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뉴스분석 왜?
공유경제 확산
’공유 부엌’과 ‘소셜 다이닝’을 운영하는 ‘진구네 식탁’에서 1인 가구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눠 먹는 모임을 하고 있다. 진구네 식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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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자동차, 오피스를 공유하다 이제는 옷도, 부엌도, 재능도 공유하는 시대가 됐다. 더 이상은 ‘소유’할 필요 없이 함께 나눠쓰면 되는 공유경제는 미래 경제가 나아갈 착한 경제, 대안경제로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쪽에선 공유경제를 내세웠던 업체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공유경제의 미래는 어디로 가게 될까.
드라이하는 법 등 재능공유까지
비싼 물건 공유하는 이익중심에서
‘가치’도 나누는 공유경제로 확대 패션공유는 수익성 악화로 폐업
카풀업체는 규제벽에 부딪혀 고전
“다양한 실험·시도 계속되고 있어
기존 산업과 다른 제도 적용해야”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의 한 옥탑방. 한쪽에는 여러 취사 도구와 요리 도구가 갖춰진 부엌이 있고, 다른 쪽에는 6~8인석의 넓은 식탁이 있다. 이 옥탑방에서는 한 달에 한번, 광진구에 사는 학생과 직장인 등 1인 가구들이 모여 함께 요리를 만들고 식사를 나누는 모임이 열린다. 참가비는 음식 재료비와 공간 대여비다. 음식을 같이 만들어 보는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 1인 가구로 살면서 겪은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고 싶은 사람, 동네에서 친구를 만들고 싶은 사람, 혼자 밥 먹기 싫은 사람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 이 모임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모임에는 최소 4명부터 최대 10명까지 참여한다. 이 옥탑방과 모임은 1인 가구를 위한 ’공유 부엌’과 ‘소셜 다이닝’을 표방하는 업체 ‘진구네식탁’에서 관리한다. 업체에서 직접 모임을 개최하기도 하고, 시간당 사용료를 받고 공간만 빌려주기도 한다. 진구네식탁 대표인 대학생 이지수(25)씨는 “광진구에서 1인 가구로 살면서 가장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이 식생활이었다. 해결 방안을 찾고 싶어 소셜다이닝을 먼저 시작했다. 이후 모임이 없을때도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 부엌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다이닝이나 공유부엌은 단순히 음식이나 식재료를 공유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함께 밥을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 감정을 함께 공유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탈잉’은 개인의 재능을 오프라인 수업(튜터-수강생) 형태로 매칭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능공유업체다. 현재 2000명 이상의 튜터와 5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잉여탈출’의 줄임말로 잉여 시간에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2016년 2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생샷 찍는 법, 항공권 싸게 끊는 법, 문과생을 위한 정보통신기술, 셀프로 머리 드라이 하는 법 등 배우고 싶지만 현실에선 학원을 찾기 힘든 다양한 분야의 재능을 공유하자는 취지다. 재능 공유 플랫폼은 탈잉 외에도 ’크몽’, ’숨은 고수’ 등이 있다. 취미 활동을 함께 할 사람을 이어주는 플랫폼인 ‘프립’, ‘2교시’도 인기다. 공유경제 바람이 일상 속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숙박, 자동차, 고가 물품 등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최근에는 경험이나 재능, 가치 등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업체들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기존 업체들과의 갈등, 규제의 벽에 부딪혀 폐업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공유경제의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닌 것이다. _________
‘이익 중심 공유’에서 ‘가치 공유’까지 공유경제란 ‘생산된 후 활용되지 않는 유휴 자원을 여럿이 공유해 사용함으로써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사회 공동의 이익 증가에 기여하는 협력적 소비의 경제활동’(케이티 경제경영연구소)을 의미한다. 자동차, 사무실, 숙박 등의 유형자원뿐만 아니라 재능, 시간 등 무형자원도 공유대상이 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가 최초로 사용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가 2010년 8억5천만 달러에서 2015년 150억 달러로 5년 사이 17.6배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또 2025년에는 3350억 달러로, 10년 사이 약 20배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 공유경제는 ‘공유 오피스’ 시장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토종 선두 기업인 패스트파이브가 2015년 4월 1호점을 열었고, 2016년 8월 글로벌 업체인 미국의 위워크가 강남역점을 열며 국내에 진출했다. 대기업들의 공유오피스 시장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카드가 2016년 강남에 스튜디오블랙을 열었고 지난 4월에는 한화생명이 서초사옥에 드림플러스 강남을 열었다. 엘지(LG)서브원의 공유오피스도 최근 양재에 들어섰다. 지난해 600억원 규모였던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은 2022년에는 77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서울의 공유오피스 면적은 지난해 약 14만㎡로 3년 전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넓어졌다. 최근 공유경제는 가격이 비싼 자산을 공유해 합리적으로 이용하자는 관점의 공유경제에서 재능과 경험 등 가치 중심의 공유경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케이티 경제경영연구소의 ‘정보통신기술로 도약하는 가치 중심 공유 경제’ 보고서(2016년)에 따르면, 공유경제는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번째는 비싼 물건을 ‘소유’하는 대신 합리적으로 ‘사용’하자는 ‘이익 중심’의 공유경제다. 비싼 가전, 자동차, 설비 등을 렌탈료를 받고 사용권을 빌려주는 렌탈산업, 고가의 자동차나 주택을 공유하는 우버나 에어비엔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제조업체 중심의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방식(B2C)이 주를 이룬다. 두번째는 경제적 합리성 너머의 ‘가치’를 중시하는 공유다. 진구네식탁처럼 만남이라는 가치를 위해 남는 부엌과 식탁이 활용되거나, 탈잉처럼 비싼 자산이 아닌 시간, 재능 등을 공유한다. 개인간의 거래 방식(P2P)이 주를 이룬다. 이익중심의 공유경제가 합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이윤 극대화를 통해 가치를 추구하는 개념이라면, 가치중심의 공유경제는 먼저 가치를 추구하고 그에 이윤이 수반되는 구조다. 돈 대신 가치를 추구해 오히려 돈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케이티 경제연구소 나현 연구원은 “비싼 물건을 서로 공유하는 관점의 공유 비즈니스들은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으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가치 중심의 공유 비즈니스는 공동체에 필요한 가치를 중심으로 자발적 참여자를 모으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기존 비즈니스가 보지 못했던 틈새 시장과 유휴자산의 활용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_________
그 많던 패션공유 업체는 어디로
패션 공유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던 ‘프로젝트앤’은 지난 5월 폐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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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인 카풀 서비스인 ‘풀러스’는 지난달 기존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직원 70%를 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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