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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8.09 19:50 수정 : 2013.08.09 20:47

김양희 오피니언부 기자

[토요판] 리뷰&프리뷰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시렵니까, 꾸벅~.

‘친기자’로 오래간만에 인사드리는 오피니언부 미디어팀 방송콘텐츠 담당 김양희 기자입니다. 아이들이 어린 탓에, 한창 주가를 올리는 <굿닥터>(한국방송2), <진짜 사나이>(문화방송) 같은 프로그램보다 <또봇>과 <뽀로로>를 더 자주 보는 ‘엄마 기자’이기도 합니다. 인기 드라마 캐릭터보다 <또봇>의 하나, 두리, 세모 이름을 더 잘 알지요. 하하하.

<뽀뽀뽀>(문화방송)가 32년 만에 폐지된다는 소식을 듣고, 큰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맘들’에게 카톡을 날렸습니다.

쭈니찌니맘 <뽀뽀뽀>가 폐지된다네요.

서○맘 <뽀뽀뽀> 아직도 했어요? 몰랐어요.

지○맘 엠비시는 시청률이 안 좋으면 다 폐지하네요.

민○맘 모든 장수 프로 사라지면 아쉽죠.

서○맘 어릴 적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열심히 봤던 기억이 있는데 말이죠.

호○맘 시간대만 바뀌면 정말 좋았을 텐데.

<뽀뽀뽀>가 지금껏 방송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꽤 되더군요. 방송 시간대가 월~수요일 오후 4시여서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첫 전파를 탄 1981년 5월25일부터 오전 7시50분에 방송되던 <뽀뽀뽀>는 2000년 5월15일부터 오후 4시로 편성이 바뀌었습니다. 2007년 4월에는 <뽀뽀뽀 아이조아>로 간판도 약간 손질했지요.

최근 시청률이요? 1%도 채 안 됐습니다. 닐슨코리아 집계로 7일 마지막 방송 시청률은 0.6%였고요, 동시간대 지상파 어린이 프로그램 시청률(7일 기준)만 봐도 <만화왕국: 꿈의 보석 프리즘스톤>(에스비에스), <최강합체 믹스마스터>(한국방송2)가 각각 0.4%였지요. 그냥 채널 돌리기 귀찮아서 틀어놨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 이 시간대 종편(종합편성채널)에서는 어른들을 위한 시사 프로그램이 주로 편성되는데, 각각의 프로그램 모두 시청률이 1%를 넘습니다. 오후 3~5시는 지상파 3사 시청률이 종편에 밀리는 거의 유일한 시간대지요. ‘버린 시간대’에 어린이 프로그램을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인상입니다.

사실 맞벌이의 증가와 교육 환경의 변화로 오후 4시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집에 없습니다. 당장 4살, 6살 우리 아이들만 하더라도 어린이집 아니면 놀이교실에 있는 시간이니까요. 차라리 옛날처럼 오전 7시50분에 그대로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긴, 방송사 입장에서는 시청률 10%와 광고를 보장하는 아침드라마를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요. 한마디로 <뽀뽀뽀>에 대한 무관심은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가 아닌 방송사의 편성 실패 탓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 변화에 적응을 못한 것은 방송국 자체인데, 애꿎게 장수 프로그램에 철퇴를 내린 셈이네요. <교육방송>(EBS)의 경우, 어린이들의 텔레비전 시청 시간대 변화를 인지하고 8월 말부터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 방송 시간대를 저녁 7시 이후로 늦추려는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후속 프로그램인 <똑?똑! 키즈스쿨>도 그렇습니다. 영·유아 영재교육 프로그램으로, 대상 연령은 4~5살인데 글로벌 리더의 자질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하네요. 서울와이엠시에이(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가 성명서로 지적하듯, 온 사회가 영·유아 조기 영재교육을 부추기는 마당에 공영방송까지 영재교육에 나서겠다는 꼴이네요. 4~5살은 ‘교육’보다는 ‘놀이’로 상상력을 키워가는 시기인데 말이죠.

영어가 들어간 제목을 선호하는 작금에 ‘뽀뽀뽀’라는 제목이 다소 촌스럽게도 느껴지지만, 그처럼 정감 있고 추억 어린 제목도 없을 텐데…. 뽀미 언니는 물론이고 뽀식이, 뽀병이도 생각나게 하고. 32년 7754회 동안 쌓아온 브랜드 가치를 가차 없이 내던지는 게 안타깝게만 느껴집니다. 참고로, 미국 <피비시>(PBC)의 <세서미 스트리트>는 1969년 이후 44년째 방송되고 있으며, 영국 <비비시>(BBC)의 <블루 피터>는 1958년부터 지금껏 어린이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시대’는 받아들이고 ‘정통성’은 이어가면서 아빠, 엄마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 손녀와 함께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든든한 소통 창구가 되어주고 있지요.

‘빠름, 빠름, 빠름’을 부르짖는 변화의 시기입니다. <놀러와>도, <무릎팍도사>도, 그리고 대학가요제도 결국 변화의 칼바람을 못 비껴나갔지요. 그래도 주 1회 방송으로 축소된 지 3주 만에 기적적으로 살아난 1993년 봄처럼, <뽀뽀뽀>가 언제라도 우리에게 다시 찾아왔으면 하네요. 변화도 중요하지만 추억은 더 소중하니까요. 출근 전, 그리고 퇴근 후 아이들을 한껏 안아주며 오른뺨을 내밀어봅니다. “엄마, 뽀뽀~.” 어릴 적 <뽀뽀뽀>에서 그렇게 배웠으니까요.

김양희 오피니언부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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