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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17 20:06 수정 : 2012.08.18 16:36

최현준 경제부 정책금융팀 기자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탁구를 사랑하는 경제부 최현준 기자입니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수산식품부를 맡고 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토요일치 신문을 펼치셨을 텐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친절하고 재미있어야 할 텐데요. 부디 다 읽고 나서 “뭐야 이거”라는 말씀만 안 나오길 바라면서, 자 출발하겠습니다.

이번주 주제는 ‘선진국’입니다. 지난 15일 광복절에 이명박 대통령이 원고지 67장 분량의 경축사를 27분 동안 친히 읽었습니다. 경축사의 15번째 문장에 ‘선진국 확인’이 나옵니다. “그리고 오늘 67회 광복절을 맞아 우리 대한민국이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였음을 확인합니다.” 비록 독도·위안부 등 대일 문제에 가려 크게 빛을 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의 ‘선진국 확인’일 것입니다.

그런데 왜 선언이 아니고 확인일까요? 바로 앞 14번째 문장은 이렇습니다. “저는 지난 2008년 취임사에서 ‘대한민국 선진화 원년’을 선언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앞서 4년 전 ‘선언’을 했으니, 일수 찍듯이 이번에 ‘확인’을 한 것이죠. 그러고 보니 대통령 취임사 원고 제목도 ‘선진화의 길, 다 함께 열어갑시다’였고, 이 정부의 경제 슬로건인 ‘7·4·7 공약’도 7대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내건 것입니다. 비록 이루지 못했지만, 대통령의 선진국에 대한 집념만큼은 알아줘야 하겠습니다.

본론으로 돌아와, 도대체 선진국이란 무엇일까요? 사전을 찾아봤습니다. ‘경제개발이 앞선 나라를 후진국·개발도상국에 대비해 이르는 말’이라 설명합니다. 덧붙여 이런 설명이 뒤따르네요. ‘선진국이라는 말은 매우 애매하고 막연하게 사용되는 용어인데, 이 말을 쓰는 측면의 다양성, 이것을 관찰하는 자의 입장의 차이에서 각각 견해가 달라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입니다.

사전마저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어떤 근거로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 했을까요? 일단 런던올림픽 5위가 있고요, 2008년 금융위기의 극복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아직 극복했다고 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대통령은 “모범적으로 극복했다”고 하십니다. 주요 20개국(G20)의 일원으로서 서울 정상회의를 개최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해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는 것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세계 7번째로 2만달러, 5000만명, 이른바 ‘20-50 클럽’에 가입했다는 것도 빼놓지 않았네요. 참고로 20-50 클럽은 올해 6월 하순께 국내 인구 5000만명 돌파를 기점으로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우리나라 말고 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이 있다는데, 아마 이 나라들은 20-50 클럽의 존재를 잘 모를 것입니다.

애매하지만 선진국 기준을 찾아봤습니다. 우선 1인당 국내총생산(GDP)입니다. 대략 2만달러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최근에는 물가상승 등을 고려해 2만5000달러, 3만달러를 얘기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우리나라는 2007년과 2010년에 1인당 국내총생산이 2만달러를 넘었습니다. 공업화도 상당히 진전돼 있어야 합니다. 고소득국인 중동의 산유국이 선진국으로 분류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던 오이시디 가입도 있네요. 최초 유럽과 북미 20개국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중진국이나 옛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가입하면서 선진국 클럽으로서의 의미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경제적 조건 등을 보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한해 무역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섰고 국내총생산 규모는 세계 200여개국 가운데 15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선진국 분류에서도 우리나라는 빠지지 않고 들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스스로 선진국이라 자부하기엔 미진한 구석이 적지 않습니다. 최항섭 국민대 교수(사회학)는 “서구 유럽이 사회적 기반을 닦으며 경제성장을 이뤄왔다면,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위주로 달려왔다”며 “세계 최고 자살률과 최저 출산율을 가진 나라가 경제적인 부분만을 들어 선진국이라고 하기엔 무리”라고 말합니다. ‘경제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치·사회·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따질 때 선진국이라 하기는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1949년 돌아가신 김구 선생은 ‘내가 원하는 나라’라는 글에서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얘기했습니다. 극빈국 부탄이 국민총행복지수라는 개념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일 것 같네요.

여러분 마음속의 선진국은 과연 어떤 모습인가요?

최현준 경제부 정책금융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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