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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06 19:40 수정 : 2017.01.06 20:18

세액감면이 대기업에 집중되다 보니, 일부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그보다 작은 규모의 기업에 비해 낮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 2공장 조립라인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토요판] 뉴스분석 왜?
법인세 실효세율 논란

세액감면이 대기업에 집중되다 보니, 일부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그보다 작은 규모의 기업에 비해 낮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 2공장 조립라인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모처럼의 여소야대와 촛불정국 속에서 야3당이 밀었던 법인세 인상안이 지난 정기국회에서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꺼졌나 싶던 불씨가 한 종편 방송사의 신년토론회에서 살아났다. 과연 대기업들은 법인세를 11%밖에 안 내는 것인가? 전원책 변호사를 ‘실검 1위’에 올려놓은 문제의 논쟁, 그 내밀한 속내를 들여다본다.

새해 벽두부터 느닷없이 우리나라 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얼마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발단은 지난 2일 <제이티비시>(JTBC) ‘뉴스룸’의 신년특집토론 ‘2017 한국 어디로 가나’에서 패널로 나온 이재명 성남시장과 전원책 변호사 간의 ‘설전’이었다. 여기서 이 시장이 한국의 10대 기업 평균 실효세율이 11%라고 주장하자 전 변호사는 그런 수치는 역사상 존재하지도 않았고, 지금은 비과세·감면 축소로 16%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이 방송이 나가자 여러 매체에서 ‘팩트체크’가 이루어졌고, 에스엔에스(SNS)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과연 법인세 실효세율은 무엇이고 우리나라에서 그것은 얼마나 낮다는 것인가? 몇 가지 쟁점을 정리해본다.

법인세 실효세율, 왜 문제인가?

세금은 소득에 매겨진다. 보통 세제는 누진적으로 설계되어 있기에, 소득이 높으면 세금을 많이 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총소득 대비 세율도 높아지는 게 정상이다. 기업의 경우 한 해의 총수입에서 각종 비용 등을 공제하고 몇 가지 기술적인 조정을 거치면 과세표준이라는 게 산출된다. 세법에서 소득으로 삼는 게 바로 이 과세표준이다. 여기에 세율을 곱하면 기업이 그해에 내야 할 세액, 즉 ‘총산출세액’이 나온다.(아래 표)

우리나라에서 법인세는 3단계로 설계되어 있다. 과세표준 2억원에 못 미치는 소득에는 10%를, 이를 넘는 소득에는 20%를 과세한다. 이에 더해 200억원이 넘는 소득은 추가로 10% 더 과세한다.(오른쪽 표) 따라서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일수록 총소득 대비 세율이 높은 것이 정상이고, 그 세율은 기업의 소득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22%로 수렴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공제제도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특정 산업이나 중소기업을 보호하거나 기업의 투자와 고용, 연구개발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세액공제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2015년 신고분에서 전체 법인이 받는 감면액은 9조6천억원에 이른다.(아래 표) 총산출세액에서 각종 공제감면을 받은 것을 뺀 실제 부담세액을 소득(과세표준)으로 나눈 게 기업의 실질적인 세부담, 곧 실효세율이 된다.

만약 모든 기업이 골고루 공제를 받는다면 별 탈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중소기업만 받을 수 있는 몇 가지 소소한 항목을 빼면, 기업이 받는 세액공제 혜택의 대부분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2015년의 경우를 보자. 소득신고를 한 법인 59만개 중에서 81%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돌아간 감면액은 2조3천억원에 그친 반면, 0.3%에 지나지 않는 상호출자제한기업(흔히 ‘재벌’이라 불리는)이 가져간 감면액은 5조7천억원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라 공제감면 상위 10개 기업이 전체 감면액의 48%(4조6천억원)를 가져갔다.

이렇게 세액감면이 대기업에 집중되는 것은 공제제도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연구개발이나 해외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은 주로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공제가 불균등하게 이루어진 결과 일부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그보다 작은 규모의 기업에 비해 낮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이재명 시장이 문제삼은 것도 이러한 ‘역전현상’이다. 그는 일부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높여 이를 바로잡자고 주장했다. 표면적으로 그의 제안은 과세표준 500억원 넘는 소득에 30% 세율을 적용하는 구간을 신설하자는 것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그는 상위 10대 기업의 실효세율이 11%라고 했지만, 이는 국세청이 몇몇 국회의원실에 보낸 자료를 참조하면 12.1%를 잘못 말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 수치가 지나치게 낮은 것은 사실이다. 명목세율만 봐서는 이런 현실을 감지할 수 없다. 바로 이 때문에 명목세율이 아닌 실효세율을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법인세 실효세율이 12.1%?

그런데 실효세율이라는 것도 그렇게 명확한 개념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것은 기업이 내는 세액을 그 소득으로 나눈 값이지만, 분모에 오는 소득과 분자의 세액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값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앙정부 소속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국세수입만을 관할하므로 기업이 최종적으로 내는 총부담세액을 과세표준으로 나눈 값을 실효세율로 볼 것이다.(아래 표 ‘가’)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외국에서 낸 세금이나 국내에서 낸 세금이나 같기 때문에 이를 모두 고려해 자신의 세부담을 측정하고자 할 것이다.(아래 표 ‘나’) 또한 보통 법인세에는 10%의 지방세가 가산되는데, 이것은 중앙정부의 관심사는 아니더라도 기업으로선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요소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이 모두를 고려한 것을 자신의 실효세율로 여길 것이다.(아래 표 ‘다’)

이렇게 보면 전체 법인의 실효세율은 16.1%에서 19.3%까지 변동하게 된다. 이재명 시장이 말한(것으로 보이는) 상위 10대 기업의 실효세율(12.1%)도 최대 18.9%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렇게 대기업의 실효세율 편차가 특히 큰 것은 무엇보다 외국납부세액공제 때문이다. 주로 대기업들이 해외활동이 많고, 해외활동이 많은 기업일수록 ‘가’와 ‘나’의 차이가 크다. 이 시장은 ‘가’의 실효세율 개념을 쓴 셈인데, 토론회 이후 이 시장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주로 지적하는 것도 ‘가’는 기업의 실질적인 세부담을 재는 데는 적절치 않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어떤 기준을 쓰더라도 실효세율 차원에서 법인세제의 누진성이 크게 약화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JTBC 신년특집토론 참가한 패널들
법인세 실효세율 얼마냐 놓고 설전
실제부담세액을 소득으로 나눈 값
세액공제 혜택 대부분 대기업 집중

기준 따라 실효세율 수치 다르지만
법인세 누진성 약화는 분명한 사실
‘법인세 인상→투자 감소’ 단정 못해
노동자·중소기업 재생산 위협 상황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 높은가?

법인세 부담을 나라 간에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본 대로 실질적인 세부담을 재는 척도로는 실효세율이 적당하다. 그러나 나라마다 세제의 전체적인 틀이나 공제제도 등이 천차만별이라 실효세율을 비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명목세율은 쉽게 비교할 수 있다. 보통 최고세율을 비교하는데, 우리나라는 22%(지방세 포함 시 2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높은 편은 아니다(34개국 중 19위). 문제는 명목세율 자체는 높지 않은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9위)와 총조세 대비 법인세수(4위)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것이다(이상 2014년 기준). 일각에서는 이를 우리나라가 법인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그리고 그런 이유로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근거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법인세율 자체는 높지 않은데 법인세수가 많다는 것은 좀 더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비판론자들은 그 이유를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에서 찾는다. 국민경제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소득 몫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세율이 낮아도 세수 비중은 커진다는 얘기다. 최근 우리 경제상황에 비춰보면 그럴싸한 지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와 같은 누진적인 제도 아래서는 법인소득 총액이 같더라도 그 배분이 불균등하고 양극화될수록 법인세액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양극화의 한쪽 극단을 차지하는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고세율을 높이는 것이 대기업이 이윤을 자신의 하청 중소기업들이나 노동자에게 좀 더 많이 분배할 유인으로 작용한다면, 역설적으로 법인세수 비중은 줄어들 수도 있다. 물론 그에 대응해 소득세수가 늘어날 것이다.

법인세, 올려도 되나?

그런데 이렇게 법인세를 마구 올려도 되나? 혹시 그것이 기업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기업이 국외로 빠져나가지는 않을까? 어떤 이들은 이런 걱정 때문에 직접적인 법인세 인상보다는 비과세·감면을 줄여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외국납부세액공제를 뺀 전체 공제감면액의 절반에 육박하는 것이 연구인력개발비세액공제(49%)임을 떠올리면, 비과세·감면 축소도 기업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진 않다.

하지만 법인세율 인상에 따라 기업이 투자를 줄이리라고 섣불리 단정할 필요는 없다. 현재 우리나라 출신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투자에 열심인 것은 정부의 공제감면제도보다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제는 기업활동의 배경을 이루는데, 법인세 증세에 따라 이 배경이 바뀌면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조직하거나 노동강도를 높임으로써, 또는 해외시장 개척에 더 열을 올림으로써 대응할 수도 있다. 이것이 성공적이면, 법인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이윤은 심지어 더 증가할 수도 있다. 또한 늘어난 법인세수로 국가가 복지를 강화한다면, 노동자 입장에서도 기업의 강화된 통제를 좀 더 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결국 이것이 지난 세기 서유럽 선진국들의 일반적인 경험이다.

‘뭣이 중헌디?’

흔히 대기업에 대한 적대감 때문에 법인세를 올리자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한다. 이러한 의심에서 벗어나는 것은 인상론자들의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국회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야권이 지난해 이미 법인세 인상에 원칙적으로는 합의를 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오른쪽 위 표) 특히 500억원 넘는 소득에 대해 좀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자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비록 지난 정기국회에서 법인세 인상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야당들이 대기업에 대한 적대감 때문에 이런 법안들을 내놓고 있다고 믿기는 어렵다.

지금 한국 경제는 붕괴 위험에 처해 있다. 올해 1% 성장도 어렵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 이 위기는 자원배분의 왜곡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쟁에서 성공한 일부 대기업들은 엄청난 이윤을 누리는 반면, 대다수의 노동자와 중소기업들은 불완전 취업과 수익성 저하, 부채 등으로 최소한의 ‘재생산’마저 위협받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지금까지 대기업들은 이들을 ‘쥐어짜냄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지만, 아무리 내로라하는 대기업이라도 노동자와 중소 하청기업이 없이는 생산할 수도, 자신의 상품을 판매할 수도 없다.

이러한 위기, 즉 이제 ‘승자’들의 목까지 조여오고 있는 국민경제적 차원의 자원배분 왜곡은 개별 경제주체들에 맡겨서는 바로잡히기 어렵다. 국가가 나서서 거국적으로 처리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국회에서 법인세 인상론이 지지를 얻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도 그것이다. 국가가 적극적인 조세재정 활동을 통해, 달리 말해 남는 곳에서 많이 걷어서 이를 필요로 하는 적재적소에 배분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현재 가장 많은 유휴자원이 몰려 있는 곳이 일부 대기업임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김공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g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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