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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16 18:53 수정 : 2012.04.18 11:14

임인택 기자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왜 다들 마이크나 돋보기를 쳐들고 난리냐고요? ‘꽃을 든 기자’(이하 꽃기자) 정치부 임인택입니다. 비례대표 공천의 기준을 물어주셨군요. 바쁜데. 답변드립니다. ‘당 마음대로’입니다.

더덜 없이 마무리될 모범 답안이겠으나 성의 없어 보이고 남은 지면이 드넓어 제 얼굴 면구해지니, 오늘은 그럼 도대체 저 ‘당 마음’이란 게 뭔 마음, 누구의 마음인지 마음껏 추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쁘지만.

1. 왜 ‘당 마음’인가

헌법과 공직선거법을 통틀어 비례대표에 관한 규정은 둘뿐입니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추천한다. 절반은 여성으로 추천하되 홀수 순위에는 여성을 추천한다.” 여성 정치인을 늘리겠다는 취지입니다. 가령 정당 지지율에 따라 ‘친꽃기자연대’가 11석을 얻을 경우 여성은 6명이 되니까요. 19대 비례대표는 전체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54명입니다. 당 마음대로 54명이란 얘기입니다. 그렇게 대부분 당마다 각기 50여번까지 비례대표 후보군을 짭니다.

2. 당은 ‘당 마음’을 아는가?

그럴 리가요. 각 당은 당헌·당규로 비례 공천 기준을 좀더 구체화(?)합니다. 새누리당은 “지역·직능 등의 균형적 안배 및 당내 기여도를 고려하여 선정한다”고 합니다. 민주통합당은 ‘선거 전략상 특별히 고려가 필요한 후보자’ ‘정치신인’ 등으로 규정합니다. 이렇게만 돼 있다 보니 당도 당 마음을 알 수가 없어요. 공심(천)위가 나섭니다. 여러 잣대를 두고 비례 신청자들을 정성·정량·정무적으로 평가하지요. 여성, 장애 등의 소외를 대변하고, 당 이미지를 제고할 쇄신공천 기준이나 직능 대표를 영입해 당세를 키우자는 잣대도 있겠지요. 그들 틈새에선 공천 실세들과의 친소 정도가, 때론 공천헌금이 순번을 가르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예를 들어 ‘김중배당’이 여성·지명도를 대의명분으로 내세웠으나 기왕이면 심순애씨를 비례 1번에 앉히는 논리랄까요.

3. 심순애는 알 법한 ‘당 마음’

공천헌금은 때마다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2008년 친박연대 비례 1번으로 당선되었던 양정례씨는 공천헌금을 줘서, 창조한국당 당시 문국현 대표는 공천헌금을 받아서 정치계를 떠났습니다. 둘이 전부일 리 있겠어요? 당시 다수당에서도 비례대표 한 석에 20억~30억원이 오갔다는 얘기가 지금도 도니까요. 새누리당 경우, 18대 총선 당시 이상득 의원이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주장이 최근 김학인(구속기소)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제기되기도 합니다. ‘당내 기여도’로도, ‘선거 전략상 고려’에서도 현찰만한 게 없나 봅니다. 그걸 중시하는 당 마음만큼은 보석 한줌에 중배 사람 된 심순애씨도 알만 하겠지요.

4. 당 마음, 국민 마음 한마음 될까

이런 사건·의혹들이 불거질 때마다 정당하게 영입된 후보들, 역량 있는 비례대표들 힘 빠집니다. “도매금으로 취급되고 싶지 않다” “당이 비례대표를 일회용으로만 쓰고 버린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이번 새누리당 비례 신청자는 600여명, 민주당은 280여명입니다. 그런데 이들 전체보다 더 주목받는 이가 있습니다. 비례 신청도 안 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한명숙 민주당 대표입니다. 비례 공천을 받을지, 받는다면 몇 순번이 될지 관심사입니다. 2008년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은 37.48%의 정당지지를 얻어 비례 22번까지 당선되었습니다. 두 사람이 당선권 끝번으로 나서 총선 배수진을 칠까요? 1번은 염치없고, 말번은 불안하니 11번은 어떻겠냐는 말도 들립니다. 그런데 꽃기자의 궁금증은 다른 데 있습니다. 두 사람은 비례(순번)를 과연 ‘받는’ 걸까요, ‘갖는’ 걸까요? 만일 갖는 거라면 앗! 두 사람이 바로 그, 당도 모른다는 ‘당 마음’이란 말씀?

참고로 진보신당(홍세화 대표)은 57살 여성청소부 김순자씨를 비례 1번으로 공천했습니다.

임인택 정치부 정당팀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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