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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8.31 20:04 수정 : 2012.09.26 14:48

김선식 경제부 산업팀 기자

[토요판] 리뷰&프리뷰 친절한 기자들

친.절.K.I.N.D.

문신을 하게 된다면 여섯 글자를 이마에 새기고 싶습니다. 친절하지 않게 생겨서 자주 오해받는, 경제부 산업팀 김선식 기자입니다.

삼성이 이번엔 애플의 특허 시비를 잘 피해갔습니다. 일본 도쿄지방재판소는 31일 삼성이 애플의 스마트폰-개인용컴퓨터(PC) 동기화 방법에 관한 기술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습니다. 무사히 특허재판 1건이 지나갔지만, 바로 6일 전 미국 배심원단의 ‘1조원 손해배상’ 평결과 ‘퉁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미국 배심원단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삼성이 잘못했으니 애플한테 1조2000억원을 줘야 한다”는 내용의 평결문을 법원에 냈습니다. 한국의 여러 언론과 국민들은 의아했습니다. “평범한 배심원들이 어려운 특허 문제를 이렇게 빨리 결론내? 대충 한 거 아냐?” “걔네들 미국인이라고 애플 편든 건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우리 삼성이 당했다!!” “배심원장이 모바일 특허권 보유자래!!” “뭐라고?!” 논란은 커졌고 수많은 의혹이 가지를 쳐 나갔습니다. 그러나 평결문은 이미 나왔고, 오는 12월6일 삼성 스마트폰 판매금지와 배심원 평결을 두고 정식 심리가 열립니다. 그 전에도 양쪽은 소명할 기회가 있습니다.

배심원단은 삼성이 애플의 특허 6건을 침해했다고 봤습니다. 그중 아이폰 디자인 특허 3건은 △앞 스피커·베젤(화면 밖 테두리) 등 △홈버튼·둥근모서리·전체윤곽 등 △격자무늬 모양의 아이콘 배열·화면 아래 주요 아이콘 놓는 선반입니다. ‘네모난 자동차는 모두 특허 위반 차량이냐’며 누리꾼들이 비웃은 ‘둥근 직사각형 디자인’은 이 중 두번째 특허입니다. 이 특허를 침해한 모델은 단 3개였습니다. 일찍이 나온 갤럭시에스(S) 모델들이 주로 디자인을 따라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반대로 후속작인 갤럭시에스2 모델들은 특허 침해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밖에 나머지 디자인 특허 2건과, 아이폰 사용 환경 관련 소프트웨어 특허 3건에 대해서는 애플이 지적한 대부분의 모델들이 배심원단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배심원단은 애플의 특허 6건 중 5건을 삼성이 ‘고의적으로’ 침해했다고 봤습니다. 여기서 빠진 1건은 ‘둥근 직사각형 디자인’입니다. 고의적으로 침해한 특허에 대해서는 판사가 공식 판결에서 최대 3배까지 배상금을 올릴 수 있습니다. 배심원 마뉴엘 일라간은 평결을 마친 뒤, 미 정보통신매체 <시넷>(Cnet)과의 인터뷰에서 ‘삼성 임원들의 전자우편’, ‘아이폰 출시 전후 삼성 휴대전화 이미지 변화’, ‘화상통화로 연결된 삼성 임원들이 질문을 피하는 모습’ 등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애플은 삼성에 앞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 지식재산권을 뺏겼다고 주장해왔습니다. 1980년대 말 마이크로소프트가 피시 운영체제(GUI)를 무단으로 베껴서 윈도(Windows)를 발전시켰다는 게 애플 쪽 생각입니다. 이때도 애플은 소송을 걸었고, 결국 졌습니다. 2007년 애플은 구글과 손잡고 아이폰 출시를 준비했지만 금세 판이 깨집니다. 이듬해 구글이 자체 개발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깔린 첫 스마트폰이 나옵니다. 또 구글한테 도둑맞았다는 게 애플 쪽 입장입니다. 윈도의 피시 운영체제 점유율은 88%입니다. 안드로이드의 스마트폰 운영체제 점유율은 68%입니다. 애플의 피해의식이 깊어지는 대목입니다. 이런 이유로 애플-삼성 소송을 애플-구글 대리전이라고 부릅니다. 구글 대신 삼성, 에이치티시(HTC)와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를 고른 이유는 자사 특허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은 운영체제를 공짜로 개방합니다.

삼성은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 능한 기업으로 꼽힙니다. 시장에서 앞서 나가는 사업자를 재빨리 추종하여 사업을 키우는 재주가 있다는 뜻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이 먼저 치고 나가자 금방 따라잡았습니다. 혹여 애플에 막대한 배상금을 줘야 하고 미국 판로가 좀 좁아져도 그래봐야 이미 1위 사업자입니다.

삼성은 30일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신 운영체제 ‘윈도8’을 넣은 스마트폰을 팔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은 법원 밖에서 1위를 고수할 길을 모색하는 듯합니다. 애플은 특허소송을 통해서든, 전략적으로 삼성 또는 구글과 손을 잡든 다시 선두를 되찾고 싶을 겁니다. 마침 오늘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최근 모종의 ‘협상’을 진행중이라는 소식도 들리네요. 애플과 삼성의 격한 소송에 애틋한 걱정은 그만 붙들어 놓아도 될 듯.

김선식 경제부 산업팀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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