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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종암중학교 과학교사 장영주 선생님이 3학년 교실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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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뉴스분석 왜?
‘학습의 적’ 스마트폰 활용하는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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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종암중학교 과학교사 장영주 선생님이 3학년 교실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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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부분 대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데도 우리 아이들은 교실에서 근의 공식이나 ‘태정태세’를 외우고 있습니다. 책이나 활자보다 영상과 이미지를 더 좋아하는 청소년에게 19세기 교육은 얼마나 효용이 있을까요? 이런 현실을 요즘 아이들의 눈이자 뇌인 스마트폰을 이용해 극복해보려는 교사들이 있어 관심을 끕니다. ‘스마트폰=중독’으로 보는 편견에 맞서는 ‘미래에서 온’ 선생님들을 만나봤습니다.
11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종암중학교 교문에 들어서자 아카시아 향기가 코를 찔렀다. 희미하게 밤꽃 냄새도 났다. 바로 뒤에 개운산이 있어 공기가 남달랐다.
교문을 들어서면 운동장이 나오는데 2학년쯤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티볼을 하고 있었다. 티볼이란 투수 없이 홈플레이트에 세워진 막대(티)에 우레탄으로 만든 큼직한 공을 얹은 상태에서 플라스틱 배트로 때리는 야구와 비슷한 경기다. 투수 중심인 엘리트 스포츠 야구와 달리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마침 한 여학생이 참외만한 정지된 공을 잘 맞히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아무개가 보고 있다”란 다른 여학생들의 응원 덕분일까. 깨끗한 안타를 만들었다. 풋풋한 실수도 진득한 노력만큼 자양분이 되는 이때의 아이들의 몸짓은 아카시아 향기처럼 싱그러웠다.
함성을 뒤로하고 3학년 교무실에서 장영주 교사를 만났다. 과학 과목을 맡고 있는 장 교사의 스마트폰 활용 수업을 참관하기 위해서다. 장 교사는 스마트폰의 각종 응용프로그램(앱)으로 학생들에게 교과목을 가르치는 학습법을 2014년부터 실시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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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종암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관함에 넣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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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학교에서는 등교할 때 휴대폰을 걷어서 가방에 넣어두었다가 하교할 때 나눠준다. 심지어 지난해 울산 한 고등학교에서는 공기계를 제출하고 스마트폰을 감추는 아이들을 찾기 위해 금속탐지기를 동원해 몸수색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학교에서 스마트폰은 술·담배만큼이나 경계 대상 1위인 셈이다.
스마트폰 활용 수업 직접 보니
학생들 졸지 않고 모두 초롱초롱
학교 티브이와 미러링·링크 신기
퀴즈 풀고 젤리 받자 꺄르르
수업 끝나자 와하며 박수도
예산 드는 피시·태블릿과 달리
휴대폰은 언제든 수업 가능
무료 응용 프로그램도 풍부
디지털 강국 미국에서도 “스마트폰 꺼”
사실 우리나라는 아직 스마트폰을 비롯해 디지털 기기로 교육하는 방향에 대해서 어떤 지침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장 교사처럼 관심있는 교사들이 각개약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이 2006년 미래학교(School of the Future)를 열어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학습모델을 만들려고 한 것에 견주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영국·핀란드·싱가포르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고민을 해왔다.
하지만 미국의 교육지침(2016~2017년 메릴랜드주 핸드북)을 봐도 스마트폰은 항상 꺼놓거나 진동모드로 해놓는 것이 원칙이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다고도 명시했다. 우리보다 디지털 교육 환경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엄격함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날 참관할 3학년 7반 학생 가운데 개별수업 참여자를 제외하고 이날 수업에 참여한 학생은 25명이었다. 6교시 마지막 수업이었다. 점심시간 바로 뒤인 5교시만큼은 아니지만 봄날 6교시도 만만치 않게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시간이다. 장 교사는 7반 담임 선생님에게 커다란 검은 휴대폰 보관 가방을 받아들고 3층 교실로 올라갔다.
이날 학생들은 장 교사의 스마트폰 수업이 처음이었다. 장 교사는 스마트폰 수업을 하려면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폴더나 앱을 여는 게 아니라 마음을 연다는 말에 의아했지만 설명을 듣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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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종암중학교 과학교사 장영주 선생님이 3학년 교실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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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종암중 교실에는 공용 와이파이가 없었다. 결국 스마트폰 수업을 하려면 자기 데이터를 써야 했다. 데이터 무제한이 아닌 다음에야 학생들이 금쪽같은 데이터를 쓰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스마트폰을 주면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카톡을 하거나 웹툰을 본다는 점이다.
장 교사가 수업하는 뒷모습을 찍어 단톡방을 만들거나 카카오스토리 등에 포스팅 해놓고 킥킥거리는 것을 적발한 적도 있었다. 수업 중에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필요한데 으름장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런 설득 작업을 끝내고 스마트폰 수업을 하려면 보통 한두 달간의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수업엔 조는 학생이란 없다
수업은 교실 앞에 있는 스마트텔레비전(TV)과 스마트폰을 미러링(스마트폰을 텔레비전으로 보는 기능) 연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연결이 되면 교사의 스마트폰 화면이 텔레비전에 뜬다. 다음엔 교사의 스마트폰과 학생의 스마트폰의 정보가 공유되면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학교에 있는 디지털 기기와 각자의 디지털 기기를 연결하는 것이다. 미러링이 되자 장 교사가 참으로 낯선 말을 했다. “휴대폰 켜. 수업 시작한다.”
이날 수업은 두 방향으로 진행됐다. 먼저 ‘수정과 발생’ 교과 과정을 2인1조(모둠)별로 정리한 프로젝트를 스마트폰을 이용해 발표하는 것이다. 정리 방식은 기존 학교 수업과 동일하다. A4 크기의 활동지를 나눠주고 ‘남자와 여자의 생식’에 대해서 교과서 목차에 따라 내용을 정리하게 한다.
그 뒤 피오피(POP)2.0 앱을 이용해 활동지 내용의 사진을 찍어 페이지에 링크를 걸어둔다. ‘링크’란 네이버나 다음에서 뉴스의 제목을 누르면 해당 기사가 펼쳐지는 것과 똑같은 방식이다. 이 앱은 자신이 손으로 그린 스케치 등을 휴대폰에 링크시켜 언제든 편리하게 불러 볼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인데 이를 교구로 이용하는 것이다.
모두 세 조가 발표를 했는데 그 가운데 3조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보고서의 글씨와 그림을 모두 컬러로 그렸다. 정자와 난자에 눈 코 입을 그려 캐릭터화해 눈길을 끌었다. 파워포인트 등을 이용한다면 더 멋진 보고서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 교사의 설명은 달랐다. 장 교사는 이 수업의 핵심은 보고서의 완성도가 아니라 교과과정을 정리해 링크를 거는 데 있었다. 아이들은 포털에서나 볼 법한 링크를 직접 해보는 것을 매우 신기하게 생각한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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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암중학교 학생들을 몰입하게 했던 퀴즈 수업에 사용한 무료 앱 ‘핑퐁’.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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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수업은 ‘핑퐁’이라는 앱으로 진행됐다. 이 앱은 교사가 낸 퀴즈를 아이들이 참여해서 푸는 것이다. 퀴즈의 정답과 오답이 바로바로 나오고 누가 맞히고 누가 틀렸는지까지 알 수 있어서 앞 수업보다 집중도가 높았다. 거기에 상품까지 걸렸다. 장 교사는 수업에 앞서 12개의 컵을 꺼내 정답을 맞힌 조에게 젤리를 하나씩 넣었다. 12조가 전부 정답을 맞히면 보너스로 젤리를 하나씩 더 넣었다. 이날 퀴즈는 유전과 진화 분야였다.
학생들은 적극적이었다. 특히 3번째 문제에서 12조 모두 문제를 맞혀 젤리 2개를 얻자 박수를 치면서 즐거워했다. 기세를 올린 아이들은 4번째 문제도 전원 맞혔다. 일부 아이들은 자기끼리 “짱! 짱! 최고! 최고!”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은 대부분 활짝 웃고 있었다. 박수를 치는 학생도 있었다. 수업을 받은 소감을 물어보니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는 대답이 나왔다. 왜 지루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친구들이랑 스마트폰을 써서 수업을 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스마트폰이 소중하다는 학생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뭐든지 다 된다”고 말했다.
신문 보거나 소설책 읽는 학생 거의 없어
직접 지켜봤지만 스마트폰을 활용한 수업 효과는 놀라왔다. 그러나 장 교사는 스마트폰으로 하는 수업의 비중은 전체 수업의 50%를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마음을 여는 시간이 한달 반 정도 걸리고 개념에 대한 전달은 여전히 고전적인 칠판 수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고전적 교육법을 병행할 경우 아이들의 성적은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다. 장 교사는 학급마다 편차는 있지만 보통 20% 정도인 60점 미만인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교육을 하면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벌 위주의 성적지상주의가 대세인 요즘 딱 좋아할 성적 향상 효과도 있는 셈이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필라델피아시에 2006년 세운 미래학교(SOF)는 흑인 가정이 많고 소득수준이 낮아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학습 환경을 선보인 결과 3년 만에 졸업생 전원이 대학에 합격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교사 생활 19년차인 장 교사가 스마트폰 학습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계기는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들을 못 견디는 개인적인 성향 때문이었다. 학생들 일부는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학력 저하나 수업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2013년 12월 디지털 교과서 연구학교 운영을 위한 연수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던 교사들을 만났다. 스마트폰의 팝2, 핑퐁, 정보무늬(QR코드), 동영상편집 등의 다양한 앱을 이용해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경험을 공유한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선 우려했다. 스마트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었다. 동료 교사들보다 학부모들의 우려가 더 컸다. 하지만 미국·핀란드 등에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교육이 이미 오래전부터 실시돼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고 실제 아이들의 반응도 뜨겁다는 걸 느꼈기 때문에 계속해서 추진해왔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서 수업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수업을 해보면 모두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 교사로서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걸맞은 교육 혁신 절실
그의 노력은 작은 결실을 맺기도 했다. 올해 종암중으로 전근하기 전까지 도봉구 수유동 강북중에서 10년간 근무하던 장 교사는 당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썼다. 자신 스마트폰의 핫스팟으로 학생들을 접속시켰는데 중계기 역할을 할 수 있는 스마트폰 한두 대가 아쉬웠다. 가끔 스마트폰 사용을 문의하던 교장선생님의 스마트폰이 전화통화용으로만 쓰이고 매달 남는 데이터가 빵빵하다는 사실을 안 장 교사는 가끔 교장선생님의 휴대폰을 빌려서 수업을 했다.
교장선생님은 내 휴대폰을 빌려가서 도대체 뭘 하나 하고 장 교사의 스마트폰 수업에 참관했다가 학생들이 몰입하는 장면을 보고 2015년 학교 전체를 커버하는 공유기를 설치했다. 5000만원가량 드는 사업이었다. 덕분에 장 교사는 2016년부터 교장선생님 휴대폰을 빌리지 않고도 수업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다른 학교에서 사례발표를 했고 올해 1월 서울시교육청의 ‘교과정보’에 자신의 수업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 강북중과 종암중에서 각각 연구모임을 만들어 ‘동지’들을 늘려왔다.
교육당국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학습 방법에 대해 준비해왔다. 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실시하고 있는 미래학교가 그 예다. 창덕여중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2014년부터 미래학교로 지정됐다. 창덕여중은 오래된 교사를 전격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은 물론이고 태블릿피시, 3D프린터 같은 기기를 갖췄다. 또 자유학기제, 주제중심 통합교과·평가시스템 전환 등의 교과 운영 체제를 바꾸는 시도를 실시하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 가운데 한 학기를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토론·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수업방식을 개선한 것이다. 창덕여중의 경험은 교사연수를 통해 다른 학교에 전파되고 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창덕여중은 12일 오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정보통신(ICT)교육장관 포럼에 참여한 46개 아태지역 회원국 교육장관들의 견학을 진행하기도 했다. 장관들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실제 교실수업 적용 사례 등을 참관했다.
서울시교육청 함영기 정책연구장학관은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시작된 4차 산업혁명 담론 뒤 교육계가 받고 있는 요구는 1957년 구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 성공 뒤 미국에서 있었던 교육계 재편 요구와 비슷할 정도”라며 “미래학교는 학생들의 몸·표현 욕구를 발현하면서도 무엇인가를 만들고 생성하는 공작소(maker space, studio)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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