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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지축, 남양주시 별내지구에 ‘협동조합이 짓는 뉴스테이’가 들어선다. 지축 지구에 들어설 뉴스테이의 커뮤니티 특화 프로그램. 더함컨소시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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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협동조합 뉴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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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지축, 남양주시 별내지구에 ‘협동조합이 짓는 뉴스테이’가 들어선다. 지축 지구에 들어설 뉴스테이의 커뮤니티 특화 프로그램. 더함컨소시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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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주거는 복지보다는 시장의 영역에 머물러 있습니다. 집 없이 떠도는 이들의 삶이 행복할 리 없습니다. 협동조합주택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들이 있지만 아직 소규모입니다. 그런데 조만간 1000가구 규모의 대규모 협동조합주택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주택협동조합의 실험이 새로운 차원으로 거듭날지 모르겠습니다.
‘의’와 ‘식’은 어느 정도 해소됐으나, ‘주’는 아직 멀었다.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삶은 팍팍하다. 2014년 국토부가 낸 주거실태보고서의 주택보급률은 이미 오래전 100%를 넘겼지만 자가점유율은 53.6%에 그친다. 가구수보다 집이 많아도 자기 집이 없는 이들이 절반이다. 서울시민 중 주택 보유자는 평균 10년을 한집에 머무르지만, 전월세로 사는 이는 평균 거주 기간이 3년밖에 안 된다.(2014년 서울연구원) 나이가 어릴수록 더하다. 40살 미만인 이들의 70%가량은 최근 2년 이내 집을 옮겼다. 집이 없어 떠도니 이웃 간 관계 형성이 어렵다. 정주 관념도 없다. 떠도는 외톨이의 삶은 외롭고 불행하다. 자신의 집이 꼭 필요하다 생각하는 이들의 절대다수(95.8%)는 ‘주거 안정’을 이유로 든다. 복지보다 시장의 영역에 머물러 있는 한국의 주거는 떠도는 이들의 기대를 앗아간다.
1000가구 규모 협동조합주택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은 조금 다르다. 협동조합이 주거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웨덴에선 전체 주택의 22%를 협동조합이 보유하고 있다. 1920~40년대 이미 협동조합주택을 짓는 주택협동조합의 연합조직이 만들어졌다. 우리로 치면 아파트를 짓는 대형 건설사가 협동조합인 셈이다. 연합조직은 집을 짓고 개별 협동조합에 이를 판 뒤 해당 조합에 주택관리를 맡긴다. 주택협동조합은 입주자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복무한다. 조합의 운영에 필요한 만큼만 이익을 남겨 주거비가 저렴하다. 협동조합의 활동은 공익적 가치에 부합하니 공공도 거든다.
우리는 주택협동조합을 최근에야 시작했다. 몇 년 사이 국내에선 다양한 주택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공공주택은 턱없이 적고 민간주택은 턱없이 비싼 현실에서 저렴하고 안정적인 주거가 필요한 이들이 힘을 합쳤다. 소행주, 달팽이집, 하우징쿱 같은 민간 협동조합주택들이 속속 등장했다. 예술인협동조합주택, 육아협동조합주택, 청년협동조합주택 등도 공공주택으로 만들어졌다. 많아야 수십 가구 규모였던 이들 주택과 달리, 1000가구 규모의 대규모 협동조합주택이 조만간 등장한다. 주택협동조합의 실험이 새로운 차원으로 거듭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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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내지구 사업구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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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경기 고양시 지축, 남양주시 별내지구에 1천여가구 규모의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을 짓겠다며 사업자를 공모했는데, ‘더함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축과 별내에 지어지는 뉴스테이 아파트는 사회적기업이 짓고 협동조합이 운영하게 된다. 2015년 하반기 이후 7차까지 진행된 뉴스테이 사업을 ‘사회적 주체’가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초 국토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공성을 보완한 특화형 뉴스테이’로 보고된 뒤 처음 시행되는 것이다. 컨소시엄을 주도한 더함은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사회적 부동산 개발을 위해 설립됐다. 아파트 입주자들을 모집해 주택협동조합을 설립하게 한 뒤 이 조합에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주택협동조합은 아파트 관리를 맡는다.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사회적 주체인 사회적기업이 주택을 짓고, 입주민 스스로 설립한 협동조합이 주택을 소유하는 형태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국가 정책사업인 뉴스테이
협동조합 주도 ‘첫 사례'
공공성 보완한 특화형
“정책 취지 가장 부합”
기존 사업 건설사만 이익
이익 추구 않는 주체여야
공동체이익사업 등
다양한 공동체 실험도 가능
별내에 지어질 뉴스테이(491가구) 60㎡형의 기준 임대료(약정 뒤 변경 가능)는 보증금 1억2000만원(협동조합 출자금 포함)에 월세 32만원이다. 보증금이 너무 많다면 월세를 46만원으로 올리고 보증금을 6500만원까지 낮출 수 있다. 월세가 부담이면 보증금을 2억300만원으로 높이고 월세를 10만원으로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같은 방식으로 74㎡형은 보증금 7000만~2억6000만원에 월세 61만~10만원, 84㎡형은 보증금 7500만~2억8300만원에 월세 67만~10만원이다. 별내에 견줘 땅값이 비싼 지축(539가구)의 경우 74㎡형이 보증금 7000만~3억1000만원에 월세 61만~10만원, 84㎡형은 7000만원~3억3000만원에 월세 67만~10만원이다. 더함컨소시엄 쪽은 “협동조합이 짓는 뉴스테이이기에 이런 가격이 가능하다”고 한다.
협동조합이 아파트를 짓는다고?
별내와 지축에 지어지는 뉴스테이는 민간 건설기업이 사업의 주체인 기존 뉴스테이와 다르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사회적 주체’가 택지, 금융, 조세 등 정부 지원을 받아 짓거나 사들여 임대하는 ‘사회적 주택’이다. 공급주체가 정부나 민간이 아니란 점에서 공공임대주택이나 민간임대주택과 다르다. 사회적 주체는 이윤 극대화보다 사회적 공익을 추구한다. 근본적으로 다른 가격 결정 방식의 이면엔 이 사회적 주체가 있다.
더함의 양동수(41·변호사) 대표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만든 공익재단법인 동천에서 2009년부터 일했다. 지난해 사회적 경제 기업들의 법률 지원을 위한 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으로 자리를 옮겼다. 협동조합 뉴스테이 사업을 추진하며 ‘사회적부동산 프로젝트 추진단’ 사업을 추가한 더함엔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센터장, 서울혁신센터장 등을 지낸 정상훈씨가 총괄디렉터로 함께하고 있다. 4일 서울 대학로 사무실에서 만난 양 대표는 기존 뉴스테이가 건설회사에 이익을 지나치게 몰아주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니 세제 등 제도적 지원이 너무 많아 보였습니다. 정책은 최종적인 이익귀속 주체가 누구인지를 보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이 경우 건설사에 이익이 많이 돌아가는 구조더라고요. 소비자인 입주자들에게 이익이 가게 하려면 입주자가 직접 주주로 들어가 자주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 방식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히 협동조합으로 귀결됐습니다.”
낯선 이들의 등장에 ‘비영리’에 익숙지 않은 건설업계도 당황해했다. 그는 “컨소시엄에 들어올 건설사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사업의 경우 우리가 시행사인 셈인데, 시행사가 나서서 이익을 추구하지 않거나 저수익을 바라면서 입주자 중심으로 만든다고 하니 건설사들이 당황해했습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기본 이해가 없다 보니 단순도급인데도 참여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더군요.”
별내와 지축에 뉴스테이 아파트를 짓는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전부 3700억원가량이다. 이 중 80%는 주택도시기금과 민간차입금 등을 통해 조달한다. 더함을 비롯해 건설사, 정림건축문화재단, 대한토지신탁(자산관리회사)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나머지 20%의 자기자본을 댄다. 기금 지원을 받는 형태는 다른 기업형 임대주택과 다를 바 없으나, 설립된 리츠(부동산투자회사)의 지분을 향후 입주민이 만든 주택협동조합에서 사들이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건설사와 자산관리회사, 향후 주택협동조합이 설립할 주택임대관리회사의 수수료 정도만 제외할 뿐 별도의 이익을 남기지 않고 임대료를 결정한다.
임대료 산정 과정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런 점이 분명해진다. 더함 쪽은 별내지구 인근 아파트 최고 시세의 77~80% 수준으로 뉴스테이의 기준 분양가를 결정했다. 전세가 전환율도 주변(78.4%)보다 낮은 70%다. 전월세 전환율은 3.29~2.93%, 임대료 상승률은 2.5%로 정했다. 이렇게 되면 주변 아파트인 별내아이파크 2차에 견줘 보증금이 같은 경우 월 임대료가 최고 46%가량(84㎡형) 낮아진다는 게 더함 쪽 설명이다. 물론 조합 출자금 등을 더하면 차이는 다소 줄어든다.
양 대표는 “결국 핵심은 기업형 뉴스테이를 주도하는 건설사들의 경우 자신들의 이윤을 고려해 주변 시세 대비 최적(?) 임대료를 정하지만 우린 재무모델이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입주자들에게 최대한 적은 부담을 주는 가격을 계산해 정한다는 것이다. 가격 결정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기업형 뉴스테이가 통상 임대기간 8년을 넘겨 분양으로 전환되는 것과 달리 협동조합형은 영구임대도 가능하다. 목돈이 묶여 있다는 재무적 부담에 집을 팔고 나갈 수밖에 없는 건설사들과 달리, 입주민들이 주인인 주택협동조합은 그래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망하거나 조합원 자격을 잃지 않는 이상 입주민 역시 다른 곳으로 이사 가야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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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엔피오(NPO)지원센터에서 열린 협동조합형 뉴스테이 1차 사업설명회. 60여명이 모여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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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공동체사업도 가능
우리 현실에서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이 이런 대규모 사업을 하는 게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양 대표는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사회적기업이 어떻게 이런 사업을 할 수 있느냐 물을지 모르지만, 이 사업의 구조 90%는 기존 뉴스테이와 동일하다. 우리는 입주자를 모집하고 이들의 공동체를 잘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적 측면만 잘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더함의 정상훈 총괄디렉터도 사업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뉴스테이 구조에서 건설사는 무조건 분양아파트 수준으로 책임 준공을 하게 돼 있습니다. 국토부, 주택도시보증공사, 엘에이치 등에서 철저한 관리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못하면 많은 불이익이 주어지게 됩니다. 사업비 역시 기금이 직접 출자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합니다. 쉽게 말해 절대 망할 리 없는 국가 정책사업을 협동조합이 활용해서 새로운 주거공동체를 만드는 절호의 기회인 거죠. 결국 뉴스테이라는 정책의 취지에 가장 걸맞은 사업이 된 겁니다.”
정작 관건은 1000여가구가 출자해 만들 주택협동조합의 공동체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느냐다. 일종의 시범사업 성격인 만큼 새로 만들어질 주택협동조합이 주거공동체로서 모범적 선례를 남겨야 비슷한 후속 사업들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함은 이를 위해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사회주택협회,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아름다운가게, 해피브릿지협동조합 등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일종의 “사회적 자본 역할”이다. 주거공동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공동체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모으기 위해 특별공급 물량도 충분히 확보하려 한다. 기존 기업형 뉴스테이에서 신혼부부나 재능기부자를 별도 모집하는 것과 비슷하다. 주거공동체가 활성화되면 주택관리뿐 아니라 공동체이익회사 등의 형태로 다양한 일을 시도해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주택관리를 포함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뒷받침할 별도 예산도 잡아놓았다.
양 대표는 “공동육아나 의료생협 같은 공동체 프로그램뿐 아니라 몇몇 대기업을 통해 공동체 기반 오투오(O2O, online to offline) 서비스 같은 것을 접목하는 얘기도 진행 중이다. 입주민들이 아무 때나 편히 저렴하게 자동차를 쓸 수 있도록 공유차를 두고 개별 가구의 차를 줄이는 일도 가능하다. 신협이나 새마을금고가 들어와 공동체금융기관으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주택협동조합은 영리가 아닌 소비자 이익, 관계를 지향하는 구조로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의 상품이나 서비스와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선 외국의 주택협동조합은 대부분 임대관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편다. 양 대표가 언급한 여러 공동체 사업의 기반이 이미 사회적으로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협동의 기반’이 취약한 한국에선 이런 대규모 주택협동조합은 여러 실험을 해볼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다. 양 대표는 “기본소득이나 생활임금, 사회책임조달 같은 일들을 공공이 아닌 민간의 영역에서도 시도해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공동체의 가치’를 몸으로 익힌 입주자들이 들어와 주택협동조합을 모범적으로 이끌 필요가 있다. 그래서 조합원 모집 뒤 이어질 소통 과정이 협동조합 뉴스테이 사업에선 무엇보다 중요하다. 계획대로면 별내 지구의 협동조합 뉴스테이 아파트는 오는 5월 조합원 모집을 시작해 2019년 9월 입주가 이뤄진다. 지축은 이보다 늦은 올 10월께 조합원 모집, 2020년 3월 입주 예정이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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