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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1.24 19:59 수정 : 2014.01.24 22:20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4차 세계경제포럼 참석 뒤 ‘한국의 밤’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야코브 프렝켈 제이피(JP)모건체이스 인터내셔널 회장(왼쪽)과 존 넬슨 로이즈 회장이 보인다. 연합뉴스

[토요판] 리뷰&프리뷰 다음주의 질문

“기업 투자와 관련된 규제를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계 최대 경제회의인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대기업들에 강력한 규제완화를 재차 약속했다.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신설하기로 했다. 대한상의와 전경련도 곧 규제완화 요구를 담은 건의문을 낼 계획이다. 경제계는 역대 정부의 규제개혁이 말뿐이었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대한민국에 또다시 휘몰아칠 ‘규제완화 광풍’에 앞서 작은 질문을 던져본다. 과연 규제는 모두 나쁜 것인가?

지금 “예”라고 말한다면 규제완화가 아니라 모든 규제의 폐기를 요구하는 셈이다. 법이 없는 국가를 상상할 수 없듯이, 규제 없는 시장(경제)은 존립할 수 없다. 규제는 곧 규칙이고, ‘시장경제의 신호등’과 같기 때문이다.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카드사의 고객정보 유출 사태도 결국 적절한 규제가 없었던 게 핵심 원인이다. 정부는 금융사의 과도한 개인정보 보유 금지, 과징금 도입, 최고경영자 책임 강화 등 대책을 내놨다. 카드사에는 ‘목의 가시’ 같은 규제들이다. “모든 규제는 나쁘다”는 명제는 진실이 아니다. 시대에 뒤떨어져 불필요하거나, 지나친 규제도 있다. 하지만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제 확립을 위해 필요한 규제도 있고, 더 강화해야 할 규제 또한 많다.

이어 두번째 질문이다. 규제완화만 하면 경제가 살아날까?

이명박 정부는 6년 전 ‘친기업’을 내세워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했다. 재벌의 무분별한 경제력 확장과 금융기관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와,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그 일부다. 이는 시장에 일종의 규제공백 상태를 초래했다. 기업의 반칙을 제재할 ‘사후적 규제’가 미비한 터에, 반칙을 막는 ‘사전적 규제’마저 없앴기 때문이다. 양극화, 대기업의 하도급 횡포, 골목상권 침해 등 그 대가는 컸다. 역대 정부가 단골메뉴처럼 규제완화를 외쳤지만 성과가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대한상의의 조사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외국기업들은 투자증대를 위해 가장 시급한 조처로 규제완화가 아닌 정책의 일관성을 꼽았다. 많은 외국기업들은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이 도대체 뭐냐”고 묻는다. 경제 민주화와 활성화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박근혜 정부는 기업에는 치명적 리스크다. 이래서는 경제 민주화와 활성화 모두 성공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다보스포럼에서 ‘창조경제’를 주제로 연설했다. 심각한 청년실업, 양극화, 저성장의 해법으로 창의·혁신에 기반한 창조경제를 강조했다. 대통령은 연초 내수 활성화를 통해 대기업 수출 의존 탈피라는 새 전략을 내놨다. 그 해법인 ‘투자촉진=규제완화’는 전혀 새롭지 않은 ‘과거 회귀’로, 창의·혁신과는 더욱 거리가 멀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외교적으로는 국제사회의 욕을 먹지만 경제에서는 창의와 혁신을 보여준다. 아베노믹스로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이익이 늘어난 기업들에 노동자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임금을 올려 내수가 활성화되면 기업 매출·투자 확대, 고용창출이라는 선순환이 기대된다. ‘임금 인상=기업부담 가중’이라는 고정관념에 갇힌 한국에는 충격이다.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박 대통령도 새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우선 ‘규제=만악의 근원’이라는 편향된 시각부터 버려야 한다. 또 단순히 규제 수를 줄이는 것보다, 필요한 규제와 그렇지 않은 규제를 제대로 구분하는 게 더 중요하다. 새로운 규제시스템도 필요하다.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사전적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대신, 소비자 집단소송제 같은 ‘사후적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한 대안이다.

그렇다면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 합리화’가 정답이다. 그리고 정말 경제를 살리려면 대기업 수출뿐만 아니라 대기업 투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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