드라마!’ 패러다임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는 ‘반대 프레임=필패’라는 또하나의 ‘선거 연구 사례’만 만들어줄 것이다.
훌륭한 전략은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지난 5일 <한겨레> 오피니언넷부 강희철 부장 칼럼을 보라. 이번 대선은 박근혜 의원의 ‘콜드게임승’이 유력하다. 야권이 이를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은 안 원장이 ‘주연’ 혹은 최소 ‘조연’으로 출현하는 ‘정치드라마’다.
만약 안 원장이 후보가 된다면 2010년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조국 교수가 나눈 대화처럼 ‘드림팀’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안 원장의 ‘착한 의도’를 훌륭한 ‘정치적 결과’로 만들 수 있는 ‘드라마 제작 스태프’를 미리 소개하는 것 말이다.
어쩌면 국민들은 이런 정치드라마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여권이나 야권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정치인’이 ‘당혹해하는’ 드라마를. ‘정치판’이 바뀌는 드라마를. ‘어느 정당’이 아니라 ‘시민이 이기는’ 드라마를. ‘변화’라는 제목은 이 정도 드라마에나 어울리지 않을까?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