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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1.27 20:17 수정 : 2012.11.28 10:03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미디어 전망대] ‘모바일 격차’가 불러온 또다른 소외

케이티엑스(KTX)에는 자유석 제도가 있다. 자유석이란 요금은 조금 싸지만 운이 없으면 서서 가야 하는, 좌석이 지정되지 않은 승차권을 말한다. 주말에 케이티엑스를 이용하다 보면 종종 자리에 못 앉고 힘들게 서 있는 이들을 보게 된다. 이들의 상당수는 중장년층이다. 젊은이들이 이어폰을 끼고 앉아 가는 것과 상반된다. 그러고 보면 서울역 매표 창구에서 줄을 서서 표를 사려는 이들도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다.

이 현상을 낳게 한 원인 중 하나는 스마트폰 이용이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케이티엑스 예매가 가능한 사람들은 이른바 시간의 미시조정을 통해 빈 좌석을 미리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다. 반면,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매표 창구에서 마냥 표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는 모바일 격차 현상의 하나다. 모바일 격차를 설명하는 중요한 변수의 하나는 연령이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정보 격차 조사 결과를 보면, 2011년에 전체 국민의 39.6%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데 반해, 장노년층의 이용률은 6.2%에 불과했다. 2012년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일반 국민과 장노년층의 스마트폰 이용률이 무려 40%포인트 이상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소득층의 상황도 다를 바 없다. 모바일은 텔레비전·신문·피시와 같은 공용매체가 아닌 개인매체다. 그렇기에 개인당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매우 높아서 소득 격차가 그대로 전이된다.

피시 기반의 정보 격차가 해소되고 있지만 모바일 영역에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는 생활기술로서 삶의 효율성과 생산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모바일 기기를 다룰 수 있느냐 또는 없느냐의 문제는 삶의 질과 기회를 결정짓는다고 말할 수 있다.
KTX. 한겨레 자료사진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모바일 격차로 인한 ‘이중 격차 현상’이다. 기존에 인터넷 접속이 원활하지 않거나 이용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모바일에서도 뒤처지면서 사회적으로 완전히 배제될 확률이 높아졌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불필요한 거래 비용을 줄이지 못하는 계층들은 계층 상승의 기회를 상실할지도 모른다.

또한 모바일 격차는 2차 격차를 유발한다. 예를 들어 신문이나 방송으로만 정치 정보를 습득하는 사람과 모바일 기반의 에스엔에스(SNS) 정보를 동시에 이용하는 사람 간에는 정치 정보 습득의 다원성, 정치 지식의 형성, 의견 표명 등을 아우르는 정치 참여 격차가 나타난다. 모바일 격차는 비단 정치 분야뿐만 아니라 문화, 경제, 대인관계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초연결사회에 들어서 있다.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물, 그리고 사람과 사람 간의 연결이 촉진되면서 대부분의 정보와 소통이 연결에 기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연결로부터 배제되는 것은 사회적 배제와 낙오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배제되는 사람을 최소화하고 계층간 격차를 줄이는 모바일 격차 종합 정책이 절실하다. 지속 가능한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법적이고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여야 대선 후보들은 다양한 복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모바일 격차 해소에 대한 디지털 복지 정책은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 모바일 격차가 미래에 대한 기회 격차라는 점을 차기 정부에서 중요한 의제로 여기고 이를 고려하길 기대해 본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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