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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15 20:43 수정 : 2013.02.15 20:43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철통보안…어수선 인사…관료의 덫
역대 어느 때보다 어설픈 취임 전야

여현호
사회부 선임기자
yeopo@hani.co.kr

다음주면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활동을 종료한다. 금요일인 22일께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업무를 끝낸다고 한다. 25일이 새 대통령 취임일이니 빠듯하다. 그동안 ‘철통 보안’을 내세워 입도 뻥긋하지 못하게 단속해온 터여서, 언론이나 국민 입장에선 느닷없는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언제까지나 그렇게 관계자들의 입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니, 새 정부 출범 벽두부터 분야별 정책 방향과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놓고 곳곳에서 논란이 벌어지는 일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정을 새로 운영하기 시작하는 처지에선 어수선하기 짝이 없겠다. 지켜보는 국민도 답답할 것이다.

할 일만 정리 안 된 게 아니다. 일을 해야 할 사람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 차례 낙마 끝에 새로 지명된 총리 후보의 임명동의안은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인 26일께에나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장관도 여섯 자리의 후보가 겨우 지명됐지만, 외교·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만 다음주 후반께 치러지고 법무·교육·문화체육관광·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대통령 취임 이후에나 청문회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나마 벌써부터 다들 온갖 비리 의혹에 휘청거리고 있어 앞을 장담하기 어렵다. 경제부처 등 남은 장관의 경우, 업무 분장의 뼈대가 될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여야의 견해차가 여전해 언제쯤이나 자리가 채워질지 까마득하다.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보좌 진용은 곧 발표되겠지만, 제 이삿짐 옮기기에도 바쁠 터에 해야 할 업무를 구상하고 마음가짐을 다잡을 여유라도 있을지 모르겠다.

출발선에서부터 이렇게 허둥대고 비틀거리면 제 페이스를 찾기 어렵다. 걱정할 만한 조짐도 여럿이다.

며칠 전 지명된 장관 후보자들은 모두 해당 부처의 터줏대감, 엘리트들이다. 고시를 거쳤거나 육군사관학교를 마쳤으며, 또래 중 선두였고, 후배들의 신망을 받는다고 한다. 전문성을 중시한 발탁일 것이다. 하지만 한 부처에서 20~30년씩 근무한 것이 전문성으로 인정받았다면,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대부분 관료를 중용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예컨대 행정의 잘잘못을 실감할 수 있는 문화 현장의 배우나 감독, 예술인이 장관이 된 것과, 30년 동안 문화행정만 해온 ‘문화관료들의 맏형’이 문화부 장관이 된 것은 천양지차다. 규제, 지원, 감독 따위가 주어가 될 수밖에 없다. 굳이 바뀔 것도 없게 된다. 문민통제의 필요성까지 거론됐던 법무부 장관에 이명박 정부 때부터 4대 연속 공안검사 출신이 지명된 것이라든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경호실장에 이어 국방부 장관까지 공군이나 해군 출신 하나 없이 육사 한두 기수 선후배들이 독차지한 것도 현상(status quo) 유지, 또는 ‘지금까지처럼’을 더 강화하겠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 남은 경제·사회 부처까지 관료 일색으로 채워지면 새 정부에 걸맞은 변화를 기대하기란 어렵게 된다. 역대 정부가 집권 초기에는 몇몇 자리라도 외부 인사를 기용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던 것과는 사뭇 대비된다. 그런 정부도 나중엔 ‘관료의 덫’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은 터다. 지금 이런 식의 출발이라면 새 출발이라고 하긴 계면쩍다. 되레 과거의 관성에 휘둘리기 쉽다.

‘긴박한 상황’이 새 출발의 분위기를 흐트러뜨릴 수도 있다. 따지자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저런 위기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위기는 자주 핑곗거리가 된다. 북한 핵실험 등의 안보 상황이나 경제 사정, 재정형편 따위를 이유로 또 얼마나 많은 공약과 정책이 바뀌고, 미뤄지고, 취소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라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부터 수정론이 나오는 판국이다.

다음주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무척 바쁜 한 주가 될 것이다. 그가 공들여 준비할 것은 취임사만은 아닐 성싶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어설프고 헐겁게 출발하는 배의 키를 놓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게 더 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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