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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12 20:41 수정 : 2012.06.12 20:41

미디어 전망대

프랑스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가 대통령이 된 지 벌써 한 달에 가깝다. 그동안 언론은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고쳐보겠다는 공약을 내건 올랑드의 정책 못지않게 언론인 출신 퍼스트레이디 발레리 트리어벨레의 이야기를 많이 다뤘다. 특히 언론인 생활을 계속하겠다는 트리어벨레의 고집 때문에 역사상 최초의 언론인 퍼스트레이디가 등장한 것을 계기로 하여 프랑스 언론계는 언론인과 정치인의 관계를 다시 조명하는 토론을 벌이고 있다. 트리어벨레가 언론인 생활을 계속한다는 것은 단순히 퍼스트레이디가 직업을 갖는다는 화제성을 넘어, 권력을 감시할 언론이 최고 권력과 동거하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간 <누벨옵세르바퇴르>가 표지 특집 제목으로 제시한 대로 언론인과 정치인의 관계는 “위험한 내연관계”로 타락하기 쉽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남편이 장관이 될 경우 언론인 부인은 언론을 떠나야 하는 관례를 세워 정치와 언론의 “내연” 또는 “근친” 관계를 견제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야, 보수, 진보에 차이가 없다.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에서 베르나르 쿠슈네르가 외무장관이 되자 유명한 텔레비전 앵커이며 방송인인 부인 크리스틴 오크랑이 방송계를 떠나야 했다.

올랑드 정부에서도 아내를 방송인으로 둔 장관이 세 명이나 된다. 모두 현재 맡고 있는 프로그램 진행자 자리를 그만둬야 한다. 여성들로서는 어렵게 확보한 방송 앵커 등의 자리를 떠나야 하기 때문에 왜 남편 때문에 여성이 희생돼야 하냐는 불평이 많다. 방송인 아내를 위해서 정치인 남편이 장관직을 그만둘 생각은 왜 못하느냐는 항의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정치와 언론이 경계선이 없이 교류하게 될 때 부패할 위험이 높다는 데는 대다수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프랑스인 54%는 언론인-정치인 부부 중 한 사람은 자리를 떠야 하는 관행을 지지한다는 것이 한 여론조사 결과다.

새 정부에서 생산부흥장관에 임명된 아르노 몽트부르의 부인 오드레 퓔바르는 이미 2010년 10월 남편이 사회당 대선 예선 후보 출마를 선언했다고 해서 케이블 텔레비전 <카날 플뤼스>로부터 정치 토론 프로그램 진행을 중단당하는 황당한 일을 당하기도 했다. 남편 몽트부르가 대선 본선도 아니고 예선 출마를 선언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리를 박탈당한 것이다. 이는 지나친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데다 정치와 언론의 ‘공모’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과민해진 데 따른 조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처럼 정치와 언론은 함부로 넘나들어서는 안 될 경계가 필요한 영역이다. 그런데 바로 엊그제까지 대선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지휘한 사람을 공영방송의 사장으로 임명하면 말썽이 없겠는가? 선거운동을 지휘한 사장 밑에서 공영방송이 공정한 정보를 보도할 수 있겠는가?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집권할 때에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이명박 정부의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언론인들이 자리를 걸고 파업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대선에서 패배한 사르코지의 대중운동연합 간부들은 언론의 편파보도가 패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사실이라면 사르코지가 언론을 조종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가 언론을 심하게 억압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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