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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9.25 19:02 수정 : 2013.09.25 19:02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아서 러브조이는 미국 특유의 지성사 전통을 확립시키는 데 크게 공헌한 역사가다. 그는 철학이나 사상의 역사에서 중요하게 꼽히는 저서를 많이 집필한 것은 물론, 동료 학자들을 규합하여 학술 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1940년에 미국에서 <관념사 잡지>가 태동한 것은 그가 기울인 노력의 한 결실이라 말할 수 있다.

그의 독특한 접근 방법 중 하나는 ‘단위 관념’이다. 그것은 어떤 철학 사조나 사상가의 체계가 아무리 복잡해 보인다 해도 그것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를 추출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 출발한다. 그러한 ‘단위 관념’이 시대에 걸쳐 어떻게 생성되고, 어떻게 다른 관념이나 현상과 관련을 맺으며 변천했는지 그 과정을 연구하는 것이 지성사가의 과제라는 것이다.

<존재의 대연쇄>는 그 방법론을 적용시킨 역작이다. ‘존재의 대연쇄’란 최고의 존재인 신으로부터, 천사들의 위계질서를 거쳐 인간과 동물과 식물과 무생물로 우주가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이다. 모든 존재가 사슬의 한 고리를 이루며 다음 사슬로 미세한 차이만을 보이며 연결되어 있다. 사슬에서 한 고리가 사라지면 사슬 전체가 붕괴되듯, 모든 존재는 우주를 구성하는 필수적인 부분이다. 서양에는 이러한 관념이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왔다는 것이다.

오지에서 미지의 생물이 발견되었을 때 사람들은 이 연쇄의 한 고리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이 관념은 질적으로 진화해 최고의 선으로부터 최저의 악까지 지상에 존재해야 할 필연성에 대한 논리로 이어졌다. 신은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권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악은 만들지 않았다. 신은 피조물에게 완전성을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악이 존재할 수 있는 여지를 두었을 뿐이다. 위대한 사상가들이 악을 판단의 무능함이나 선의 결여라고 여긴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 땅에도 악은 존재한다. 뉴라이트의 활동을 보노라면 ‘무능’과 ‘결여’ 위에 ‘타락’이란 단어를 더하고 싶다.

조한욱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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