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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5.18 19:57 수정 : 2012.10.17 16:22

조혜정 정치부 정당팀 기자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정치부 조혜정입니다. ‘친절한 기자들’에 데뷔한다 하니, 동료들이 그러더군요. “너, 안 친절하잖아?!” 성격이 아니라,쉽게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기사’를 못 쓴다는 지적으로 이해하고, ‘친절한 기자들’에서 더욱 노력해보려 합니다.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사태로 세상이 시끌시끌하죠? 정치에 완전히 관심을 끊은 분이 아니시라면 “진보정당이라는 곳이 왜 저러나” 혀를 끌끌 차시거나 “어떻게 일궈온 진보정치인데, 이렇게 망가지나” 가슴을 치실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의 중심엔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있습니다. 아, 당권파가 모든 잘못을 저질렀다는 뜻이 아닙니다. 부정경선 진상조사보고서 인정 여부, 경쟁 부문 비례대표 사퇴 여부,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의 문제에서 비당권파가 주도권을 쥐게 됐는데, 당권파가 여기에 격하게 반발하면서 사태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얘깁니다. 많은 분들이 제게 이렇게 묻더군요. “당권파는 왜 비례대표 사퇴 못하겠다고 버티는 거야?” 이미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당권파가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는데 뭘 잘했다고 악악대느냐는 얘기죠.

당권파의 핵심 인사로 꼽히는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는 17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게 국회의원 자리 때문에 그런 거 아니지 않습니까? 억울하게, 마치 무슨 부정선거에 개입했거나 공모자로 몰리는 우리 당원들의 그 분노, 그 울음을 누가 해소한답니까? 진실도 밝히지 않은 채 엄청난 여론몰이에 몰려서 마치 마녀사냥하는 것처럼 정치의 희생양으로 모는 방식은 국민들이 과연 바라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된다고 봅니다.”

이 당선자의 말엔 당권파가 주장하는 논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지난 13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가 결정한 ‘경쟁 부문 비례대표 당선자·후보 총사퇴’의 근거는 진상조사보고서입니다. 경선이 “총체적으로 부실·부정”하게 치러졌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그런데 대리투표, 유령당원, 무효표·유효표 처리 등 부실·부정의 사례는 당권파를 표적으로 삼은 것이라는 게 당권파의 주장입니다. 또한 자체적으로 조사해본 결과 일부에서 ‘선거관리 부실’은 있었지만, ‘조직적 부정’은 없었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도 여론은 점점 당권파에 등을 돌리고, 의원직까지 내놓으라니 당권파로선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겠지요.

사실 당권파의 설명은 틀리지 않습니다. 가령, 온라인 투표율이 100%를 넘었다는 일부 기사는 전후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오보입니다. 기사는 어떤 지역위원회 당원 수보다 투표수가 더 많다는 건데요, 그건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통합진보당은 경선을 치르기 전 선거인명부를 3월 초 확정했습니다. 해당 지역위원회의 선거인명부에 오른 사람만 그곳에서 투표를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4월13일부터 통합진보당은 당적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통합진보당은 중앙당이 아니라 지역위별로 당원을 관리하는데, 어떤 당원은 사는 곳을 기준으로, 또 어떤 당원은 직장을 기준으로 당적이 올라 있어 이를 일괄적으로 정리하기로 한 겁니다. 그러니 선거인명부에 올라 있던 당원 수와 현재 당원 수는 다를 수밖에 없지요.

지역위별로 진행해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현장투표와 달리, 온라인투표는 지역위별 투표율을 따지려면 투표한 당원이 어느 지역위 소속인지를 거꾸로 추적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를 조사한 시점에 이미 당적은 정리돼버렸습니다. 선거 땐 ㄱ지역위 소속이었지만 ㄴ지역위로 당적을 정리했다면 이 당원의 투표는 ㄱ지역위가 아니라 ㄴ지역위의 투표수로 합산되는 겁니다. 더구나 선거인명부를 확정할 때의 당적 자료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는 비용과 관리상의 이유 등으로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그래왔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보도가 나갔으니, 이정희 전 공동대표가 1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매체와 기자의 실명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습니까.

그렇지만,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비례대표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부정이 있었던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지고 당권파와 비당권파 비례대표 당선자·후보 모두 사퇴하자는 겁니다. 이에 대해 ‘경선 전체를 부정할 수준은 아니다’라는 당권파의 태도는 오만하고 뻔뻔하게 비칠 수밖에 없지요. 그들이 ‘진보정치’를 하고 싶다면, 아니 ‘정치’를 하고 싶다면, 어떤 선택을 하는 게 현명한 일일까요?

조혜정 정치부 정당팀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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