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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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리뷰&프리뷰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25m 수영 레인도 서너번 생사의 고비를 넘겨 가며 겨우 통과하지만, 마음만은 박태환인 스포츠부 박보미입니다. 얼마 전까지 문화부 기자로 극장에 앉아 공연과 영화를 보던 제가 이제 머리카락 흐트러지도록 경기장을 뛰어다닌다는 소식을 가까운 친구에게 알렸습니다. 약간의 위로를 바라면서요. 그런데 친구는 대뜸 요즘 궁금했던 스포츠 이슈부터 던졌습니다. “박태환 너무 불쌍한 것 같아.” 네, 제가 오늘 친절히 설명드릴 내용은 최근 ‘홈쇼핑 광고 출연 논란’에 휩싸였던 박태환 선수 이야기입니다. 저도 궁금하던 터였습니다. 왜 홈쇼핑에 나간 걸까? 사람들은 왜 이렇게 안타까워하는 걸까? 문제의 본질이 뭘까? 무엇보다, 박태환 선수는 행복할까? 15일 박태환 선수가 홈쇼핑의 한 건강식품 광고에 출연한 뒤, 논란은 시작됐습니다. 한국 팬들이 수영 영웅 홀대에 분노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23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의 아시아판 블로그인 리얼타임 코리아에 실리기도 했고요. 지난 1월 대한수영연맹 이사회가 박태환 선수에게 런던올림픽 포상금 약 5000만원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일이 재조명됐습니다. 박 선수가 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밖에’ 못 따 지난해 9월 기존 후원사인 에스케이(SK)텔레콤과의 계약 만료 이후 새 후원사를 찾지 못했고, 1월에 자비로 오스트레일리아 전지훈련을 했다는 소식도 다시금 알려졌습니다. 수영연맹, 박태환 선수 전담팀, 박 선수의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박 선수가 훈련비를 마련하려고 홈쇼핑에 출연한 건 아니었습니다. 해당 회사와 박 선수가 약 1년 전부터 별다른 고민 없이 홈쇼핑 출연 약속을 해둔 상태였다고 합니다. 선수 본인은 이리 큰 관심을 받을 거란 예상을 못 했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간의 일들을 아는 팬들 눈에 홈쇼핑에 등장한 ‘영웅’의 모습은 왠지 짠해 보였을 겁니다. 비난의 화살은 수영연맹을 향했습니다. 연맹이 박 선수에게 이른바 ‘괘씸죄’를 적용해 포상금을 주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죠. 박태환 선수가 지난해 올림픽에서 연맹의 요구와는 달리 자신의 일정이 끝난 뒤 일찍 귀국했고, 이후 연맹의 수영 행사에도 불참해 눈 밖에 났을 거란 추측이 힘을 얻었습니다. 올림픽 직후 청와대 만찬 참석 과정에서 박 선수와 연맹 쪽의 의사소통이 엇갈렸던 일이 있었습니다.(급히 일정을 잡아 선수들에게 참석을 통보하는 만찬이 누구를 위한 건지 의문이고, 선수 입장에선 선택할 수 있는 ‘가외 노동’이라고 봅니다만, 여하튼 박 선수는 당시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박태환 선수와 수영연맹의 갈등은 박 선수가 대회 3관왕과 최우수선수에 오르며 국제 스타가 된, 2006 도하아시안게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박 선수의 아버지는 그를 중점관리하기 위한 에이전시를 만들고 스피도라는 스포츠용품업체를 후원사로 구합니다. 연맹의 품을 떠난 거죠. 연맹은 이후에도 박 선수가 기량 난조를 보일 때마다 그를 특별관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큰 공을 들였다고 주장합니다. 연맹 입장에선 그렇게 돌본 선수가 연맹의 결정을 곱게 따라주질 않으니 서운했을 법도 하죠. ‘태환이가 건방져졌다’고 말하는 이사들도 여럿 있다고 합니다.
박보미 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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