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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12.25 20:32 수정 : 2012.12.25 20:32

미디어 전망대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이번 대선 결과는 우려했던 세대간 갈등 현상을 명확하게 입증하였다. 더구나 “상대가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심지어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사람들의 심리적 문제는 적극적 중재 없이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 당선자가 당선 직후 “대통합”의 약속을 재삼 강조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이를 추진할 정부 조직은 공약 내용상으로 명확하지 않다. 공약으로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를 설치하고 정보통신·방송(ICT) 전담 조직 신설을 ‘적극 고려’한다고 약속했을 뿐이다. 그나마 사회통합과 관련 있는 것은 ‘정보통신·방송 전담 조직’이다. 당선자의 공약집은 정보통신·방송을 지칭하는 개념을 아이시티(ICT)라는 약어로 쓰고 있는데 이는 ‘정보통신기술’을 뜻하며 전자미디어 신기술의 경제적 측면을 강조하는 용어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옛 방송위원회와 옛 정보통신부를 통합하여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런데 방송통신위는 공영방송 통제, 종편 밀어주기 등 정치적 역할에 매몰됐다. 반면에 통신 영역에서의 성과는 미약했다. 물론 이는 옛 정보통신부의 기능이 여러 부처로 분산된 데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다시 새로운 방식을 찾는 과정에서 과거에 앞자리에서 한 축을 담당했던 ‘방송’은 아이시티 개념의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아이시티로 방송을 포괄한다면 전통적인 지상파 방송은 물론이고 인터넷 등 새로운 융합 미디어의 사회문화적·정치적 가치는 사라지고 경제적 기능만이 남게 되는 셈이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현상을 경제적 차원으로만 대응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과거에 방송이 사회문화적·정치적 기능을 해왔고 통신이 경제적 기능을 별도로 수행했다면 이제 융합된 방송통신 미디어는 사회·문화·정치·경제 기능 모두를 아우른다. 더욱이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통합의 길을 찾으려면 ‘소통’(communication)이라는 더 큰 개념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한국 사회의 분열은, 특히 세대 간 분열은 미디어 이용의 양극화에서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들은 정보와 의견을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로 주고받는다. 이들 신매체에서는 진보적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에, 이번 선거의 ‘승리자’인 50대 이상 고연령층은 종이신문, 지상파 방송, 종합편성채널에서 주로 정보를 얻는다. 이들 구매체는 대체로 보수적이며 이 중 공영방송은 현 정권에서 더 보수화하였다. 미디어가 다양해지면 우리의 사고가 다양화될 것으로 쉽게 생각했지만 미디어 다양성은 사고의 양극화로 귀결되었다. 미국 법학자 캐스 선스타인도 ‘집단양극화의 법칙’이라는 개념으로 현재의 폭발적 미디어 환경에서 각 집단의 견해가 더욱 극단적이 되어 양극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는 하나의 일관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목표를 설정하여 각종 미디어 정책과 규제를 통해 양극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실천적 차원에서는 사회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나는 박근혜 정부가 ‘소통매체부’를 신설하여 사회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사회·문화·정치·경제적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을 조언한다. 융합 미디어 및 통신 산업의 발전과 이들 미디어를 통한 사회적 통합을 주관하는 ‘융합’ 기구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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