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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22 20:55 수정 : 2012.07.18 13:35

[토요판] 특집/ 천성산 도롱뇽의 진실
천성산 보존운동이 남긴 것

애초 천성산 터널 반대로 인한 손실액은 2조5000억원이라고 알려졌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은 대한상공회의소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고, 이는 사실처럼 굳어져 여러 자리에서 인용됐다. 하지만 법원은 지율 스님이 두 신문에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공사로 인한 직접적 손실액은 145억원이라고 결정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정정보도를 이행하지 않을 때 하루 10원을 지급하도록 해 ‘10원 소송’에 패소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공사 중단 기간도 1년이 아니라 6개월인 것으로 인정받았다. 천성산 터널이 포함된 경부고속철도 2단계 사업은 2002~2010년 동안 총 사업비 7조2136억원이 투입됐다. 이 수치로만 보면, 총 사업비 대비 손실액 비율은 0.002%다.

지금도 근거가 부실한 주장이 떠돈다. 고속철도(KTX) 민영화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자,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 2월 보도자료에서 누적 부채(2010년 말 기준 12조원) 원인으로 천성산 터널 반대운동을 지목했다. 지율 스님은 이에 대해서도 나홀로 소송을 진행중이다.

지율 스님이 주도한 천성산 보존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얻은 것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은 22일 “지율 스님의 핵심 요구는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라’였다”며 “절차를 무시하고 탈·편법으로 진행돼온 국책사업 관행을 본격적으로 문제제기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서 국장은 “환경평가 부실관행이 폭로됐고 그 뒤에는 그나마 환경영향평가를 세밀하게 하는 노력이 엿보였다”고 말했다. ‘천성산 터널 공사 금지 가처분 소송’을 맡았던 이동준 변호사는 “도롱뇽 소송은 패했지만 그 뒤 벌어진 재판에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면 사업 취소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판례가 확립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환경사적으로 지율 스님의 단식은 우리 사회에 자연이 지니는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도롱뇽 때문에 밥을 끊을 수 있다는 스님의 행동에서, 자연은 인간이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지구를 나눠 쓰는 동등한 존재다. 과거 환경운동이 가졌던 인본주의에서 탈인본주의로 향하는 서막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하는 이들도 있다. 구도완 한국환경사회연구소장은 “도롱뇽으로 표상되는 동물의 권리를 새로운 의제로 던졌다”며 “아직 일반인과 소통하기 어려운 주제였고 주류 환경운동과 갈등을 남기는 등 한계도 남겼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 들어 4대강 사업이 강행되면서 국책사업의 파행은 재연됐고(낙동강 등 소송에서 일부 절차적 하자가 인정됐다) 천성산 보존운동의 성과는 후퇴하기 시작했다. 서재철 국장은 “환경영향평가가 단 몇 달 만에 끝나는 등 원점 회귀했다”며 “국책사업의 절차가 합법적이고 민주적이지 못하면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 사회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남겨두고 있다. 평창올림픽에 앞서 추진되는 강원 원주~강릉 고속철도 사업은 한반도 생태계 보고인 백두대간을 통과한다. 4대강 사업처럼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환경영향평가가 또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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