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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7.12 17:47 수정 : 2013.07.13 14:17

쏘나타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친절한 기자들’ 코너에 데뷔한 지 4개월 만에 독자분들을 찾아뵙는 이정애 기자입니다. 저는 그사이 토요판을 떠나 요샌 경제부 산업팀에서 일하고 있답니다. 모처럼 여러분을 찾아뵙게 된 건, 지난 10일치에 쓴 ‘쏘나타·아반떼 미국서 더 비싸다’라는 기사에 대해 좀더 자세한 설명을 드리기 위해서랍니다. 그 기사가 나간 뒤 저는 졸지에 ‘거짓말하는 기자’ ‘현대차에서 용돈 받는 기자’로 누리꾼들에게 찍혀 ‘이메일 폭탄’을 받았습니다. 하핫! 그렇다고 억울함을 호소하자는 건 아니고요. 어떻게 그런 계산이 나왔는지 자세히 설명을 드리는 게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이 글로 논란이 더해져 욕을 한 사발 더 먹는 건 아닐까 싶지만, 그래도 그게 ‘친절한 기자’의 자세일 것 같았거든요.

사설이 길었네요. ‘현대차가 국내보다 미국에서 더 비싸게 팔린다?’ 믿기지 않는 만큼, 흥미로운 주제였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현대차는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품질’(한마디로 싼값)을 내세우며 미국 시장을 공략해왔으니까요. ‘똑같은 차를 왜 우리에게만 더 비싸게 파는 거냐!’ 국내 소비자들이 그동안 불만을 가질 만도 했지요.

현대차 쪽에서는 소비자들의 이런 반응에 대해 “이젠 좀 억울하다”고 해요. “제네시스나 에쿠스 같은 대형차들을 국내보다 미국에서 더 싸게 팔고 있긴 하지만 이것은 시장진입에 따른 비용 때문일 뿐 주력 판매 차종에 대해선 분명 제값을 받고 있다. 심지어 같은 품질이라면 국내에서보다 비싸게 팔고 있다”는 거죠. 따져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국가별 차량 가격을 비교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시장 환경과 소비자 취향이 다르다 보니, 같은 쏘나타라고 해도 한국과 미국 시장에서 팔리는 쏘나타가 똑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별 소비자들이 어떤 옵션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차값은 또 달라지고요. 차 한 대의 생산 원가 차이, 광고 등 마케팅 비용, 보증 서비스 비용 등을 일일이 금액으로 환산해 꼼꼼히 반영하면 좋겠지만, 솔직히 답을 내는 게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두 나라에서 팔리는 현대차의 차값 상승률로 비교하는 방법도 고민했습니다. ‘일정 기간 동안 어느 시장에서 차값을 더 올렸는지 따져보자’는 거죠. 하지만 역시 두 나라에서 팔리는 차가 다른데다 새 차가 나올 때마다 사양과 품질이 달라지는데 그런 변수들은 또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머리가 핑핑 돌더군요.

그래서 좀 단순한 방법을 썼습니다. ‘국내와 미국에서 주로 팔리는 동등한 트림(차급)을 골라, 옵션 사양을 똑같이 맞춰보자’는 거였죠. 차의 수준이 똑같을 때, 고객들이 받게 될 최초 견적서의 가격을 비교해보자는 취지였죠. 한국에서 팔리는 차량은 모두 풀옵션을 기준 삼았고, 이에 준해 미국 판매 차량에 부족한 옵션 몇 가지를 추가해 수준을 맞췄습니다. ‘트루카닷컴’ 등 미국의 유명 자동차 가격 비교 사이트에 나오는 생산자권장가격(MSRP)이랑 제 기사 속에 나온 차량 가격이 다른 건 이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계산한 결과, 한국(2.0 터보 모던)에서는 3125만원에 팔리는 쏘나타가 미국(2.0 터보 SE)에서는 2만7995달러(3502만원)였습니다. 생산자권장가격 2만5095달러에 내비게이션과 선루프 패키지 2900달러를 합친 뒤 판매세(8.4%)를 적용한 것이었죠.

물론 이렇게 산출된 가격이 소비자에게 인도되는 최종 차값은 아닙니다. 자동차 대리점에서 주는 각종 인센티브가 있으니까요. 미국에서 현대차의 인센티브는 평균 1400달러 선으로 업계 최저 수준입니다. 국내에선 정가 판매를 내세우고 있어 인센티브 수준을 알기가 어렵고요. 하지만 국내에서도 정가대로 차를 사면 바보 소리를 듣는다는 건 두루 아는 사실입니다. 논란을 예상하면서도 인센티브를 제외한 건 이 때문입니다.

이정애 한겨레신문 기자
공교롭게도 이번 기사가 나간 뒤 ‘현대차가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안다’는 소비자의 불신이 얼마나 강한지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누리꾼들의 댓글에서 지난해 일었던 ‘현대차의 내수용-수출용 강판이 다르다’는 논란이 촉발한 불신 등 한마디로 ‘현대차가 똑같은 품질의 부품을 쓰는지 어떻게 믿느냐’는 비판을 수도 없이 읽었습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차를 비판과 견제의 눈으로 보는 건 건강하고 당연한 일입니다. 현대차가 덩치만 커졌지 소비자에게 신뢰를 심어주려면 한참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정애 경제부 산업팀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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