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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15 18:50 수정 : 2012.06.15 18:50

송호진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일하는 시간에 영화 보니 좋겠어.”

이런 말을 듣습니다. 좋긴 한데, ‘이 장면에선 어땠는지, 저 배우가 어떤 대사를 했는지’ 속기 수준으로 수첩에 적어가며, 평일 5일 동안 10여편을 봐야 하는 ‘관람 노동’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스포츠부 기자에게 “일하는 시간에 야구 보니 좋겠어?”라고 묻지 못합니다. 문화부 영화 담당 송호진입니다.

‘텐트폴’이라고 들어보셨나요? 텐트 중심에 세우는 막대기인데, 극장 성수기인 여름과 겨울에 개봉하는 미국 할리우드 대작을 부르는 말로도 쓰입니다. 제작비 1000억원 이상의 영화들이 그 시기에 세계 흥행을 중심에서 이끈다는 것이죠.

그런데 최근 몇년 사이 할리우드 영화가 한국에서 ‘세계 최초 혹은 세계 동시 개봉’이란 문구를 걸고 상영되는 걸 많이 보셨죠?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상영하는 이유’를 묻는 분이 많아 설명드리려 합니다.

<배틀쉽>(4월11일)은 한국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죠. <맨인블랙3>(5월24일)은 개봉 직전, 배우 윌 스미스 등이 입국해 한국에서 세계 최초 상영 행사를 열었습니다. 일본에선 8월에나 개봉하는 <어벤져스>의 경우, 한국에선 미국보다 일주일 앞당긴 4월26일부터 상영했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도 미국보다 닷새 빠른 6월28일에 개봉합니다.

할리우드가 한국을 주목하는 배경엔, 아시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화시장이라는 ‘수익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세계 흥행순위를 집계하는 사이트 ‘모조’를 보면, <트랜스포머3>의 지난해 극장매출액에서 한국이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6900만달러)를 했더군요. 올해 초 국내에서 750만명을 모은 <미션 임파서블 4>의 경우 한국이 미국(2억808만달러), 일본(6969만달러), 중국(6630만달러)에 이어 4위(5106만달러)를 했습니다. 전국 스크린 수가 1974개(2011년 기준)인 한국이 스크린 수 8000개 이상인 중국과 극장매출액에서 맞먹고, 3만8000여개 스크린을 가진 미국 매출액의 4분의 1 수준에 육박합니다. <미션 임파서블 4>가 한국 극장에 상영권료 등을 다 떼주고 미국으로 가져간 수익이 200억원 남짓 됩니다. 지난해 한국 영화의 수출액(175억원)보다도 많군요.

이런 대규모 흥행엔 할리우드 영화를 배급하는 국내 대기업 배급사의 ‘스크린 싹쓸이’도 단단히 한몫합니다. <미션 임파서블 4>는 개봉 초반 1038개, <트랜스포머 3>은 1409개 스크린에서 상영됐죠. 전국 스크린이 1974개라고 했으니, 여기 가도 <미션 임파서블>, 저기 가도 <트랜스포머>란 불만이 괜히 나오는 건 아니죠.

어쨌든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 한국 담당 임원은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한국 관객의 반응이 ‘폭발적이거나 미지근한’ 식으로 또렷하고 즉각적이며 빠르다. 한국에서 빨리 개봉해 흥행 여부를 가늠하고, 아시아 마케팅 지점을 찾는 테스트시장의 의미도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넷 환경이 좋은 한국에서 할리우드 영화의 불법 영상파일이 떠도는 걸 막기 위해, 한국 개봉을 서두르는 이유도 있다네요. 우리로선 가히 듣기 좋은 얘기가 아니죠? 미국 등에서 먼저 개봉했다가, 누군가 극장에서 몰래 찍은 영상이나 ‘디브이디’(DVD) 영상을 온라인에 올려 한국에 불법 파일이 퍼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죠. 다른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 한국 임원은 “관객이 몰리는 한국의 연휴 일정 등 현지 사정을 고려해 미국보다 빨리 개봉하기도 하지만, 불법 영상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 개봉을 앞당기는 이유도 있다”고 합니다. 다른 관계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언론시사회 때 미국 본사의 요청으로 영상을 몰래 찍지 않는지 보안업체 직원이 (어둠에서 빛을 판별하는 야간투시경 같은) 고글을 쓰고 지켜보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이런, 저도 감시의 대상이 됐는지 몰랐네요.

‘세계 최초 개봉’엔 함정도 숨어 있습니다. 실은 몇 나라 동시 개봉인데,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시간이 빨라 어쩔 수 없이 최초 개봉이 된 경우죠. 요즘엔 국내 관객들의 눈을 속일 수 없어, 시차 덕분에 ‘최초 개봉’이 되어도 대개 ‘세계 동시 개봉’으로 표기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렇게 영화와 관련해 ‘쭈~욱’ 말하고 나면, 저에게 보통 되돌아오는 물음은 이렇습니다. “아니, 그래서 이번 주말에 뭘 봐야 하는데?”

아이·어른 할 것 없이 흥겹게 볼 수 있는 영화론 입체(3D)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 3>이 좋고요. 아직 보지 못하셨다면 데이트·오락영화로 <내 아내의 모든 것> <맨인블랙 3>도 괜찮습니다. 저예산 독립영화라 서울 중심으로 몇 군데밖에 상영하지 않지만, 뭉클하고 따뜻한 <안녕하세요> <할머니는 일학년>도 권합니다. 참! 외부에서 가져온 군것질 거리도 극장 반입이 되는 건 아시죠?

송호진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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