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뉴스분석 왜
신용카드 수수료 갈등
‘영업비밀’ 마케팅비 공개해보니
포인트·캐시백, 연회비의 10배
법인, 개인보다 혜택 3배 많아
카드 점유율 지키기 ‘치킨게임’
수수료율 낮았던 대형가맹점에
금융당국 “수수료 더 내라” 압박
카드사 출혈경쟁 과도하다는 판단
금융당국이 카드수수료 인하를 포함한 개편안을 발표하자 전국 중소상인 및 자영업자연합회인 ‘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본부’는 지난해 11월26일 “대통령님 고맙습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을 내걸고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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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편하게 쓰는 신용카드의 '무이자 할부'와 포인트 적립은 카드사의 호의가 아니다. 가맹점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원하는 서비스만큼 돈을 낸다'는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카드수수료 원가를 산정하는 3년마다 논란은 되풀이될 전망이다. 결국 공짜 점심은 없으니까.
지난 13일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조, 전국금융산업노조 지도부와 조합원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금융당국에 “재벌가맹점의 카드수수료 갑질을 철저히 감독하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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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내면 손해’라는 인식 만연
“저소득층에 비용 떠넘겨” 지적도 일각에서는 “왜 정부가 카드수수료를 시장에 맡겨두지 않고 개입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전세계에서 사실상 한국에만 남아있는 ‘의무수납제’를 근거로 국회가 3년마다 정부가 적격비용을 산정하도록 규정한 법을 통과시킨 탓이다. 카드 의무수납제란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규정을 가리킨다. 1998년 당시 이런 조항이 나온 배경엔 ‘세원 투명화’라는 정부의 목표가 있었다. 자영업자 등이 소득 신고를 줄여서 하는 경우가 많아 카드결제를 통해 이를 막으려는 것이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도 도입해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했다. 세원 투명화라는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돼 소득공제 폐지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번번이 증세 논란과 함께 일몰이 연장됐다. 올해 말 일몰 예정이었던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지난 13일 다시 3년 연장되면서, 지금껏 모두 9번 연장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신용카드는 많은 거래를 양성화해 자영업자의 세원 파악에 기여했지만, 현재 자신의 계좌에 잔고가 없어도 쉽게 돈을 미리 앞당겨 쓸 수 있는 빚문화를 만들었다. 가맹점이 의무적으로 카드를 받을 수밖에 없으니 카드사들은 쉽게 점유율을 늘려올 수 있었다. 가맹점은 소비자들의 신용카드를 통한 ‘과소비’로 매출 증대 효과도 누렸다. 소비자는 당장 현금이 없어도 소비를 할 수 있었다. 카드사-가맹점-소비자의 ‘윈윈게임’이었다. 그러다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쓰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자영업자의 부담도 눈에 띄게 늘자 ‘공생관계’가 깨지기 시작했다. 경기가 어려우면 카드수수료 인하 논의부터 나왔고, 실제로 적격비용 산정을 시작한 2012년엔 연매출 2억원 미만에 대해서 수수료 1.8% 상한을 뒀지만, 거의 매해 인하되면서 지난해 11월 개편으로 연매출 3억원까지는 0.8%, 30억원까지는 1.6%의 상한을 뒀다. 지난해 개편 논의에서 의무수납제 폐지도 검토됐지만 중장기 과제로 넘어간 상태다. 지난 20년간 ‘신용카드를 써야 이득’이라는 인식이 소비자에게 깊숙이 자리잡았다. 여전법상 ‘가맹점은 신용카드를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가격 차별 금지 조항은 현금과 카드를 차별 없이 가맹점이 받아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실제로는 현금 납부에 대한 차별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카드 포인트 적립이나 캐시백 등의 혜택으로 오히려 ‘현금 내면 손해’라는 인식이 만연해졌다. 주유든 마트든 무조건 카드를 써야 무이자 할부든 포인트든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2002~2004년 카드 사태 이후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발급받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혜택은 소비자간에 차별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한국은행의 ‘2017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결과’를 보면, 저소득층과 고령층일수록 신용카드 결제비중이 떨어지고 현금 결제 비중이 올라간다. 소득 2천만원 미만 구간에서 한달에 평균 20.6건을 결제할 때 그중 신용카드 결제는 2.5건으로 12% 남짓 정도다. 반면 6천만원 이상 구간은 28.4건 중 13.1건이 신용카드 결제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돈 없는 이들이 같은 물건값을 더 비싸게 주고 사는 셈이다. 카드 이용자가 할인받는 가격은 알게 모르게 저소득층인 현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혜택 뺏어간다”는 반발 넘어설까 정부도 점차 카드수수료 문제에 대해 ‘자영업자 도와주기’ 차원을 넘어 ‘저비용 결제의 확산’을 강조하고 있다. 제로페이 등 비용이 적은 간편결제가 도입되는 추세지만 아직 신용카드를 위협할 정도의 편리성이나 혜택은 주어지진 않고 있다. 정부는 간편결제 소득공제를 신용카드(15%)와 비교해 훨씬 높은 수준이 40%로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관련 세법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수중에 돈이 없어도 한달에 한번씩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신용’ 결제에 길들여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수준의 혜택이 없는 한 결제 문화에 큰 변화가 생기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신용카드 부가서비스 축소 방침에 대한 “줬던 혜택 뺏어간다”는 소비자의 반발을 어떻게 넘어설지가 관건이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카드수수료 논의를 단순히 가맹점 수수료 인하 관점에서만 볼 게 아니라, 다양한 지급결제수단의 형평성을 확보하고 소비자가 사회적 비용이 적은 수단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큰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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