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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10 19:04 수정 : 2012.04.18 10:23

김외현 기자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 여러분. 김외현이라고 해. 앞으로 ‘까도남’식 친절을 선보일게. 왜 반말이냐고? 신문기사는 늘 반말이었는데, 뭘 새삼스럽게.

오늘은 정당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해. 정당 이름만 기준으로 놓고 보면 가뜩이나 일천한 한국 정치사는 한층 얄팍해져. 여당이 새누리당이란 이름이 된 지는 열흘쯤 됐고, 제1야당 민주통합당이나 제2야당 통합진보당은 그 이름을 가진 지 두달이 채 안 됐어.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 진보신당은 4년쯤 됐지.

어쨌거나 정당 이름을 얼마나 뻔질나게 바꿔댔으면 요 모양 요 꼴인가 싶어.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 이 얘기만 들으면 ‘한국에 최근까지 정당이 없었나?’ 하고 생각할지도 몰라.

사실 정당 이름을 바꾸는 건 엄청난 일이야. 예컨대 중국 공산당이나 북한 노동당이 당명을 바꾼다고 해봐. 전세계가 시끄러울 거야. 국제사회와 언론은 대체 뭔 일인지 파악하느라 바빠지고, 향후 전망에 따라 시장은 요동칠 거야. 역사는 그날을 대사건으로 기록하겠지.

그쪽은 당이 국가에 우선하는 동네니까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우리보다 정당정치 역사가 앞선 나라들에서도 정당의 이름은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해. 미국 민주당(1820년대~)과 공화당(1850년대~), 영국 노동당(1906년~)과 보수당(1912년~), 독일 기민당(1845년~)과 사민당(1890년~) 같은 정당들은 이념적 성향에 따라 좌우로 나뉘고, 오랜 기간 그에 따른 정강과 정책을 꾸준히 계발·계승해왔어. 그 당명이 역사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근거가 되는 것도 당연해.

이런 식의 이른바 ‘이념 정치’가 한국에선 자리잡지 못했다는 게 많은 정치학자들의 설명이야. 분단 현실 탓에 좌파 정당이 설 자리가 없는 현실에서 이념의 좌우 스펙트럼이 구성될 리 없었고, 정당은 가치보다 이해관계 중심으로 형성됐다는 거지.

자유당 정권과 5·16을 거치면서 한쪽에선 친일 기득권 세력과 쿠데타 군부 및 영남 세력이 강력한 ‘메인스트림’을 형성했어. 그들에 맞섰던 나머지 세력 일부마저 1990년 3당 합당으로 합류하면서 태어난 민주자유당이, 96년 총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꿨고, 9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으로, 다시 올해 총선·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으로 ‘개명’을 한 거야.

같은 시기 나머지 세력도 이합집산을 거듭했어. 족보가 엄청 복잡해. 박상천 민주통합당 의원의 경우, 평화민주당(13대), 민주당(14대), 새정치국민회의(15대), 새천년민주당(16대), 통합민주당(18대) 등 모두 다른 이름을 가진 정당의 후보로 5선을 지냈을 정도야. 게다가 17대 땐 또다른 이름인 열린우리당에 불참했을 뿐이고, 또또다른 이름의 정당 소속인 올해(19대)는 불출마 선언을 했을 뿐이야.


가치가 중심이 되지 않는 한, 정당의 이름과 정체성에 대한 미련은 크지 않아 쉬이 버릴 수밖에. 정당이 선거에서 질 수는 있는 거지만, 지켜야 할 가치가 없다는 건 너무 슬프잖아. 게다가 모든 건 그대로인데 이름만 바꾼다면 성공하기도 힘들지 않겠어?

새누리당이 ‘개명 효과’를 얼마나 볼지는, 신한국당과 한나라당의 사례를 보면 어떨까 싶어. 민자당은 95년 지방선거 참패 뒤,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바꾸고 이회창, 이재오, 홍준표 등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는 영입 그리고 현역 교체율이 42%에 이르는 물갈이 공천으로 96년 총선에서 승리했어. 그러나 97년 ‘아이엠에프(IMF) 대선’에선 이회창 당시 총재가 ‘무능한 정권’이란 인식을 씻어보고자 조순 전 서울시장의 민주당과 합당하며 한나라당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결국 정권을 내줬지.

일단 현재로선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을 보면서 ‘새누리당이라고 바뀐 게 없구나’ 하는 반응이 나와. 물론,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

유익했지? 그럼 다음에 또 봐. 안녕!

김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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