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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5.27 19:34 수정 : 2013.05.27 19:34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가상 상황 1. 누가 봐도 사고 칠 것 같은 윤씨를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쓰려 했다. 충직한 비서관이 윤씨만은 안 된다고 직언을 했다. 대통령은 결국 윤씨 대신 다른 사람을 임명했고, 그는 무난하게 대변인직을 수행했다. 대통령은 윤씨가 성추행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사건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무난한’ 대변인을 보면서 ‘윤씨라면 더 적극적으로 잘했을 텐데…’ 하고 아쉬워했을지 모른다. 결국 진심 어린 직언을 한 비서관은 어떤 칭찬도 받지 못한다. 오히려 대통령의 뜻을 거스른 사람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가상 상황 2. 한 우유회사가 오랫동안 대리점에 ‘밀어내기’를 했다. 보다 못한 대리점주들이 동영상 다큐를 만들어 문제를 제기하고 공정위에 제소했다. 몇 달 뒤, 검찰이 조사하고, 젊은 영업직원이 삼촌뻘 대리점주에게 ‘갑질’하는 통화파일이 공개된다. 오너는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측하고 주식을 팔아치운다. 내부에서 임원회의가 열린다. 회사의 장래를 걱정하는 한 임원이 말한다. “여론이 극도로 좋지 않습니다. 회장님의 주식 매도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수 있겠지만, 회사가 용서를 받고 신뢰를 회복하려면 지금은 자제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한 기자회견에 대표와 함께 나가 회장님께서 직접 사과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회사의 장래보다 회장에게 잘 보여 자신의 장래를 보장받고자 하는 다른 임원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게 무슨 말이야? 회장님이 법을 어기셨나? 그리고 기자회견에 왜 회장님이 나가셔야 하나? 당신 우리 회사 임원 맞아?”

가상 상황 3. 대표적 생활문화기업이 비자금에 주가조작으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 2008년에도 비자금 의혹으로 위기를 맞을 뻔했지만, 그냥 지나가게 되었다. 이 기업을 충심으로 생각하는 임원이 2008년에 이렇게 말한다. “이 문제는 재무팀도 홍보팀도 아니고 오너께서 직접 밝히고 대국민 사과 하고 2선으로 물러나셔야 향후 더 큰 문제를 피하고 회사를 살릴 수 있습니다. 몇 년 안에 검찰이 다시 수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의견은 회장에게 전달되지 않고, 이 임원은 타의로 회사를 떠나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상이 위기관리와 관련해 조직이 겪게 되는 딜레마다. 다가오는 위험에 대해 직언을 한다 해도 이득보다 위험이 크다. 위기가 터진 뒤에 리더에게 직접 나서도록 직언했다가는 ‘간신’들에 의해 제거될 가능성이 높다. 곧, 리더에게 직언하여 얻는 실질적 이득은 거의 없다. 이 딜레마를 풀 수 있을까? 그래서 대통령과 오너가 위기를 예방하고, 실제 발생 상황에서는 주도적으로 상황을 관리하여 결국 국가와 기업은 물론이고 자신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가 자신과는 직접적 이해관계가 비교적 적은 외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내부에서 직언할 수 있는 ‘판’을 직접 깔아주는 것이다. 좋은 리더는 외부 로펌의 화려한 변호인단을 준비하는 것 못지않게, 위기 상황에서 조직을 살리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직언할 수 있는 현자(賢者)를 찾아 의견을 청취한다. 또한 글로벌 기업들은 내부에서 ‘테러리스트 게임’을 진행한다. 외부의 입장에서 자신들이 속한 조직을 공격해보면서 자신들이 처할 수 있는 위험을 예측해보는 위기관리 기법이다. 일부러 반대의 입장을 취하는 ‘데블스 애드버킷’(악마의 변호인)을 내외부에 두고 듣기를 제대로 실천하는 리더만이 위기를 예방하고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정말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러지 못한 리더 세 사람을 목격하고 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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