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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29 21:09 수정 : 2011.09.29 22:03

위키리크스 공개 ‘주한 미국대사관 기밀 전문’
“외교부 중동과장, 미 대사관 관계자에 털어놔”

이명박 정부가 ‘자원 외교’의 성과라고 홍보했던 2009년 2월 ‘한국-이라크 포괄적 유전개발 협력 양해각서(MOU)’가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서둘러 발표된 것이라고 외교통상부 관계자가 미 대사관 관계자에 털어놨던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고발 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주한 미대사관의 2009년 2월26일자 기밀 외교 전문을 보면, 곽성규 당시 외교통상부 중동과장은 이틀 전 청와대의 발표와는 달리 양해각서에는 양국이 이행해야 할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며, 정상회담 전에 작성된 초안이 “조급하게”(prematurely) 공개됐다고 얘기한 걸로 나온다. 그는 24일 열린 두 나라 정상회담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시간이 부족해 합의문을 구체화하지 못했다고 설명하며 그해 5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릴 장관급 회담에서 결론을 짓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나흘(2월23~26일)의 일정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한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한국 정부가 이라크의 주요 사회 간접자본(SOC) 건설에 참여하는 대가로 남부 바스라 지역의 20억배럴에 이르는 유전개발권을 취득하는 등 총 사업 규모 35억5000만달러(약 4조2351억원)에 이르는 경제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주한 미대사관은 “곽(과장)이 방한(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지만, 한국인들은 이미 청와대가 발표한 경제협력 양해각서 내용이 완결된 게 아니란 데 대해 실망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붙였다. 정상회담 한달여 뒤, 이라크 정부가 쿠르드 유전개발에 참여한 한국석유공사와 에스케이(SK)에너지 등 한국 기업들을 유전개발 입찰에서 배제한다고 재차 선언해, 결과적으로는 주한 미대사관 쪽 평가가 맞은 셈이 됐다.

앞서 위키리크스를 통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400억달러 규모 원자력 발전소 사업 수주가 사실은 발표 한 달 전에 확정됐던 것이지만, 이 대통령의 방문 이후로 발표가 미뤄졌다는 전문(2010년 12월30일자)도 공개된 바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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