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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11 20:28 수정 : 2014.04.11 21:02

10일 기초선거 공천 폐지 철회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앞두고 생각에 잠긴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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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에서 시·군·구 의원뿐 아니라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까지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기초선거 무공천은 정치인 안철수에게 남은 새정치의 마지막 대표상품이었다. 지난 대선 때는 박근혜, 문재인까지 따라오게 만든 주요 공약이었으며, 민주당과 합당 때는 유일하다시피 한 정치적 명분이었다.

하지만 새정치의 상징은 꺾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당원과 국민들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 안철수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도리어 정치적 약속에 얽매이지 말고 공천을 해서 여당을 견제하라고 요구했다. 그가 기댔던 일반 국민들조차 “원칙과 소신”에 집착해 불리한 선거 상황을 고집하지 말라는 견해가 절반이나 됐다.

기초선거 무공천을 새정치라고 고집스레 밀고왔던 안철수에게는 상당한 타격이다. 더구나 그가 추진했던 새정치의 좌절과 실패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대선 때의 국회의원 정수 축소 공약, 새정치민주연합 정강에서 4·19와 5·18 정신을 빼자는 주장도 논란 끝에 없던 일이 됐다. 이뿐 아니다. 2011년 9월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에게 양보한 데 이어 2012년 대선 출마를 막판에 포기하고, 올해는 독자정당 창당을 접었다. 2년7개월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혜성처럼 나타난 뒤 정치적으로는 줄곧 꺾이고 좌절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새정치를 내세운 안철수는 자꾸 실패하는가. 흔히 그의 권력의지가 약하고, 뚝심이 모자란 탓이라고 진단한다. 정치 지도자는 끈질긴 추진력과 맹렬한 기세가 필요한데 안철수는 이른바 기가 약하다는 주장이다. 3당 합당 이후 청와대에서 대통령(노태우)에게 욕설까지 서슴지 않은 끝에 대선후보 자리를 거머쥐었던 김영삼이나 단식 투쟁으로 지방선거를 쟁취했던 김대중의 패기나 끈질김에 비교하기도 한다. 이들과 달리 중요한 고비 때마다 중도 포기한 예를 들어 반대자들은 그를 ‘철수(撤收) 정치인’이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표피적이거나 정략적이다. 그가 후퇴하고 실패해 왔던 것은 줏대나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새정치의 내용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수를 대폭 줄이겠다던 약속이 대표적이다. 정치를 혐오하는 대중적인 정서에는 맞을지 모르나, 재벌 등 사회 기득권을 제어해야 하는 정치의 힘을 약화시키는 반정치적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 잘못된 주장이다. 기초 무공천도 마찬가지다. 지역 정치인을 국회의원에게 줄세우고 돈이 오가는 등의 여러 폐단이 있지만, 기초선거에서 공천을 없앨 경우 정당의 뿌리가 약해질 뿐 아니라 결국 토호들이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 애초부터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데다 특히 야당만 공천하지 않을 경우 지방선거에서 일방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어서 무공천은 명분과 현실 양쪽 면에서 모두 설득력이 약했다. 4·19와 5·18 정신을 삭제하자는 제안은 민주화를 이끌어온 정통 진보개혁세력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관철되는 게 도리어 비정상이다.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사안이다.

김종철 에디터부문장.
이제 안철수는 기성 정치인과의 차별성을 강요받는 후발주자나 정치신인이 아니다. 강자와 맞붙어 싸워야 하는 정치적 약자도 더는 아니다. 의원 130명의 제1야당 대표다. 내용 없는 새정치보다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책임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다행스런 것은 그가 문제점을 바로잡을 줄 아는 유연성과 개인 소신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책임성을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당원 및 국민 여론조사라는 해법을 제시해 기초공천 문제로 갈라진 당론을 수습하고, 자신의 기대와 다른 결과에 대해 “내 신념이 당에 강요되는 독선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깨끗이 수용한 것은 긍정적이다. 미래로 가는 교훈을 얻었다면 실패의 경험은 오히려 약이다.

김종철 에디터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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