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자 파견 반대’를 외치는 노동 담당 기자이나 잠시 인사청문회 검증팀에서 ‘파견 노동자’로 일하는 김민경입니다. ‘원직 복직’을 꿈꾸지만 마침 중앙아시아 3개국을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귀국 이후 총리·장관 후보자들의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안 요청 제출을 검토하겠다는 바람에 파견 기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신문 1면을 주로 차지한 기사는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문제입니다. 송광용 청와대 신임 교육문화수석과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도 논문 ‘자기표절’ 등의 의혹을 받고 있죠. ‘후보자 검증할 게 논문밖에 없느냐’고 궁금해하실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인사청문회의 ‘4대 천왕’은 부동산, 세금, 병역, 논문입니다. 그러나 임명동의안·인사청문요청서가 오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수사기관과 달리 가진 거라곤 몸뚱이밖에 없는 기자들이 집중 검증할 수 있는 내용이 이미 공개돼 있는 논문입니다. 인사청문 대상자인 장관은 8명이나 되지만 연구를 업으로 삼는 학자는 김명수(전 한국교원대 교수)·정종섭(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후보자뿐입니다. 논문 관련 문제가 두 사람을 중심으로 나올 수밖에 없지요. 김명수 후보자가 제자의 석·박사 학위 논문을 사실상 요약하는 수준에서, 자신을 제1 또는 제2 저자로 학술지에 실은 논문이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8건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실은 논문 3건에 대해 교원대 산학협력단에서 주는 1270만원의 연구비까지 챙겼습니다. 그래서 “제자 논문을 가로채 연구비까지 챙겼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정종섭 후보자는 사실상 거의 같은 내용의 논문을 이중 게재, 삼중 게재했다는 두 건의 ‘자기표절’ 의혹을 받고 있고요. 인사청문 대상자는 아니지만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도 세 건의 ‘자기표절’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교육부 장관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특히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책임지는 자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강도 높은 ‘학문 윤리’를 요구받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야가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2006년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졌을 때,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교육부총리의 표절 의혹은 교육 최일선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많은 교수분들, 나아가 국민들의 양심을 훔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사가…교육부총리를 하고 있다니 결국 누구를 믿고 교육행정을 맡겨야 하는지 한국 교육의 미래가 암울하기까지 하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죠. 저도 누구를 믿고 교육행정을 맡겨야 하는지 암울합니다. 교육 관련 업무를 맡는 것은 아니지만 정종섭 후보자도 건국대 교수로 임용된 1992년부터 22년간 학자로서 활동했기 때문에 ‘학문 윤리’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쯤에서 대체 그 많은 ‘논문 관련 문제점’을 언론과 의원실이 어떻게 매일 찾는지 궁금하실 것 같네요. 특별한 노하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지금으로서는 ‘생 노가다’밖에 없습니다. 국회도서관 등에서 후보자의 이름으로 검색하면 대부분의 논문 제목을 찾을 수 있습니다. 국회도서관에 직접 가면 열람도 가능하고요. 여기서부터는 정말 ‘사람’과 ‘시간’의 문제입니다. 일일이 논문을 찾아 읽어보는 방법 말고는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많은 시간을 투자할수록 검증이 빨라집니다. ‘다행히’ 제자 석·박사 학위 논문 가로채기 의혹을 받는 김명수 후보자의 경우에는, 석·박사 학위 논문 제목과 자신을 제1저자 등으로 내세워 발표한 논문 제목이 100% 일치했습니다. 학위 논문과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비교해보면 간단했죠.
김민경 사회정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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