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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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망대] ‘모바일 격차’가 불러온 또다른 소외
케이티엑스(KTX)에는 자유석 제도가 있다. 자유석이란 요금은 조금 싸지만 운이 없으면 서서 가야 하는, 좌석이 지정되지 않은 승차권을 말한다. 주말에 케이티엑스를 이용하다 보면 종종 자리에 못 앉고 힘들게 서 있는 이들을 보게 된다. 이들의 상당수는 중장년층이다. 젊은이들이 이어폰을 끼고 앉아 가는 것과 상반된다. 그러고 보면 서울역 매표 창구에서 줄을 서서 표를 사려는 이들도 대부분 나이가 지긋하다. 이 현상을 낳게 한 원인 중 하나는 스마트폰 이용이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케이티엑스 예매가 가능한 사람들은 이른바 시간의 미시조정을 통해 빈 좌석을 미리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다. 반면,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매표 창구에서 마냥 표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는 모바일 격차 현상의 하나다. 모바일 격차를 설명하는 중요한 변수의 하나는 연령이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정보 격차 조사 결과를 보면, 2011년에 전체 국민의 39.6%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데 반해, 장노년층의 이용률은 6.2%에 불과했다. 2012년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일반 국민과 장노년층의 스마트폰 이용률이 무려 40%포인트 이상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소득층의 상황도 다를 바 없다. 모바일은 텔레비전·신문·피시와 같은 공용매체가 아닌 개인매체다. 그렇기에 개인당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매우 높아서 소득 격차가 그대로 전이된다. 피시 기반의 정보 격차가 해소되고 있지만 모바일 영역에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는 생활기술로서 삶의 효율성과 생산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모바일 기기를 다룰 수 있느냐 또는 없느냐의 문제는 삶의 질과 기회를 결정짓는다고 말할 수 있다.
KTX.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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