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 활동이 방대했던 디드로였지만 재산은 모으지 못했다. 문인들에게 주어지곤 했던 관직 하나도 차지하지 못했다. 딸의 결혼식이 다가오고, 관례대로 지참금을 준비해야 했으나 마련할 길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장서를 팔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대제가 디드로의 재정적 곤궁을 알게 되었다. 대표적인 계몽전제군주의 한 사람으로서 문인들과 교류하며 후원하던 여왕이었다.
여왕은 파리에 사람을 보내 디드로의 장서를 사게 했다. 이미 책값을 받은 디드로에게 여왕은 책을 그대로 보유하도록 지시했다. 그런 뒤 그 책들에 대한 사서로 디드로를 고용하여 급여를 지급했다. 학문의 후견인으로서 여왕의 마음 씀씀이가 돋보인다. 1784년 7월 파리에서 뇌졸중으로 디드로가 사망한 뒤 유족이 보낸 장서를 여왕은 러시아 국립도서관에 기증했다.
<운명론자 자크>는 1992년에 번역 출간되었으나, 어쩐 일인지 곧 절판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절묘한 수작이 다시 독자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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