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2.08.17 19:59 수정 : 2012.08.17 21:57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아이젠하워·윌슨·박원순 모델?
다 아니고 독자신당도 아니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출마와 관련해 한때 ‘아이젠하워 모델’이 회자됐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미국의 전쟁 영웅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1952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적 지지를 한몸에 받았다. 그는 1951년 초부터 민주·공화 양당한테서 러브콜을 받았지만 줄곧 중립지대에 머물다가 선거 막바지에야 대선에 뛰어들어 제34대 대통령에 당선했다. 정치권 바깥의 새 인물일 뿐 아니라 대중적 인기가 높다는 점 등에서 아이젠하워와 안 원장은 비슷한 데가 많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 원장은 ‘아이젠하워 모델’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아이젠하워의 경우는 대선 출마를 요구하는 ‘나와라 아이젠하워’(Draft Eisenhower)라는 시민운동이 광범위하게 있었다. 안 원장은 지지자 중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젠하워는 기존 정당을 택했다. 그는 1952년 2월 공화당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경선)부터 경선에 뛰어들었다. 반면 안 원장은 대선을 4개월 남겨둔 현재까지 소속 정당이 없는 무당파다. 그가 합류할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민주통합당은 오는 25일부터 대선후보 경선에 들어간다. 안 원장이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될 가능성은 물건너가는 만큼 ‘아이젠하워 모델’은 끝난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선을 향한 안 원장의 행보가 약해지거나 느려진 것은 아니다. 그 반대다. 그는 지난달 사회 현안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담은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하고, 방송 토크 프로그램인 ‘힐링캠프’에 출연한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20~40대 여성의 독서모임에 참석했다. 소규모 행사이지만, 처음으로 일반 유권자와 직접 접촉에 나선 셈이다. 지난 16일에는 전북 전주의 기계탄소기술원 부설 국제탄소연구소와 한국폴리텍대 신기술연수센터를 잇따라 찾아, 연구원 및 취업준비생과 취업 문제 등을 주제로 대화했다. 사실상 대선주자로서의 민생탐방이다. 외곽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국비전 2050 포럼’(대표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 소속 교수 52명은 17일 안철수 지지를 선언했다.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자신의 말대로 대선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모델’은 뭘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성공 모델인 ‘무소속 시민후보’일까 아니면 독자신당 창당일까?

먼저, 안 원장이 독자신당 창당을 고려하는 것 같지는 않다. 주변에서 당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현재까지는 전혀 없다. 안 원장을 여러차례 만났던 야권의 한 인사는 이날 “안 원장은 정당을 만들어 대선에 도전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며 “정당을 만들기에는 시기적으로도 늦었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을 만들더라도 기존 정당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는 성공 확률도 거의 없다. 정주영, 이인제, 정몽준, 문국현 등 독자신당 후보로 나섰던 제3후보들이 모두 실패했던 전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김종철 정치부 선임기자
무소속 시민후보의 길도 쉽지 않다. 이 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후보 단일화 과정이 필수지만, 제1야당인 민주당의 처지에서는 무소속인 안 원장에게 대선후보를 양보하기는 어렵다. 수도권의 민주당 재선의원은 “지방자치단체장인 서울시장과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제1야당이 대선후보를 내지 못할 경우 정당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에서는 설령 대선에서 지더라도 당 후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따라서 단일화 과정에서 안 원장 쪽으로 가는 사람들과 남는 사람들로 민주당이 자칫 쪼개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렇게 되면 안 원장은 본선에 나가더라도 여당 후보에게 질 공산이 크다.

아이젠하워 말고 우드로 윌슨(28대)도 정치권 바깥에 있다가 짧은 시간에 미국 대통령이 된 경우다. 프린스턴대 총장으로 인기가 높던 그는 1910년 민주당에 입당해 뉴저지 주지사를 거쳐 3년이 채 안 돼 대통령에 당선됐다. 정당을 기반으로 한 성공이었다. 이와 달리 ‘안철수 실험’은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인 정당을 멀리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 드문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

김종철 정치부 기자 phillkim@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토요판] 리뷰&프리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