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로 글을 쓰는 것이 관행이던 당시 그는 토스카나 토속어를 바탕으로 라틴어와 다른 지방의 사투리를 섞어서 ‘이탈리아어’라는 합성어를 만들어 시를 썼다. 그 결과 성직자와 평신도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이탈리아어가 탄생하였다. 따라서 프랑스 사람들이 이탈리아어를 ‘단테의 언어’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특징 중 하나가 토속어로 글을 썼다는 것이니, 그가 르네상스의 원조였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의 명성은 이탈리아어를 확립시킨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최고 걸작 <신곡>은 중세의 세계관을 실감나게 보여주면서 그를 이탈리아에 국한되지 않은 세계의 문호로 격상시킨다. “지옥”, “연옥”, “천국”의 삼부로 구성된 이 서사시에서 단테는 로마 시대의 시인 베르길리우스 안내를 받아 지옥과 연옥을 두루 살핀다. 천국에서는 구원의 여인 베아트리체가 그를 인도한다.
서정적이고 신학적인 연옥과 천국에 대한 묘사와 비교할 때 지옥의 모습은 눈앞에 보이는 듯 가장 생생하다. 지옥에도 급수가 있어 아홉 단계로 나뉘는데, 죄가 무거운 자들일수록 더 깊은 곳에 위치한다. 가장 깊은 쪽에서 탐관오리, 사기꾼, 친족과 조국의 배신자들이 지옥 마왕의 앞잡이 노릇을 한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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