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리뷰&프리뷰 다음주의 질문
현대차 노사가 중대 고빗길에 들어섰다. 노사는 6월초 첫 임단협에 나선 뒤 17차례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못 좁혔다. 다음주 협상에서도 성과가 없다면 파업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1987년부터 2008년까지 22년 연속으로 파업이 벌어졌다. 2009~2011년 3년간 무파업의 신기원을 열었으나, 지난해 다시 파업이 재연됐다. 현대차 노사갈등을 연례행사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의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세계시장 점유율은 8.8%로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와 ‘엔저’(엔화 약세)를 앞세운 일본 업체들의 공세 속에서도 나름 선전했다. 하지만 주력시장인 미국은 점유율이 떨어진데다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고, 효자 노릇을 해온 중국도 성장이 둔화하고 있어 하반기 시장은 예측 불허다. 안방시장도 심상치 않다.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점유율은 73.4%로, 2009년 76.8%를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세다. 반면 수입차들은 가격할인을 앞세워 점유율을 9.9%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전체로는 사상 처음으로 10% 선을 넘어 11.5%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은 현대차의 매출·이익이 급증하면서 노사갈등으로 인한 막대한 비용이 큰 문제가 안 됐다. 지금은 노사협력의 새 패러다임을 만들지 못하면 ‘글로벌 5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 못한다. 회사는 먼저 노조를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그동안은 관계 정상화보다는 돈을 조금 더 주고 덮고 가자는 땜질식이었다. 진정한 파트너십은 신뢰구축과 함께 성과의 공정배분이 출발점이다. 그 대상에는 당연히 사내하청 노동자도 포함된다. 정년·수당 등에서 차별을 받아온 사무관리직의 처우개선도 미룰 일이 아니다. 회사 쪽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한다. 한 임원은 “지금의 대립적 노사관계로는 공멸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노조도 협력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 핵심은 회사 경쟁력의 향상이다. 현대차 국내공장에서 ‘자동차 한대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HPV)은 30.5로, 미국 앨라배마 공장(18.6)의 1.6배다. 지엠(21.9), 포드(20.6), 닛산(18.7)보다도 뒤떨어진다. 그런데도 미국 공장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7만~8만달러로, 한국보다 1000~2000달러가 적다. 한 공장에서 동시에 여러 차종을 만드는 혼류생산과, 수요변화에 맞춰 잘 팔리는 차종의 생산라인으로 옮겨 일하는 유연성도 뒤떨어진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생산목표 741만대 중 해외생산은 53%에 이른다. 회사가 노조를 피해 해외생산을 늘리는 것도 문제지만, 노조도 국내생산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결국 회사가 잘되면 경영진은 그만큼 노동자들에게 성과를 나눠주고, 노동자들은 전체 파이를 키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조는 또 비정규직과 협력업체 노동자도 함께 챙기는 연대정신이 요구된다. 지금의 소극적 태도로는 제 배만 불리는 ‘귀족노조’ 이미지만 심화된다. 올해 현대·기아차 노사는 10년, 8년씩 끌어온 해묵은 쟁점이었던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과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개선에서 물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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