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5.17 22:02
수정 : 2012.01.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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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행훈 언론인·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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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적지 않은 정권이 정부광고를 언론을 조종하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에는 정부광고를 많이 배정해서 보상하고 권력에 비판적인 매체에는 정부광고를 적게 배정하거나 아예 주지 않는다. 비판과 비협조에 대한 응징이다. 미국 워싱턴에 자리잡고 있는 언론자유옹호단체인 국제저널리스트센터(ICFJ)가 한 연구 보고서에서 내린 결론이다. 재스민 혁명이 일어난 튀니지의 언론인조합 회장 로트피 하지도 2005년에 이미 비슷한 말을 했다. 아랍 세계에서도 정부가 비위에 거슬린다고 기자를 감옥에 함부로 잡아넣어 외국의 손가락질을 받는 짓은 하지 않으며, 광고를 통해서 언론을 조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도국 독립언론 촉진 단체인 국제언론지원센터(CIMA)도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에서 라틴아메리카의 경우 정부들이 노골적인 전통적 검열 방법은 사용하지 않고 “부드럽고 간접적인 검열”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 부드러운 검열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언론자유를 조금씩 잘라낸다. 정부광고를 이용해서 언론의 내용에 확실하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미국의 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의 언론자유 보고서도 미국 국무부 조사를 인용해서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 정부가 반복적으로 광고 계약을 이용해서 언론기업을 보상하거나 응징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남의 나라 이야기만이 아니다. 얼마 전 <미디어오늘>(5월4일)은 이명박 정부의 고용노동부가 작년 한 해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에 배정한 정부광고 내용을 보도했다. 유일하게 <한겨레>에만 한 건도 배정하지 않은 반면에 <동아일보>, <문화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에는 많게는 17회나 광고가 실렸다. <미디어오늘>은 고용부가 어떤 기준으로 신문에 따라 정부광고 횟수의 차이를 두었는지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 정부가 비판적인 신문에 보복적 조처를 취했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굳이 고용부의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광고 배정은 위에서 소개한 국제적인 언론인 단체가 조사해서 분석한 결론과 맥이 완전히 같다. 정부에 우호적인 신문에는 상을 주고 비판적인 신문에는 보복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보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고용부가 민주당 이미경 의원 의원실에 제출한 지난해 고용부 정부광고 내용은 이명박 정부가 한국 신문에 매긴 ‘점수’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정부광고가 한 건도 배정되지 않은 <한겨레>는 제외하고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1곳 중에서 가장 많은 광고비를 배정받은 신문사는 8420만원(8회)을 수주한 동아일보였다. 그다음 문화일보 7620만원(17회), 중앙일보 6160만원(8회), 조선일보 5290만원(6회) 차례였다.
광고로 언론기업과 언론 내용을 조종하려 드는 것은 비단 정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어느 면에서는 더 교활하고 더 음흉하게 광고로 언론을 조종하고 옥죄고 있는 것이 대기업과 대자본이다. 삼성의 비리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의 말을 보도했다는 ‘괘씸죄’로 2년 가까이 한겨레에 광고를 내지 않은 삼성의 행동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 못지않게 언론을 경멸하고 협박할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낸 오만의 발로였다. 자본의 ‘광고 협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자들의 ‘성원’을 호소하는 언론사들이 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궁극적으로 대기업의 광고 협박에서 신문을 구할 사람은 독자일 수밖에 없다.
장행훈 언론인·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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