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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9.04 21:07 수정 : 2012.09.04 21:07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미디어 전망대]

19대 국회 개원 협상 합의 사항인 언론청문회가 무산될 위기다. 새누리당이 온갖 핑계를 대며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예 처음부터 지킬 의지가 없었던 듯하다. 여당으로서 개원은 해야 하니 사탕발림으로 청문회 개최 약속을 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개원은 일단 했으니 모르쇠를 하며 일단 버티고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된다는 계산일지 모른다. 언론청문회는 다른 사안과는 달리 한시가 급하다. 여전히 공정성은 회복되지 않고 있으며, 비판적 기자와 피디들은 해고와 징계의 칼날을 받거나 언론 현장에서 핍박받고 쫓겨나있다.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은 방송사 파업도 끝났으니 정상화된 것 아니냐고 우긴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피하는 것은 치졸하고 구차하다. 청문회를 통해 자신들의 언론 정책이 정당했음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릴 절호의 기회이지 않은가. 정권이 언론을 장악했다는 시민단체나 노조 및 야당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면 국회에서 당당히 공론화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당이 취할 태도다.

7월과 8월 임시국회에서도 언론청문회는 개최되지 않았고 이제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정기국회에는 국정감사도 있고 처리해야 할 민생 법안들도 많다. 민생이라고 하면 당장 실생활 관련 법안을 말하는 것인 모양이다. 그런데 언론을 바로세우는 것이 그보다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 언론이 공정하게 보도하지 않고 여론을 오도하는데 민생 관련 의제가 제대로 다루어질 리 없다. 언론청문회는 민생 현안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국정 감사보다도 언론청문회는 더 중요하다. 언론이 건강하게 살아 있으면 국회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비판과 감시자의 구실을 톡톡히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대선 국면이 점점 달아오르면서 언론 청문회가 흐지부지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한다. 사실 대선은 앞으로 대한민국 5년의 앞날을 가름하는 너무나 중요한 민주적 축제다. 특히 한국처럼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나라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언론이 바로 서지 않고서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선택이 이루어지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권력에 장악돼 편향적이고 불공정한 언론 현실을 국민들과 함께 진단하고 조사해 밝혀내고 건강한 체제를 모색하는 것이 언론청문회다. 언론청문회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청문회를 요구하던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목소리에도 힘이 많이 빠져 있는 듯하다. 치열하게 요구하고 집요하게 쟁점화할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의석 수가 적어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스스로 무기력증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물론 의석 수는 매우 중요하다. 하나 더 중요한 것은 명분과 정당성을 누가 얻느냐다.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전략도 의지도 부족하니 여당에 끌려 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정감사를 통해 언론 장악 의혹과 논란을 밝힐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청문회처럼 깊이 있고 폭넓게 다룰 수가 없다.

지금 언론에 대한 청문과 조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 제출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일부 의원들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법안 내기 경쟁이라도 벌이는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법안을 쏟아냈다. 국회의원이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은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고, 이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의 순서가 있다. 진단조차 제대로 안돼 있는데 처방전을 들이미는 꼴이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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